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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경제 출사표]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

[문재인의 경제 출사표]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

노무현 정부의 2인자였던 문재인(59) 의원이 9월 16일 민주통합당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됐다. 재벌개혁과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문 후보는 요즘 연일 ‘일자리 혁명’을 얘기한다. 그가 던진 경제 출사표는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하는 일자리 정부”다. 19일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장고 끝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원장의 경제 출사표는 “성장동력과 복지, 경제민주화가 결합하는 경제혁신”이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제관과 주요 경제 이슈별 입장, 경제 참모진을 취재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후보’의 경제관 차이도 분석했다.



9월 17일 일자리 창출 간담회, 19일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대화,20일 취업준비생들과의 대화, 21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방문. 민주통합당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의 일주일 간 행보다. 방점이 ‘일자리’에 찍혀 있다. 문 후보가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국정운영의 근간을 ‘공평과 정의’로 삼겠다고 밝혀온 점을 감안할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민주통합당 경선 때 손학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재래시장이나 대기업 하도급업체를 먼저 찾아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다.

문 후보는 9월 17일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이 바뀌기 바라는 저변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관통하는 것이 결국 일자리다. 경제민주화를 만들 수 있는 방안도, 가장 좋은 복지도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국정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갈렸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에 실패해 일자리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반응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문 후보는 원래 경제민주화를 우선순위로 하다가 일자리 창출로 변경했다”며 “(경제민주화는) 우리와 경쟁하면 크게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내건 다섯 개의 문을 열기 위한 실천적인 정책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섯 개의 문’은 문후보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새 시대를 열 문”이라며 밝힌 ‘일자리 혁명,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의 문’을 말한다. 민주당 대선기획단 관계자는 “문 후보 하면 으레 성장보다는 분배를 강조하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대통령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강조한 것이 성장이고, 일자리 혁명은 성장을 위한 한 핵심”이라

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후보가 아닌 국회의원 문재인이 발의한 법안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후보는 9월 7일 두 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부담금 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 모든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매년 정원의 3%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근로자 수 300명 이상 민간기업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청년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고용의무를 이행한 사업주에게는 고용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문 후보 측근들은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성장 담론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문 후보는 6월 17일 대통령 출마선언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낡은 사고방식은 성장과 분배를 택일의 관계로 봤지만 이젠 성장과 분배를 하나로 보는 새로운 경제철학이 필요하다”며 “성장과 분배가 동행하며 선순환 하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행복한 성장론’이다.

문 후보는 “과거에 해왔던 성장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일까. 문 후보는 9월 17일 일자리 창출 간담회에서 ‘일자리7080’ 구상을 밝혔다. “고용률을 기존의 60%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70%까지 높여나가고, 붕괴된 중산층을 (인구의)80% 정도가 되도록 살려 나가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이렇다. ▲기업별·사업장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2017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일자리 중 상시 일자리 모두 정규직 전환 ▲2017년까지 전 산업 비정규직 비중 30% 이하로 축소 ▲최저임금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까지 단계적 인상 ▲대기업의 불법 파견과 위장도급 근절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청년고용의무할당제 실시 ▲근로시간 감축(연간 2193시간 → 2000시간) ▲연장근로 준수로 70만개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확충 통해 35만 개 일자리 창출 ▲대통령 직속 국민일자리위원회 설치 등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 최대 이슈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재벌개혁이 핵심”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8월 초 정책공약집 형식으로 출간한 『사람이 먼저다』에서 문 후보는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다른 이름”이라고 밝혔다. “경제 민주화의 출발은 시장에게 넘어간 권력, 재벌에게 넘어간 권력을 되찾는 것”이라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재벌 해체까지는 아니지만, 대기업 지배구조에 손을 대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실제로 문 후보 경제 참모들은 대기업을 겨냥한 거의 모든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를 막기 위한 금산 분리 강화가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업집단법을 제정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도 찬성 입장이다.

법인세 인상에도 적극적이다.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문 후보는 8월 21일 그의 씽크탱크로 불리는 담쟁이포럼이 주최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초청 강연장에서 “재벌개혁이 재벌해체는 아니다”며 “재벌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재벌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구조가 너무나 정의롭지 못하고 민주적이지 못한 점은 바꿔야 한다”며 “재벌개혁과 사회적 대타협 모두 중요하다”고 한발짝 물러났다.복지와 관련해,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다. 그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복지를 뛰어넘겠다”며 “보편적 복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정책과 뗄 수 없는 조세정책 관련해서는 부자증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강한 복지 4대 기본구상’을 발표하면서 “조세제도 정비로 부족하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 슈퍼부자들에 대한 증세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문 후보는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선 반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또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부활을 검토하고 있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할방침이다.




