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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와인의 현주소 - 국내 와이너리 50여 곳 점유율은 0.5%

국산 와인의 현주소 - 국내 와이너리 50여 곳 점유율은 0.5%



올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서‘ 울 핵안보정상회의’ 공식만찬주로 선정된 ‘오미로제’는 경북 문경에서 생산한 국산 와인이다. 이 와인을 제조한 이종기 제이엘 크라프트 와이너리 대표는 30여 년간 국내외 주류업체에 근무하며 노하우를 익혔다. 이 대표는 5년 간 오미자를 이용한 정통 와인 공법을 사용해 오미로제를 개발했다. 이 와인은 행사 중 함께 제공된 프랑스 랑그독 지방의 대표 와인인 ‘토크 에 클로쉐 오세아니끄’와 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한 ‘바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산 와인도 하면 된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 와인 시장의 규모는 매년 큰 폭 성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해 연간 5000억원 규모에 이르고 앞으로 1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와인 총 매출액은 2000년 대비 1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주, 맥주, 전통주가 약 3~4배 정도 증가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성장세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대형마트의 와인 매출은 ‘국민 술’인 소주를 앞질렀을 정도다. 유럽연합,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 발효되고 교역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칠레 등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신세계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83.5%가 이 네 나라에서 생산한 와인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3500여 종의 와인 가운데 국산 와인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대형마트나 식당에서 쉽게 찾아보긴 힘들지만 분명 복분자주나 막걸리가 아닌 ‘우리 와인’이 존재할뿐더러 그 역사도 꽤 깊다.

1969년 한국산토리주식회사가 생산한 ‘선리 포트와인’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1974년에는 최초의 양조 포도주인 ‘노블포도주’가 탄생하기도 했다. 가장 잘 알려진 국산 와인은 1977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가 생산한 ‘마주앙’이다. 마주앙은 시판 당시, 천주교 미사 봉헌주로 채택돼 주목을 받은 후 오늘날까지 생산되면서 ‘대표 국산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1위 업체도 수입 오크통 값 부담한때 와인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던 국산 와인 시장은 1980년대 말 주류 수입자유화로 와인이 수입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국산 와인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국내 와인 업체들은 외국의 벌크 와인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거나 외국의 와인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입하게 됐다. 이로써 국산 와인 생산은 정체기를 맞았고, 대부분의 포도 농가들은 캠벨얼리나 MBA(Muscat Baily A)와 같이 생과용 포도만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산 와인 생산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되면서부터다. FTA로 생과용 과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오히려 농민주 생산을 장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국산 와인이 부활했다. 현재 연간 5000억원 규모의 국내 와인시장에서 토종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10%미만이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포도를 주산지로 하는 지역의 농민들 사이에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며 최근 몇 년 간 전국에 생긴 와이너리만 50여 곳이 넘는다.

국내 와인 생산 업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샤토마니’를 생산하는 충북 영동의 ‘와인코리아’다. 와인코리아는 국내 유명 포도산지인 충북 영동에서 1996년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처음 설립됐다. 현재는 국산 와인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한 해 생산량만 750t에 달한다. 1996년 약 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15년이 지난 지금 5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해외 와인과 대등한 경쟁을 하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다.

윤병태 와인코리아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국산 와인이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서 “와인 병을 만들 업체조차 구하지 못해 커다란 진로 소주병에 포도주를 담아 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숙성 과정에서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오크통이다. 1200㎡에 달하는 와인코리아 지하 토굴에는 100여 개의 오크통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이지만 윤 대표는 “외국 와이너리와 견주면 아주 작은 규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크통은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로 나뉘는데 통 한 개 가격이 프렌치 오크는 300만~400만원, 아메리칸 오크는 150만~2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라벨지, 코르크 등을 비롯해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오크통은 하나를 3번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와이너리에서조차 매년 아메리칸 오크통 30~40개를 구입하는 데 그친다.

생산된 와인을 모두 오크통에 담을 수 없어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알루미늄 탱크 안에 오크칩(나무를 잘게 쪼갠 것)을 넣어 향을 더하는 방식을 취한다. 고급 와인으로 알려진 수입 제품 대부분이 ‘프렌치 오크’에서 얼마나 오래 숙성됐는지를 기준으로 우수성을 내세우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국산 와인 시장은 열악한 수준이다.



