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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수도권 넘어 전국에서 고객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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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고객 늘어 성장률 두 자릿수…롯데·신세계 출점 경쟁



경기도 파주에서 만난 주부 박순자(55)씨는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 매니어다. 박씨는 “주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모 브랜드의 명품가방을 원하던 가격대에 구매했다”며 “시기를 잘 맞춰 가면 원하던 물건이 저가에 들어와 있는 경우가 있어 틈틈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월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매장인 아울렛(Outlet) 업계는 요즘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들 불경기라지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서다. 백화점 매출은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백화점 매출은 한 자릿수 성장아울렛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장 돋보이는 곳은 명품매장이 즐비한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유통업계 1위 롯데는 12월 2일로 개점 1주년을 맞은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의 1년 매출이 애초 목표보다 20%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

파주는 여주와 함께 최근 프리미엄 아울렛 시장이 급성장한 대표적 도시다. 이들 지역에 들어선 프리미엄 아울렛은 보통 서울에서 온 고객이 전체의 40%, 경기 지역 고객이 30%일 정도로 유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주로 주말이면 휴일을 맞은 직장인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도 이런 인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의 여주·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올 들어 매출이 10월까지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수도 10% 증가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여주의 경우 2008년 방문객이 250만명이었지만 올해는 연말까지 55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파주는 개점 1년 만에 450만명이 다녀갔다. 신세계는 2007년에 여주에서, 2011년에 파주에서 각각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었다. 이 가운데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국내 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프리미엄 아울렛의 주요 타깃은 30대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에서는 30대 고객이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30대 매출 비중은 30% 안팎이다. 신세계의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도 전체 VIP 고객 중 절반인 50%가 30대 소비자였다. 업계는 한창 가정을 꾸리며 합리적인 소비 방법을 모색할 시기인 30대의 가장과 주부들이 프리미엄 아울렛을 그만큼 애용하는 걸로 해석한다.

일반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은 보장된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대는 점점 자리 잡히기 시작한 본인의 경제적 능력을 외부에 과시할 수 있는 명품이나 감각을 뽐낼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패션 브랜드를 많이 찾는 연령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불황에 고가 브랜드의 구매를 평소 망설였지만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는 원하던 고가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0대의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아울렛의 다양한 매력을 이야기한다. 직장인 김선희씨(33)는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 의류들의 경우 처음 출시된 지 1~2년이 지났더라도 디자인이나 소재는 거의 그대로인 경우도 적잖다”며 “잘 고르면 신상품 못잖은 고가의 옷을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인데 제값 다 주고 고가의 의류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실속 있게 이월상

품을 기다렸다가 잘 골라 구입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현욱(36)씨는 “민자 니트나 단색 셔츠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옷들은 이월상품이라는 게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며 “간혹 백화점에서도 명품 할인행사를 열지만 비인기 상품만 나오는 경우도 많아 이동거리가 다소 있더라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인기 있는 브랜드의 특정 상품은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고되자마자 거의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도 생긴다. 아예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방문객도 늘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올해 7월에 국내에서 첫 아울렛 매장을 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PRADA)의 인기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곳은 개점 초기 한때 수백 명의 방문객이 몰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였다. 지금도 인기는 여전하다. 매장 옆에 있는 멀버리, 토즈, 마이클 코어스 등의 다른 유명 브랜드도 프라다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방과 지갑 등 꾸준히 팔리는 품목들 외에도 한겨울을 앞두고 장갑이나 코트를 찾는 방문객이 늘었다.

불황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프리미엄 아울렛 인기에 업계도 최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백화점이나 일반 할인점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이 신성장 동력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아울렛 소비자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경쟁업체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떠오른 대표적인 프리미엄 아울렛 격전지는 부산이다. 롯데백화점은 부산시가 기장군 일대에 조성 중인 동부산 관광단지에 2014년부터 프리미엄 아울렛을 착공하고 2015년 개점할 예정이다. 연면적 13만2000㎡, 영업면적 5만3000㎡로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 가운데 최대 규모다. 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 이사는 “기존의 롯데 아울렛들이 경기 침체에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전략적으로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이곳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점과 내년 9월 기장군에 개장하는 신세계사이먼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의 중간 지점이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점에서 동쪽으로 8㎞, 신세계사이먼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 부지에서 남쪽으로 14㎞다. 두 업체가 각각 예정대로 건립을 마칠 경우 부산 지역에서 프리미엄 아울렛 상권을 둘러싼 격전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동부산 관광단지는 인근에 송정해수욕장과 해동용궁사 등 관광 명소가 있고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골프장과 테마파크, 호텔 등 관광 인프라가 들어설 예정이라 프리미엄 아울렛을 함께 찾는 수요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에 선수를 뺏길 수 없다는 게 롯데의 입장이다.

롯데는 최근 프리미엄 아울렛 상권 장악을 목표로 잇따라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충남 부여에서, 하반기에는 경기도 이천에서도 각각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열 예정이다. 이미 있던 곳도 새로 손본다. 롯데는 2008년 문을 연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점을 내년 6월부터 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방문객이 늘고 있어 증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신세계도 반격에 나섰다. 비록 전국적으로 백화점이나 일반할인점은 점포수가 롯데보다 많지 않지만 애초 선도했던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뒤쳐질 수 없다는 각오다. 신세계사이먼은 2014년까지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지금보다 2배로 키워 아시아 최대 아울렛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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