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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론 5년째 충분히 조정 받았다, 하락론 평균 15%는 더 떨어져야

바닥론 5년째 충분히 조정 받았다, 하락론 평균 15%는 더 떨어져야



집값이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바닥론을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람은 서종대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서 사장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 과장, 주택국 국장, 주거복지본부 본부장 등을 거치며 20년 이상 주택정책을 편 전문가다. 그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에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주택시장이 조정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지금집값이 연 소득의 4.2배 수준”이라며 “이는 과거 7.5배에 비해 크게 내려간 것이며 선진국(4배)과 비교해도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등에서는 2006~2007년 최고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집값이 급락한 경우도 적지 않다.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 3차 전용면적 164㎡형의 경우 최근 4억8000만원에 팔렸다. 2006년 하반기(10억원)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에서 거래된 것이다. 또 경기분당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1차 전용면적 129㎡형은 2006년 최고가격(13억2500만원)의 절반 수준인 6억8400만원에 최근 팔렸다.



경매 낙찰가 전셋값 수준경매시장에서는 전셋값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낙찰되는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방학동의 전용면적 42.9㎡형 삼익세라믹아파트는 최근 감정가격(1억9000만원)의 69.3%인 1억3169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9400만원으로 낙찰가와 376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기도 김포 감정동 신안실크밸리 전용면적 85㎡도 감정가(2억원)의 68.1%인 1억3620만원에 팔렸다. 이아파트의 전셋값은 1억원선이다.

서종대 사장은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수요 중 상당수가 매매 수요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바닥론의 근거로 들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은 61.7%로 2003년 9월(62.3%) 이후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이 비율이 60%를 넘으면 전세 대신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본다. 최근 2~3년 동안 부산·광주 등의 지방 대도시 아파트값이 오른 이유 중 하나가 매매가의 80%선까지 육박했던 전셋값이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전세 물건 품귀 현상으로 전셋집 구하기도 쉽지 않자 아예 매수로 돌아선 경우가 늘었던 것이다.

서 사장은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일본과 비슷한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동경권에 1000명당 540채의 주택이 있고, 선진국 기준으로 완전 공급이 440채”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수도권이 357채에 불과하고 우리나라는 인구도 2030년까지, 가구수는 2040년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주기설도 들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40년 동안 10년 주기로 움직였는데, 5~6년 하락한 뒤 4~5년 상승하는 패턴이었다는것이다. 이 패턴대로 움직인다면 2007년 이후 5년째 집값이 떨어지고 있으니 곧 반등국면을 맞을 것이란 예상이다.

주택시장 전문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주택시장이 바닥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원의 남희용 원장은 “주택산업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HBSI지수를 보면 9월 서울과 수도권에서 미미한 반등세를 보여 어느 정도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하반기 정도에 바닥을 친다면 서서히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BSI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회원 건설업체 30개 이상을 대상으로 향후 전망과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9월 전망치는 8월에 비해 각 12.8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바닥론에 힘을 실어준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공개한 6월 케이스-실러지수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0.5% 상승했다. 케이스-실러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오름세를 보인 것은 2010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케이스-실러지수의 오름세 반전을 집값하락세가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선 확실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케이스-실러지수는 뉴욕, 시카고 등 20개 대도시 주택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부동산 지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미국 부동산시장 침체와 활황을 판단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표이기도 하다.미국 주택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주택 매입 여력을 키웠다. 또 그동안 시장 불확실성 탓에 미뤄 놓은 주택 매입 잠재 수요가 만만치 않게 쌓여 있었던 게 주택 매입 기반 확대에 도움을 줬다.

