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죄악산업이 뜬다
제3의 죄악산업이 뜬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덴버 시내, 스카이 라인을 이루며 반짝거리는 어느 고층빌딩 내부. 봉투에 돈을 넣는 마약상들의 태도가 몹시 조심스럽다. 아무도 건물에 들어설 때 출입자 기록부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방에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을지 모른다고 가정한다. 우리는 마약거래라면 흔히 무장 갱단이나 주차된 자동차 속의 청년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 거래상들은 우리의 그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린다(these dealers offer a surreal counterpoint). 거기에 있는 사람은 금융업계 베테랑, 아이비리그 출신 청년 두 명, 다수의 변호사, 그리고 경찰국장의 아들 한 명이다. 그들 곁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정부 로비스트 두 명, 그리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치 운동가가 있다. 주빈으로 참석한 주 상원의원은 봉투가 두둑하게 채워지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기부 한도가 얼마죠?” 거래상 중 한 명이 묻는다. “현금도 받나요?” 또 다른 이의 질문. 세 번째 남자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더 좋죠. 은행들이 우리와 거래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봉투가 건네져 다시 서류가 방에 담길 동안 방 안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두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치인이 말하며 차기 의정활동과 이들 그룹이 원하는 방향의 법률개혁으로 다시 화제를 돌린다. 여기서 다시 이들은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다. 청소년 마약남용 예방 프로그램과 ‘약물’ 운전을 규정하는 법안이 주제다(there’s talk of a youth drug-abuse-prevention program and a bill to define “drugged” driving). 한 시간여가 흐른 뒤 정치인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깔끔하게 다림질한 셔츠와 양복 상의 차림의 거래상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clap heartily).
참석자의 평균적인 모습은 35세 안팎의 나이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백인 남성이다(The average participant looks to be about 35, white and male, and on good terms with a barber). “고맙습니다.” 정치인이 가볍게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 드립니다.”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은 마리화나다. 하지만 길모퉁이에서 사고 팔지는 않는다. 콜로라도는 선진국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인된 영리목적 대마초 시장이다(is the developed world’s only regulated for-profit cannabis market). 고객은 의사로부터 처방을 받은 10만 명의 주민이다. 올해 매출액이 2억 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서 수천 만 달러의 지역·주·연방세 수입이 창출된다. 그렇다. 미국 법무부는 마리화나 거래를 단속하지만 미국 국세청은 거기서 세금을 걷어들인다.
세계에서 마리화나 거래 자유화 실험을 하는 곳은 콜로라도뿐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콜로라도가 가장 진화한 형태다. 네덜란드의 헷갈리는 도매 금지나 캘리포니아주의 어정쩡한 영리목적 금지 방식을 뛰어넘는다. 전 덴버 검찰청장은 그것을 캘리포니아 “초강력 버전”으로 표현했다(has called it California “on steroids”).
미국 연방법 아래서는 대마초 시장이 여전히 불법이다. 하지만 인식이 빠르게 바뀌어간다. 콜로라도 재배자들은 바로 그런 변화에 기대를 건다. 마리화나 상용자 수는 지난 5년간 300만 명 증가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시험 삼아 피우는 비율은 지난 30년래 최고 수준이다(the rate of high-school experimentation is at a 30-year high). 요즘 16세 안팎의 청소년이 시험 삼아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건 대체로 그냥 담배가 아니다.
12개 주에선 대마초 개인 소지를 사소한 교통위반처럼 취급한다(treat a personal stash like a minor traffic offense). 17개주는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한다. 또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이번 11월 미국 대선일에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는 마리화나 합법화에 투표할 듯하다. 의료 목적이 아니라 롤링 스톤 잡지가 최근 열광했듯이 “황홀감을 얻으려는 목적(for getting-high purposes)”이다.
그렇게 되면 40년에 걸친 싸움이 막을 내리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시작한 뒤 각양각색의 재능 있는 개혁가들이 넘겨받아 계속 확대해 왔던 싸움이다(a 40-year fight launched by boomers and carried through by a big tent of talented reformers, growing bigger all the time).
