- 착각에도 이유는 있다

항공기술은 여객기를 무인조종으로 운항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다. 그럼에도 조종사를 양성하는 건 승객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항공기의 눈부신 발전에도 비행기 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이는 시스템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 탓이다. 시스템을 운용하고,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이 착각과 오류를 저지르기에 벌어지는 참사였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심리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흐름의 반영이다. 심리학광을 자처하는 미국의 독립언론인이 블로그에 3년간 썼던 글을 가려 엮었다. 뉴욕타임스가 링크를 걸었다니 호사가의 단순한 지적오락을 넘어서는 수준인 것만은 틀림없다. 블로그에 실었던 글인 만큼 흥미로운 부분을 아무 대목이나 찾아 읽는 것이 가능하다.‘사회적 태만’이란 개념이 나온다.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달성하려 할 때 벌어지는 사태다.
각각 1의 능력을 가진 10명이 합심했는데 시너지 효과는커녕 7, 8의 효과도 낳기 어렵다는, 흔히 보는 현상이다. 1913년 프랑스 엔지니어 막시밀리앙 링겔만이 구조물 변형을 측정하는 스트레인 게이지를 이용해 여러 사람이 함께 잡아당기는 힘을 측정했는데 이게 한 사람씩 잡아당기는 힘의 합계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서 ‘링겔만 효과’라고도 부르는데 이는‘나 하나쯤…’하는 생각에 책임감이 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이를 상쇄하는 것이 ‘평가 불안’이다. 소홀한 행동이 적발되리라는 것을 알 때 공동과제에 더 신경 쓰는 현상을 일컫는데 예를 들어 단체운동에서도 각 선수를 따로 평가하는 것이 그런 예다.
지은이는 또 애플의 컴퓨터 광고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엔 성능에 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는 대신 어떤 사람들이 애플컴퓨터를 사용하는지만 보여준다고 한다. 이는 “그래, 난 답답하고 꽉 막힌 찌질이가 아니야. 난 취향과 재능이 있고 대학에서 예술수업을 들은 그런 사람이야”란 자부심을 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특정 제품이나 회사의 매력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이미지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을 사후에 합리화하는 ‘선택 지원 편향’ 이란 심리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기업 경영과 관련된 심리현상이라면 사회현상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맹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공평한 세상 오류’다. 악한 사람이 지고 선한 사람이 승리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허구의 세계에 익숙한 나머지 세계가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 경향이다. 이 때문에 노숙자나 약물 중독자처럼 끔찍한 불운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당사자가 그런 일을 당하기에 마땅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믿는단다. 길에 버려진 사람, 강간피해자 등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믿음으로써 자신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의 원제는 ‘당신은 그리 똑똑하지 않다(You are not so smart)’인데 ‘착각’에 한정한 게 아니라 오류와 편향 등 심리적 맹점을 다뤘다는 점에서 번역판 제목보다 원제가 적절해 보인다.상대기업이 미워 공멸의 길로 가는 경우,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손절매를 못하는 사례 등 뻔한 끝이 보이는데도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는 이유를 알게 되면 이를 피하거나 적어도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용적 목적에서라도 한 번쯤은 펼쳐 볼만한 심리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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