여기에다 떨어질 만큼 떨어진 주택 가격이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우리나라도 7월 한국은행이 2009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10월께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분양 등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온 것을 놓고도 주택시장이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월 말 청약 접수를 받은 동탄2신도시의 경우 동시분양에 나선 5개 단지가 모두 청약 순위 내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3656가구 일반 분양에 총 1만9584명이 청약 접수했고 3개 건설사가 1, 2순위에서 마감했으며 나머지 2개사도 3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집값 바닥론은 시기 상조라는 분석이 아직까지는 더 많다. 우선 집값에 선행하는 거래량 지표가 아직 바닥 신호와는 거리

가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4만788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6% 줄었다. 7월(5만6799건)보

다 15.7% 감소한 것으로 2006년 거래량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이래 8월 기준으로는 최저치다. 수도권이 1만7277건으로 1년 전보다 37.9% 줄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의 경우 663건만 거래가 이뤄져 지난해 같은 기간(1392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지방 거래량도 3만589건으로 작년의 67.5% 수준에 불과하다.





래량 줄고 실거래가 하락세거래량이 줄면서 아파트 실거래가도 하락세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단지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경기 일대에서는 중대형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는 7월 최고 8억원에 거래가 됐지만, 8월에는 최고가가 7억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작년 말 7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시범삼성아파트 전용면적 133㎡는 8월 매매가격이 6억6500만원이었다.

아직까지는 ‘거래 감소 속 가격 하락’이라는 약세장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앞으로도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의 위력이 일반 주택의 매수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도 본다. 9월 14일 첫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보금자리주택의 경우 3.3㎡ 당 분양가가 1000만원 미만인데도 서울 강남의 새 아파트 못지않은 품질을 갖췄다. 1990년대 초반 분당·일산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서울·수도권 집값이 장기 안정세를 보인 것처럼 보금자리주택 입주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충분한 조정국면을 거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2001~2007년 사이 급등한 후 조정국면에 들어갔지만 실질적인 조정기간은 2009년부터 2년 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 주택시장은 부양책이나 금리 등의 영향보단 경기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기후퇴로 가계 재무구조가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주택구매 수요가 되살아나기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 15% 안팎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KDB대우증권 송흥익 애널리스트가 주택의 세후 임대수익률을 고려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주택의 임대수익률을 고려해 적정 집값을 평가하는 모형이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급매물이 넘쳐나는데도 자산가들이 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산 가격보다 비싸게 팔 자신이 없거나 매입한 아파트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세후 임대수익률이 정기예금 이자보다 높아져야 자산가들이 아파트를 매수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2년 정기예금금리는 3.70%이고, 세후 금리는 3.13%가 된다. 아파트의 세후 임대수익률이 최소 3.13%는 넘어야 매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현재 분양면적 106㎡형 아파트(32평형)의 서울 평균 시세는 5억1000만원이고 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2.9%로 예금(세후 3.13%)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2.9%는 자기 돈100%로 집을 샀을 경우로 만일 50%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면 세후 임대수익률은 1.1%에 불과하다. 대출 없이 살 경우 안전마진인 3.13%의 수익이 발생하려면 아파트 값이 최소 7.5%(자기자본100% 투자) 하락해야 한다. 대출을 끼고 살 경우 이자비용까지 계산하면 아파트 가격은 25.5%가 떨어져야 손익분기점이 된다. 즉 평균적으로는 약 15%가 하락해야 한다.



빚 구조조정 서둘러야송 애널리스트는 현재 아파트에 전세 및 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집값 하락에도 매매로 돌아서지 않는 이유도 분석했다. 평균가격 5억1000만원짜리 106㎡형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현재 2억5500만원으로 이 집을 사려는 세입자는 추가로 2억5500만원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 4.64%를 적용하면 연간 이자비용이 1183만원 발생하게 된다. 월간으로는 99만원의 이자다. 전세자금만으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데 집값이 상승한다는 확신도 없이 굳이 이자비용 99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며 집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순환적 경기변동으로 인해 일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으로 장기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주요 주택매수 연령층인 30~54세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변화로 사람들의 인식 체계가 바뀌며 아파트가 투자 대상에서 거주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이같이 집값 바닥 논쟁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바닥론을 주장하는 측이나 추가 하락을 주장하는 측 모두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가능성이 작다는 데에는 의견을 일치한다. 무리하게 대출을 많이 받아 고점에 주택을 매수한 경우라면 부채 다이어트 등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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