“마리화나는 새로운 게이 운동(Weed is the new gay)”이라고 테드 트림파가 말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던 콜로라도를 민주당 지지로 돌려세운 민주당 전략가다(a Democratic strategist who helped engineer Colorado’s flip from red state to blue). 요즘 그는 마리화나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내가 콜로라도에서 목격한 광경은 완전히 새로웠다. 자칭 “사회적 기업가들(social entrepreneurs),” 그린 러시(the Green Rush,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골드러시에 빗댄 말)의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과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들이다. 원하면 거의 어떤 진로든 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They could have done almost anything with their lives).
이들은 “내 형이 의사” 같은 말들을 대수롭지 않게 한다. 하지만 그들은 마리화나 사업을 선택했다. 유망한 시장이자 기적의 치료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합법화 운동이 수십 년 동안 계속 진행돼 오다가 갑자기 가슴 뛰는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social movement decades in the making and suddenly, thrillingly, near).
“이것은 우리의 페이스북”이라고 나를 초청한 사람 중 한 명인 노턴 아벨라에스가 말했다. 의료용 마리화나 약국 두 곳과 상업적 재배장 한 곳의 소유주다(the owner of two dispensaries and a commercial grow). “환경이나 무대, 사람들이 서로 같은 부류다.”
그는 의료용마리화나산업연합(MMIG)의 창립위원이었다. 이 막강한 신생 로비단체는 드럼을 치며 시위를 벌이는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대신 사법당국이나 정치인들과 손을 잡으려 노력한다(has buried the age of drum-circle activism and instead strives to partner with law enforcement and politicians).
시내 고층빌딩에서 하는 회의는 그들의 이사회였다. 의사당 건물에서 두 블록 떨어진 이곳에서 매주 모임이 열린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자신들만큼이나 보수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히는 게 그들의 목표다(it is their goal to dress legal pot in a style as conservative as their own).
그들이 전례 없이 뉴스위크를 초청해 시찰을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단체는 공식적으로는 합법화에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는 회원이 많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계에 ‘대마초’로 알려진 약품을 규제하고 과세하고 안전하게 판매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믿는다(believe their example demonstrates that the drug most of the world knows as “herbal cannabis” can be regulated, taxed, and safely sold).
“이것은 식물학계의 블록버스터(This is a botanical blockbuster)”라고 아벨라에스가 다소 반어적인 과장법으로 말했다. 주류문화로 파고드는 로비에 성공하기 전까지 연방정부로부터 철퇴를 맞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는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We’re the tortoise, not the hare)”라고 아벨라에스가 말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거북이가 이긴다.”
고속도로를 타고 로키 산맥을 향해 서쪽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덴버가 서서히 솟아오른다. 마치 손에 쥐고 흔들면 안에서 눈송이가 흩날리는 스노우볼 속의 도시 같다(rises like a city in a snow globe). 하지만 도심으로 빠지는 나들목에 이르기 전에 삭막한 산업지대,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들이 하역작업을 하는 화물열차 구역, 중장비, 다목적 창고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이 최소 9.3㏊의 면적에 펼쳐진 콜로라도 마리화나 산업의 요람이다. 시내 최고층 건물의 사무실 공간 연면적보다 넓다. 10월 초의 맑고 따뜻한 날 이틀에 걸쳐 이들 창고 중 세 곳을 시찰했다. 자칭 마리화나 사업 ‘마니아 무리(nerd herd)’인 MMIG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았다.
모두 영화 세트의 방음 스튜디오만큼이나 황량하지만 대마초를 실제로 보는 순간 얘기가 달라진다. 회색의 텅 빈 썰렁한 창고에 있는 동안 낮고 단조로운 전기 소리에 최면에 걸린 듯 머리가 멍해진다(your mind hypnotized by the dull hum of electricity). 하지만 다음 순간 여름 태양광선의 완벽한 환영 속으로 들어선다(The next you’re standing in a perfect simulacrum of summer sunshine). 수백 개의 근사한 녹색 식물들이 팬의 바람을 받아 가볍게 일렁인다. 실내에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흐른다. 또는 재배 책임자의 대마초 기호에 대한 판단에 따라 하드록 음악으로 흥을 돋워 주기도 한다.