담쟁이포럼·미래발전연구원이 핵심 참모그룹그렇다면, 문재인 후보의 경제관에 영향을 주고 관련 정책을 만드는 경제 브레인은 누구일까. 자타가 공인하는 두 조직이 있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과 담쟁이포럼이다. 미래발전연구원(이하 미래연)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해 2008년 설립한 사단법인 정책연구원이다. 담쟁이포럼은 문재인 후보의 정책 자문단를 자처하며 올해 5월 출범했다. 약 300여 명의 전직 관료·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문 후보를 돕는 상당수 인물이 두 조직에 모두 이름을 올린 경우가 많다.

누가 핵심 경제 브레인인가. 문 후보 경선 캠프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답은 “딱히 몇 인방 식으로 꼽기 어렵다”이다. 박근혜 후보 측 관계자 대부분이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를 투톱, 안종범·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을 핵심 경제 참모로 꼽은 것과 다르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대학교수는 “소수가 정책을 만들고 조율하기 보다는 다수가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방식”이라며 “언론마다 문 후보의 핵심 경제참모라는 사람들 이름이 차이가 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문재인 후보 스타일”이자 “노 전 대통령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기획단 관계자는 “범민주, 진보진영 거물 학자들이자발적으로 문 후보를 돕고 있기 때문에 핵심 몇 인방을 꼽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담쟁이포럼 대표는 고 노무현 대통의 대선 후보 시절 사회담당 고문을 맡았던 한완상 전 부총리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연구위원장으로 정책 개발을 진두지휘한다. 미래발전연구원은 최병선 강원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미래연 원장은 김수현 세종대 교수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 초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을 역임한 김안제 서울대 명예교수도 미래연에 오래 몸을 담았다.

미래연에는 특히 전직 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노무현 정부 때 인물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빈부격차 차별시정위원장(장관급)을 지낸 이혜경 연세대 교수, 공정위원장을 지낸 권오승 서울대 교수, 노동부 장관 출신의 김대환 인하대 교수,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 변재진 고려대 교수(전 복지부 장관),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전 참여혁신 수석),김용익 민주당 의원(전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조기숙 이화여대교수(전 홍보수석) 등이다.

문 후보 측근들 중에는 이정호 부경대 교수 이름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많다. 민주당 경선 때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이 교수는 4·11 총선 당시 부산지역 교수 82명과 야권연대 지지 성명을 이끌어낸 인물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처남이다. 문 후보가 강조하는 ‘일자리 혁명’ 정책은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전병유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은수미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 분야는 이옥 덕성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문진영(서강대 사회복지학과), 조대엽(고려대 사회학과), 이혜경(연세대교수),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을 맡은 조은 전 동국대교수,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계안 전 의원, 미래연 원장을 역임한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최병두 대구대 교수,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박상철 카이스트 교수, 이병헌 광운대 경영대학 교수 등도 문 후보의 경제·사회 정책을 만드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김금수 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종오 명지대 교수 등은 미래연 고문으로 활동한다. 이혜찬·한명숙 의원도 미래연 고문이다.


‘노무현의 그늘’ 벗어나야민주당 내에서는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장병완 의원과 진보경제학로 알려진 홍종학 의원, 당 정책을 주도하는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원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때 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고, 현재 민주당 예산대책 TF(테스크포스) 팀장인 장병완 의원은 문 후보의 일자리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을 역임한 홍종학 의원은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장관 출신인 이용섭 의원도 문 후보의 경제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민주당 경제통인 김진표, 오제세, 오영식, 김관영, 은수미 의원 등이 문 후보를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경제관이나 참모진이 ‘노무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한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내놓은 정책이나 참모진 모두 참여정부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며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헐뜯었다. 하지만 문 후보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에서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비정규직 문제나 양극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참여정부의 실책”이라고 자평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탄식처럼 말한 바 저는 거꾸로 ‘시장으로 넘어간 권력을 되찾아 오겠다”고 밝혔다. ‘노무현을 넘어서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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