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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결국 고객만 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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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할부금에 통신비 부담까지…이통사는 출혈경쟁에도 고객 잡기 안간힘



최근 스마트폰 가격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에 과도한 보조금이 투입되면서 비정상적 가격의 스마트폰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9월에 17만원 짜리 갤럭시S3 파동에 이어, 최근에는 1만원 짜리 옵티머스LTE2까지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칼을 빼들었지만 효과는 신통찮다. 현장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이동통신사 출혈 경쟁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방송통신위원회의 눈을 속이기위한 ‘꼼수 보조금’이 더욱 활개를 친다. 조사가 진행되는 주중에는 보조금을 내렸다가, 금요일 오후부터 보조금을 올려 주말 동안 바짝 가입자를 모으는 것이 다반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월 들어서만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은 휴대폰 1대당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80만원까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LTE 목표 달성에 쫓기는 회사들로서는 수능시험 후 휴대폰을 바꾸는 수능 특수를 놓칠 수 없다는 계산에서다. 시장이 달아오르자 어김없이 방송통신위원회 경고가 뒤따랐지만 이동통신사 들은 ‘네 탓 공방’에 여념 없다.



보조금 없이 고가 단말기 고객 유치 불가능시장에서는 이러한 보조금 출혈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소비자는 이왕이면 싸게 사고 싶고, 이동통신사는 가입자를 많이 모아야 한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손쉽게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뺏어오는 방법이 보조금이다. 투입되는 보조금 규모에 하루에도 많게는 수천 명의 가입자가 왔다 갔다 하는 통에 ‘경쟁사가 지르면’ 따라 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동통신사 역시 보조금 전쟁이 썩 내키지 않는다. 팔수록 손해인 경우도 많아서다. 그러나 경쟁사에 LTE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실제로 해당 기업들은 과도한 보조금 집행으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10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눈치를 보며 보조금을 줄였더니 소비심리 역시 위축 돼 번호이동 건수가 반 토막 났다. 설상가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11월 말경 조사를 마무리하고 12월에 순차적으로 이동통신 3사의 신규가입 모집금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이동통신사는 보조금 경쟁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나치게 비싼 휴대폰 가격을 지목한다. 출고가 90만원 대를 넘는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갤럭시노트2 등 100만원을 초과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보조금을 투입하지 않을 경우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통신서비스로 경쟁하기에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 보니 보조금을 통해 신규고객을 유치코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 단말기 비용으로 한 달에 3만~4만원을 지불하는 것이 모조리 ‘통신비’로 인식되면서 이동통신사가 가계통신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 역시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안승윤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의 통신비 청구서 금액 중 40% 이상이 단말기 비용”이라며 “통신비 인하 요구가 많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의원(민주통합당)은 “결국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보조금이 만들어 낸 ‘고가 단말기 가격 담합’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주객이 전도된 통신시장 마케팅을 유통시장 정상화 정책을 통한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통신비 인하’로 유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연스럽게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단말기 유통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자회사 SK네트웍스를 통해 단말기를 유통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상품매출액과 단말매출액으로 이를 재무제표에 기록한다. 3분기에만 단말기 매출이 각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SK네트웍스 30%, KT 25%, LG유플러스 3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기형적 휴대폰 유통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동통신사, 대리점, 판매점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현 구조에서는 소비자는 소위 ‘호객(호구+고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퇴근폰, 회식폰, 월급폰(단 한 대만 팔아도 그 날 판매점 직원들이 퇴근, 회식을 하거나 월급에 버금가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최근에는 꼼수 보조금 지급의 일종인 이면계약, 페이백(높은 출고가로 폰을 샀다가 이후 현금 지원을 받는 방식) 등도 다시 활개를 친다. 문방위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판매점, 대리점은 휴대폰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커녕 최대한 차감이 덜되고 마진이 많이 남는 제품만을 강요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정착 못하는 자급제용 휴대폰이동통신사 중심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타파하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월 1일부터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를 실시했다. 해당 제도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한 것이다. 이동통신사 대리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가전매장, 온라인몰 등에서 구입한 휴대폰이나 중고폰, 해외에서 사온 휴대폰도 유심(USIM:무선통신 가입자 식별정도를 담은 칩) 기기변경만으로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제조사가 자급제용 휴대폰 출시를 꺼리고, 약정 할인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외면 탓에 제도 정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출시된 저가 자급제폰은 단 2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가의 LTE 스마트폰에 밀려 3G 스마트폰 신제품은 시장에서 거의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게다가 완전 자급제가 실시될 경우 전국 4만6000여개에 달하는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도 없다.

무조건 최신, 최고 사양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통신 과소비 역시 유통구조 개선에 발목을 잡는다. 휴대폰 출고가는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데, 오히려 휴대폰 교체주기는 더욱 짧아진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24개월에 한 번 꼴이었던 휴대폰 교체주기가 최근에는 18개월까지 줄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한 해 한 번 휴대폰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2673만3000개,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1244만6000대의 휴대폰을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판매량은 대부분 교체 수요로 분석된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폰 가입자여서 휴대폰을 산다는 것은 대부분 전에 쓰던 제품을 교체한다는 의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대리점에 들어오는 고객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최고 성능 스마트폰부터 찾는다”라며 “국내시장은 저가-일반-고가로 뚜렷하게 구분된 해외 휴대폰 시장과 달리 고가 스마트폰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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