어떤 방은 항상 수확기인 반면 다른 방에서는 항상 가공 단계에 있다. 태양이나 벌레가 없는 마법의 정원이다. 배나 비행기로 밀반입된 기존의 미국 마리화나는 더러웠다. 파도에 젖고 기름에 절거나 벌레가 우글거렸다(doused in ocean spray, soaked in fuel, or infested with spiders). 하지만 여기서는 아름답고 대단히 전문적인 제품이 생산된다. 도토리 크기의 꽃봉오리 수백 개에 THC가 이슬처럼 뿌려져 있다(hundreds of acorn-size buds flecked with crystals of THC). THC가 없으면 대마초는 여느 양치류나 다름 없다.
“이 통통하게 자란 놈을 보세요(Look at this fat boy).” 아벨라에스가 작고 굵은 대마초의 꽃봉오리를 두 손으로 모아 쥐며 말했다. “아름답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사업 전체에 어떤 미학적 가치가 있다. 방마다 제각기 안에서 다른 계절이 재현된다. 그리고 재배팀이 식물의 운명을 좌우하는 신 역할을 한다. 모든 생육실에 설치된 센서 덕분이다. 환경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문자 메시지가 관리자에게 전송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자연환경에 부합되는 환경이었다(was the one in sync with the natural world).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쬐며 자라는 대마초 군생이다. 대마초 잎들이 머리 위로 뻗어 올라 그림자를 드리운다(the pot leaves looming up overhead, casting shadows). 아벨라에스가 내 어깨 뒤에서 머리를 들이밀며 묻는다. “뭐라고 적는 거예요?” “큰 나무들”이라고 쓴 메모장을 보여준다. 그가 허리를 굽혀 8~10cm 굵기의 줄기를 손으로 감싸 쥐며 웃는다.
“나무나 다름없죠(That is a tree, bro).” 아벨라에스는 존 살펠드와 함께 콜로라도로 건너 왔다. 툴레인 대학 로스쿨 동창인 두 사람은 약간 특이한 커플이다. 아벨라에스는 키가 크고 올리브색 피부에 언변이 좋다(is tall, olive-skinned, and voluble). 제너럴 모터스 조립라인 노동자의 아들인 그는 장학금을 받아 오클라호마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할 무렵에는 양복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변신했다. 살펠드는 더 단신에 조근조근 말하는 스타일이다. 변호사의 아들인 그는 맨해튼을 거쳐 코넬 대학에 진학했다. 졸업할 때엔 상의 칼라까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장발이 됐다(came out with hair to his collar).
그들과 함께 덴버를 돌아다니는 동안 살펠드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아벨라에스는 계속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때로는 인기가수 그리고 그의 순회공연 매니저와 함께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felt like a night out with a tour manager and his talent).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뜻이 맞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there’s no doubt they have a bond). 툴레인 대학에서 처음 만난 뒤 서로 마리화나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6년 졸업 후 룸메이트가 됐다. 아무 열정 없이 의료과실 소송 변호사와 부동산 중개사로 일했다(working uninspiring jobs in medical malpractice and real estate).
그러던 중 경제가 붕괴됐다. 살펠드가 직장을 잃었다. 앞으로 무엇이 유망할지 함께 머리를 싸매고 토론하던 중(in the hands-onhead discussions of what opportunities might emerge) 아벨라에스가 콜로라도에서의 마리화나 사업을 제안했다. 살펠드는 “마리화나가 거기선 합법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들은 리서치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좋은 날씨, 마리화나에 수용적인 문화, 탄탄한 법률적 토대가 그 근거였다.
2009년 가을 그곳에 도착했다. 불과 몇 주 뒤 오바마 대통령이 주법을 “확실히 준수하는(unambiguous compliance)”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점은 단속하지 말라는 지시를 사법당국에 내렸다. 하루 밤 새 수천명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곧 콜로라도에서 마리화나 판매점이 스타벅스보다 많아졌다. 3km 남짓한 브로드웨이 중심가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공격적인 장사꾼들로 북적거렸다(became a thicket of smoke-inyour-face entrepreneurs).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5달러짜리 마리화나 담배를 팔고(hawked $5 joints), 샌드위치맨들은 반값 할인 판매를 알리는 광고판을 걸치고 돌아다녔다(bums in sandwich boards advertised two-for-one ounces). 옛 암시장 거래상들은 마리화나를 자루째 끌고 양지로 나왔다.
아발라에스와 살펠드에게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장 차림의 말끔한 판매자가 규칙과 규제에 따라 합법적인 마리화나를 정상적인 방식으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이대로는 오래가지 못할 게 뻔했다. 그들은 다른 마리화나 사업가들과 협력해 1284 법안의 통과에 힘썼다.
