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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도 SNS·인터넷 마케팅 봇물

중국서도 SNS·인터넷 마케팅 봇물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4%로 부진했다. 과거 3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간 성장률도 지난해 9.3%에서 7.7%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덩달아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초비상이다. 불황 타개를 위한 비상대책도 기업마다 제각각으로 나타난다. 공격적인 신상품 출시를 통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제품의 마케팅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제품 소재로 게임앱도 출시중국시장이 어렵다지만 그 와중에서도 잘나가는 히트상품이 눈에 띈다.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을 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유제품기업인 네슬레(Nestle)가 올해 초 야심차게 내놓은 번나나( NANA, ‘ ’은 바보라는 뜻으로 NANA와 붙여 바나나와 발음이 비슷함)는 기존 비슷비슷한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바꿔놓은 신제품이다. 맛은 여느 아이스크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특이한 이름과 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겨 먹는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홍콩에서 처음으로 출시됐을 때 이처럼 고정관념을 벗어난 디자인으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삽시간에 입소문이 퍼진 바 있다. 기존 흔한 아이스크림의 이미지를 탈피해 신선하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홍보 전략 역시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시켰다. 네슬레는 젊은 소비자가 즐겨 사용하는 인터넷과 SNS를 핵심 매체로 삼았다.

‘SNS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모토로 디지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또한 20~30대 소비자가 게임을 즐기는 것에 착안해 2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텅쉰과 손잡고 ‘번나나섬’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출시했다. 번나나섬 게임의 주인공은 네슬레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원숭이이다. 원숭이가 각종 모험 과정에 번나나를 찾아 먹으면 파워가 상승하는 게임이다. 원숭이의 재미있는 모습과 파워 증가 아이템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찾도록 유인하고 있다.

네슬레차이나의 올리버(Oliver Jakubowicz) 총경리는 “번나나는 출시 4개월 만에 네슬레 제품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으로 부상했다. 번나나의 성공비결은 다양한 SNS 활용과 함께 신세대를 파고든 게임 마케팅 덕분이다. 이는 투자금액이 높은 TV 광고와 비교해 훨씬 양호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흡족해했다. 언론에서는 번나나를 올 상반기 히트 상품으로 선정했다. P&G 역시 스마트폰용 앱을 활용하여 어린이용 비누 판매에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P&G는 갈수록 많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앱 게임에 열광하는 점에 착안, 지난해 10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슈퍼맨과 세균과의 대결’이라는 앱 게임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P&G사 로고가 있는 방패, 창, 비누를 무기로 지하철, 공원, 화장실 등의 장소에서 세균과 대결을 벌이는 게임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손을 자주 씻어야 하는 등 위생지식도 함께 배울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부모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한 게임 중에 P&G사 비누 포장지 바코드를 입력하면 캐릭터가 다시 살아나거나 파워를 얻는 방식으로 구성, 게임과 상품 마케팅을 적절히 연계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비누소비로 이어지도록 기획했다. 이러한 어린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게임 앱 마케팅은 P&G 비누의 위생 컨셉트에도 부합하여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 게임은 28일간의 홍보기간에 노출횟수 2억4000만회, 다운로드 횟수 84만 건이라는 히트를 기록했다.

펩시는 마이크로 영화를 통한 광고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9분 50초짜리 마이크로 영화 ‘즐거움을 집으로’는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스타가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다. 내용은 자녀 셋이 구정에 일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아버지에게 연락하지만 이내 펩시 상품과 관련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 결국 온 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구정을 보낸다는 따뜻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펩시는 일상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적절한 타이밍에 상품을 노출함으로써 PPL 광고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상품과 연결시켜명절 혹은 모임 시 자연스럽게 펩시 상품을 떠올리게 하고, 구매까지 이어지게 한 것이다. 이러한 마이크로 영화는 유머, 감동, 로맨틱 등 다양한 내용들을 포함해 젊은 층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에 제격이다. 특히 중국은 다양한 인터넷 동영상 매체들이 발달해있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 전략이 잘먹히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기업이 선보인 달팽이 크림도 메가 히트작이다. 한국 독자기업인 한야화장품은 다량의 단백질 성분과 천연 재료를 이용한 달팽이 크림을 출시하여 인기몰이 중이다. 피부 트러블 케어, 미세 주름 개선, 모공 관리, 피부 탄력 증진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중국 젊은 여성 사이에서 달팽이 크림 붐이 일 정도이다.

현재 중국에 판매되고 있는 달팽이 크림은 크게 고가의 프랑스산을 비롯하여 일본과 한국산, 그리고 저가의 중국산 달팽이 크림 등 세 종류로 나뉜다. 한국산 달팽이 크림은 효과가 빠르고 가격대도 맞아 중국 여성들이 고가인 유럽 제품이나 중국산 제품보다 특히 선호하는 입장이다.

대형 광고기획사 창룽의 ‘2011년 중국 광고 및 미디어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광고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14.5% 증가한 6693억 위안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홍보수단은 TV가 아닌 인터넷 광고이다. 전년 대비 광고비 증가율이 35.6%로 가장 높다. 상품별로는 화장품, 주류, 욕실제품, 식품·음료수, 약품 등 이른바 패스트 소비재(FMCG, Fast Moving Consumer Goods)에 대한 광고투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왔다. 패스트 소비재란 사용주기가 짧고 사용률이 잦으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계가 있는 상품을 말한다.



TV광고료 인상에 인터넷 광고 몰려이러한 패스트 상품 마케팅의 특징은 TV 광고보다 인터넷, SNS 등 디지털 매체에 대한 광고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방송영화TV총국이 2012년 1월 1일부터 드라마 방송 중간에 광고 방송을 금지하는 광고 제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최근 TV 광고비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실제 올 들어 공중파 채널에 대한 광고 입찰비용은 연일 최고 금액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가격적인요인과 함께 젊은 소비자의 인터넷 사용시간이 길어지고 인터넷 광고, 동영상을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은 저비용, 고성과의 인터넷 광고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SNS 마케팅 역시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중국의 네티즌 인구는 연평균 20%의 증가율로 확대되는 중이다. 인터넷 사용자는 대부분 20~40세로 스낵, 음료수, 주류, 담배 등 패스트 소비재 상품의 핵심 소비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웨이보, 애플리케이션 게임, 마이크로 영화는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높다.

이러한 점이 기업주와 광고업계가 SNS 매체에 눈을 돌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기능, 아이디어, 라이프스타일 등 다방면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꿰뚫어야 한다. 이는 요즘 중국에서 잘 나가는 히트상품이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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