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똥 싼 염소의 홍보효과
무대 위에서 똥 싼 염소의 홍보효과
1994년 그룹 ‘푸지스’ 멤버였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에게 우리 그룹을 각인시키려면 마스코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느 날 ‘부가 베이스먼트’라고 불리는 스튜디오에서 버드와이저 광고를 봤는데, 그 광고에 유명한 개 스퍼즈 맥켄지가 출연했다. 개가 유명해질 수 있다면 염소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새 싱글 ‘Boof Baf’의 홍보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나는 뉴저지주 뉴어크의 가축시장에 가서 희귀한 멕시코 염소를 한마리 샀다. 그들이 염소를 도축하려는 순간 나는 이렇게 말렸다. “안 돼요! 이 염소는 우리 공연에 출연할 거예요.” 물론 뉴어크에서 구입한 염소를 이스트오린지로 가져오는 일이 불법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밴드 동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리더는 나였다. 흥분해 날뛰는 리더를 저지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you can’t really tell the leader when he’s going cuckoo).
우리는 밴드 조데시를 위한 파티 후의 뒤풀이 공연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공연기획자들과 말다툼을 벌인 끝에야 비로소 염소를 들여올 수 있었다.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동료인 프라스와 로린 힐이 무대에 오른 뒤 얌전하던 염소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 염소를 잘 다뤘다(I had a good handle on him).녀석에게 ‘Boof Baf’라고 쓰여진 녹색 티셔츠를 입혀 무대로 올렸다.우리가 있던 장소가 클럽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스름한 조명속에서 앞줄에 선 여성들이 볼 수 있었던 거라곤 빨간 눈에 큰 뿔 두개를 달고 날뛰는 유니콘뿐이었다.
우리 그룹이 록음악 연주를 시작하자 염소가 큰 음악 소리에 약간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염소들은 긴장하면 똥을 싸기 시작한다. 화려하게 차려 입고 조데시를 기다리던 여자들이 놀라 뒤집어졌다(All these fancy women waiting for Jodeci start freaking out). 멋진 여성들이 코를 잡고 우리에게 무대에서 내려가라고 소리 질렀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 뒤에 사회자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참 똥 같은 일이군요(Man, this is some disrespectfuls--t). ‘퍼지스(Fudgies, 속어로 똥이라는 뜻이 있음)’는 뉴저지로 돌아가야겠네요.” 밴드 동료들은 나를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난 그저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기억해주길 바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라디오를 듣는 도중에 한 해설자가 한 말을 결코 잊지 못한다. “뉴저지에서 온 정신 나간 그룹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무대에 왠 염소를 데려왔는데, 그 염소가 무대위에서 똥을 쌌다는군요. 염소한테 ‘Boof Baf’라고 쓰여진 녹색 티셔츠를 입혔다는데, 도대체 ‘Boof Baf’가 뭔가요?” 다른 해설자가 대답했다. “’Boof Baf’는 그들의 노래 제목이에요.” 내 생애 최대의 실수는 그렇게 가장 멋진 실수가 됐다. 염소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우리 그룹을 입에 올리지 않았으리라. 그 다음 날에는 우리가 누군지,‘Boof Baf’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날 밤 이후 나는 항상 직감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음악업계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우리 음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안다. 아이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때도 그런 직감이 들었다. 내 팬들이 모두 떨어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말이다. 가수로는 칭송 받았지만 정치가로선 야유를 받았다. 한번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말을 듣더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어붙인다(Even when people tell me I’m crazy, that’s when I know I’m doing the right thing).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