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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NTHROPY - ‘1%의 꿈’ 문화유산 살린다

PHILANTHROPY - ‘1%의 꿈’ 문화유산 살린다



“1%를 위하여.”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의 건배 제의에 150여 명이 잔을 높이 들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후원의 밤 시작을 알는 소리였다. 행사는 10월9일 저녁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家)에서 열렸다. 고(故) 윤보선 대통령이 거주한 이곳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양반 가옥으로 2002년 사적 제438호로 지정됐다. 평상시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지만 이 날만큼은 사람들 소리가 뜰을 가득 채웠다.

2000년에 출범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영국에서 시작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한국에 퍼뜨리고 있다. 양병이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자원과 생태적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일이 많다”며 “정부에서 미처 손 쓰지 못해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을 시민의 기부금과 증여로 보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금까지 8곳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켰다고 소개했다.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이 서식하는 논으로 2008년 경작이 이뤄지는 논으로는 세계 처음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연천 DMZ 일대 임야는 2007년 실향민 고(故) 신중관씨가 기증해 지금까지 보존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문화유산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작가가 살던 근대 한옥이 대표적이다. 최 작가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긴 이 집은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매입·복원해 현재 문화체험 교육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강 제장마을, 영주 내성천,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키고 있다. ‘1%의 꿈’이라는 행사명은 평범하지만 특별한 1%의 시민이 대한민국 국토의 1%를 아름다운 자산으로 확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조명래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교수, 윤상구 윤보선가 대표를 비롯해 여러 기업인과 교수, 젊은 직장인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저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의미를 밝히며 1%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최중기 인하대 교수(해양과학)는 “환경운동의 대안으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필요함을 느껴 지인들과 함께 왔다”며 “섬, 해안환경 보존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축하공연에서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김묵원 작가는 이선희 연주자의 거문고 가락에 맞춰 현장에서 흰 천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 아트를 선보였다. 작은 점으로 시작된 그림이 붓끝에서 완성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숨을 죽였다. 이어 성남고 내셔널트러스트 동아리 학생들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NT스타일’을 율동과 함께 선보여 흥을 돋웠다.

학생들은 공연이 끝나고 내성천 보존을 위한 기금을 전달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1% 운동’에 동참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이날 모인 소중한 기금을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보존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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