“우리 와인 경쟁력도 뒤지지 않는다”경북 영천시는 전국 최대 규모의 포도산지로 한해 3만7000t을 수확한다. 주로 생과용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되던 포도가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위기에 처하자 2008년부터 해결책으로 영천와인클러스트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까지 17개의 와이너리가 문을 열었다. 그중 양조 교육을 이수한 포도 농사꾼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농가형 와이너리가 11곳이다.

‘와인의 메카’로 불리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는 이 같은 가족 단위 와이너리가 1만여 개쯤 있다. 농가형 와이너리 주인들은 직접 밭에서 기른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한 농가당 해마다 500~1500병의 와인을 생산해 현재 이런 방식의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와인은 1년에 약 5000병 정도다. 그러나 와이너리의 주인들이 포도 생산과 와인 생산을 모두 하다보니 아직 발효실과 숙성실 등 전문 시설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이 중 한 곳인 별길 와이너리의 주인 최영숙(48)씨도 오래도록 포도 농사만 해오다 2007년부터 와인 생산에 뛰어들었다. 최씨는 와인사업단이 실시하는 와인 양조 교육을 받고,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주로 남편이 포도 농사를 짓고, 최씨가 와인을 만든다. 사실 이 농가가 와인으로 얻는 소득은 아직 많지 않다. 대부분은 와인투어를 온 방문객들의 수요로 생긴다. 지난해 와인투어 차 영천시를 찾은 방문객은 2만여 명, 매출액은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 수익을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한 10여 개 농가가 나눠 갖는 식이다. 최씨는 “아직은 체험 온 단체 관광객들이 와인을 한 두 병씩 사가는 게 주수입원”이라고 말했다. 그에 비해 영천 금호포도영농조합법인 회원 50명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형 와이너리 ‘까브스토리’는 조금 더 발전한 형태다.

조합원들이 2002년부터 구상한 와이너리는 2009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매년 조합원들이 생산한 2000t의 포도 중 50~100t으로 와인을 만든다. 까브스토리에서 나오는 와인은 연간 5만병 수준이다. 김주영 까브스토리 대표는 “좋은 원료가 있으니 우리 것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캠벨얼리, 거봉 등은 모두 생과용 품종으로 양조용 포도에 비해 단맛과 신맛이 적다. 포도의 당은 알코올로 발효되고, 신맛은 산도에 영향을 미처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데 이 맛이 부족한 생과용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주스처럼 밋밋해지는 것이다. 까브스토리는 이를 극복하기위해 와인용 포도 수확을 10월 말까지 미룬다.

당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김주영 대표는 “늦게 수확한 포도의 당도는 최소 23브릭스(Brix·당의 함량을 나타내는 단위) 이상으로 최고 27~28브릭스에 이르기도 한다”면서 “포도가 골아서 손으로 만지면 당 때문에 찐득하게 달라붙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양조용 포도를 수확하기 때문에 설탕으로 가당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발효 기술이나 숙성 기술 모두 와인 선진국이 뒤지지 않아요. 현재 까브스토리에서 생산된 와인 전 품종은 어디에다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소믈리에들이 국산 와인을 아예 안 찾아요. 한번 맛이라도 보면 좋을텐데. 안타깝죠.”



한국 기후에 맞는 품종 찾아야그는 와인 양조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조용 포도와 생과용 포도가 다른데 생과용으로 출하하고 남은 포도로 와인을 만드니 맛이 좋을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처음부터 와인 만들 목적으로만 포도를 생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질이 좋지 않은 포도를 원료로 쓰고, 오크칩 대신 향이 나는 분을 뿌리는 곳도 있어요. 제대로 된 숙성 과정도 없이 제조한 해에 내다 팔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일부 관광객들이 기념품 삼아 국산 와인을 찾을 뿐 누가 마트에 가서 찾겠어요? 만드는 사람의 인식부터 개선돼야죠.”

그는 “정책적으로 와인 양조법을 통일 시키는 게 우선”이라면서 “프랑스의 카베르네 쇼비뇽, 호주의 쉬라즈처럼 우리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가장 적합한 품종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 또한 “포도의 경우 전체 공급량의 1% 정도만이 와인 제조에 사용되고 있을 만큼 절대 양이 적다”면서 “대부분 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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