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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 person of interest - ‘위대한 선수’의 험난한 도전

NB person of interest - ‘위대한 선수’의 험난한 도전

하키 선수 출신의 영국 중앙은행 신임 총재 마크 카니가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마크 카니는 1980년대 하버드대 하키팀의 골키퍼로서 완벽한 기록을 세웠다. 단일 대학 경기에서는 5분 54초 동안 슈팅 다섯 개를 막아내며 한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콜게이트대 팀을 10대 2로 완파한 그 게임에서 카니는 마무리 골키퍼로 활약했다. 다시 말해 기량도 뛰어났지만 경기에 투입된 타이밍도 아주 좋았다(he had excellent timing as well as skill).

캐나다 출신인 카니는 그로부터 25년 뒤 훨씬 더 미끄러운 ‘얼음판’으로 뛰어들었다. 2008년 초부터 캐나다 중앙은행(the Bank of Canada) 총재로 일하던 그는 지난 11월 말 영국 중앙은행(the Bank of England) 총재로 선임됐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중앙은행 총재 자리 중 하나다.

카니가 발탁된 가장 큰 이유는 2009년 캐나다는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2.77%를 기록하면서도 금융위기를 모면했고 정치적 피해가 큰 구제금융도 피해갔기 때문이다(미국과 영국은 구제금융의 여파로 몸살을 앓았다). 또 근년 들어 선진국들이 저성장과 이중침체(double-dip recessions)에 시달리는 동안 캐나다 경제는 견실한 성장, 낮은 인플레이션, 환율 강세(strong currency)라는 중앙은행 총재의 ‘해트 트릭(hat trick)’을 이뤄냈다.

그러나 콜게이트와의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카니의 성공에는 타이밍의 덕을 크게 봤다. “캐나다가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것은 카니가 잘해서가 아니다(Canada was free of crisis, but it wasn’t Carney that did it)”고 미국 러트거스대학 경제학과 마이클 보르도 교수가 말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캐나다 금융 시스템의 구조에 있다(It’s a much more deep-seated story having to do with the financial system’s design).”

캐나다의 금융 시스템은 중앙집권식이다. 강력한 단일 규제기구가 감독하는 소수의 금융기관들이 예금과 대출, 주식거래를 관할한다. 은행들은 부외 거래가 불가능하며, 서브프라임(subprim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손 대거나 입맛에 맞는 규제기구를 고를 수도 없다. 미국에서는 이 모든 일이 다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는 규제를 받지 않는 사금융(shadow banks)의 성장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은행이 파산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AIG나 리먼브라더스를 보라.

앞으로 영국 중앙은행에서 카니는 캐나다에서보다 더 큰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영국의 금융 시스템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정부의 긴축정책이 경제성장을 짓누른다. 유럽의 재정문제 또한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금융위기 당시 카니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학자 출신인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들보다 시장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훨씬 잘 이해했다는 관측도 있다. 토론토의 투자회사 글러스킨 쉐프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겸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2007년 11월 한 회의에서 카니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카니는 로젠버그에게 주택담보대출전문 거대금융회사 프레디 맥의 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회사는 파산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It’s insolvent). 프레디맥이 파산한다면 패니 메이(연방저당권협회)도 머지 않아 끝장날 겁니다(And if it is, Fannie Mae isn’t far behind).”

1988년 캐나다에서 ‘그레이트 원(the Great One)’으로 알려진 스타 하키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더 큰 기회를 찾아 해외로 이적했다. 그의 이적은 캐나다 국민의 비극이었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팬들도 지금 그 비슷한 슬픔을 느끼는 듯하다. 로젠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는 또 한명의 ‘그레이트 원’을 잃었다(Canada has lost another ‘great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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