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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쟁 승리의 조건

특허전쟁 승리의 조건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따라잡기의 명수가 2등은 될 수 있지만 1등은 되기 어렵다. 1등의 중요 조건은 모방이 아니라 독창성이기 때문이다. 이제 삼성도 대량 생산이 경쟁력이 아니라 독창성이 경쟁력인 시대를 맞은 것이다. 요즘 한국의 가수 싸이(PSY)는 사이버 세상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한국, 미국 가릴 것 없이 500만명이 유튜브를 보면서 열광하는 ‘4분간의 대통령’이다. 싸이의 성공비결은 ‘남과 다름’이다. 어떤 이는 B급 한류라고 헐뜯지만 70년 만의 세계적인 대불황에 정치인도, 코미디언도 못하는 즐거움을 준 것 바로 싸이의 독창적인 춤이다.

하지만 하룻밤에 세계적인 동영상 스타가 된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연속성이 문제다. 한국의 K-팝(POP)이 현란한 군무와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몸으로 듣는 음악으로 세계 음악시장을 잠시 즐겁게 했지만 언젠가 시들해질 수 있다. 독창적인 콘텐트의 지속적인 출시 능력이 문제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정상(頂上)에 도달하고 난 다음의 목표는 천상(天上)이기 때문이다. 기대치는 커지고 후발 주자는

더 거세게 추격하는 것이 정상에서의 경쟁이다. 뒤따라오는 경쟁자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여없애는 것이 황제의 습성이다. 애플과 삼성의 싸움의 본질은 황제의 자리다툼이다. 밀리면 역적이고, 살아남으면 새 역사를 창조하는 황제가 된다. 상대의 예봉을 피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검법을 내놓아야한다.

똑같은 교복, 같은 머리 스타일, 획일적인 교육 아래에서 대학 입시에만 목을 매고 입학한 후에는 대충 대충 시간을 보내는 나라에서 독창성으로 뭉친 애플 같은 회사와 맞싸움을 하는 삼성 같은 기업이 나온것은 기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다. 정상을 따라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상에 오른 다음이 문제다. 벤치마크의 대상이 없어지면 방향을 잃는 것이 스피드에 목숨 거는 직선형 인재의 한계다. 수학 올림피아를 휩쓴 수많은 한국의 수학천재가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막힌 연구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을 보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기업 삼성을 밀어줄 독창적 인재를 계속 공급할능력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산업혁명은 근육 혁명이었지만 이젠 스마트 혁명의 시대가 왔다. S-혁명의 시대에는 명문대 나온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시대다. 기존 사고의 틀 속에 갇힌 암기력의 천재는 쓸모가 없다. S-혁명의 원조인 스티브 잡스나 그의 경쟁자였던 빌 게이츠는 대학 졸업장이 없다.세상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는 수학능력시험 점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암기력보다는 상상력, 돈 냄새잘 맡는 코가 발달한 고졸 최고경영자(CEO)가 하버드, MIT 출신의 엔지니어를 써서 세상을 바꾸는 시대다. 반걸음 앞서가는 발 빠름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참신한 상상력만이 대박을 낼 수 있는 시대 왔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고 개미가 코끼리를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도 발상의 전환에서 온다. 속도전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의 강점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만 더 한다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무섭지 않다. 한국의 총명한 젊은 인재들이 한 명이 벌어서 만 명이 먹는 그런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 믿는다.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죽음이고, 웃음을 값지게 하는 것은 눈물이라고 한다. 삼성의 애플과의 특허소송이 한국의 창의성을 일깨우고 돌아보는 좋은 각성제가 됐으면 한다.84 청론탁론.indd 84 2012-08-31 오전 1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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