종자부터 판매까지 그 산업을 통제하는 논란 많은 기본 체계다(a controversial, seed-to-sale framework for controlling the industry). 중범자의 사업참여를 금지하고 많은 경우 여섯 자리(10만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도록 시장 진입장벽을 높였다(banned felons and in many cases put up six-figure barriers to entry). 사업인가를 받는 데만 1만 8000달러가 들었다. 특수단속팀의 운영에 필요한 돈이었다.
이 법이 신설됨에 따라 시장의 무려 절반이 강제 폐쇄됐다. 살펠드도 매장을 한 군데 잃었다. 기존의 다른 매장과 너무 가깝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필요한 절차였다. 사법당국자들도 인정하듯이 미국에 합법적 마리화나의 안전하고 제한적인 유통 기반을 마련했다.
살펠드와 아벨라에스 같은 자영 사업자들은 요즘 그 기준을 맞추려고 전력을 다한다. 각자의 사업에 100만 달러 이상을 쏟아 붓는다. 상당 부분 법규 준수와 관련된 개혁작업이다(much of it compliancerelated). “허튼 짓은 하지 않는다(There’s no bulls--t)”고 아벨라에스가 말했다.
마리화나 재배소는 보안 카메라, 재고 기록부, 전체 작물에서 수확한 마리화나의 반출 현황을 설명하는 상세한 공급 시스템을 갖췄다. 콜로라도주 당국이 하루 24시간 내내 확인 가능하다. 이 조항을 따르면서 그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법당국의 뜻에 대한 정중한 존중의 표시였다. “우리의 지상목표는 투명성과 신뢰”라고 아벨라에스가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마리화나 거래 합법화를 위해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there’s only so much the industry can do to legitimize itself right). 딕시 일릭서스(Dixie Elixirs)는 미국 최초의 전국 규모 마리화나 첨가 음료 메이커다(cannabisinfused-soda maker).
매일 아침 이 아무런 표지판도 없는 보틀링 공장 앞에서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거미줄 무늬 모양의 빵모자와 추리닝 바지 차림의 20대들을 위해 문을 열어준다. 살펠드의 회사에서 최고연봉을 받는 재배 책임자 조를 만났다. 그는 플란넬 파자마 바지와 ‘420 마리화나’ 티셔츠 차림으로 도넛 상자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아벨라에스와의 조심스러운 시찰은 대마초 마무리 가공담당 직원의 등장으로 잠시 중단됐다. 마법사 수염을 한 그는 마리화나를 주제로 한 ‘토킨(Tokin)’이라는 웹 쇼의 진행자다. 최고의 기술자는 모두 사실상 연방법 테두리 밖에서 불법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익혔다(All the best talent is de facto, developed in violation of federal law).
그리고 마리화나의 그늘진 뿌리와 합법화 직사광선 간의 이 같은 긴장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this tension between the shadowy roots of pot and the direct light of legalization pervades the industry). 콜로라도 주민 4000만 명 이상이 이 업계에 종사하며 그 중 수백 명이 1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다.
아벨라에스가 운영하는 리버 록(River Rock) 매장 두 곳과 살펠드 소유의 고급 부티크 ‘로컬 프로덕트 오브 콜로라도(Local Product of Colorado)’의 직원 수는 100명을 넘는다. 납품업자, 원예용품 도매업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소프트웨어 개발업자들이 물품대금을 수금하며 시설 내를 돈다. 마리화나 거래 덕분에 주 경제 전체가 타락의 조짐 없이 일어났다(The whole state has been buoyed by marijuana sales without evident decay).
하지만 아벨라에스와 살펠드, 그리고 나머지 업계 관계자 모두 연방법에 따르자면 엄밀히 말해 모두 중죄자들이다. 때문에 그들은 사업과 관련된 기본 서비스를 받지 못해 애를 먹는다(struggle for basic business services). 은행과 지주들은 그들의 돈을 받기를 꺼린다. 통상적인 융자, 보험 또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이들 매장에서의 거래를 승인해 주려하지 않는다.
판사들은 이들의 계약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국세청은 통상적인 사업공제를 허용하지 않아 많은 업체를 파산으로 몰아넣는다. 그들이 받을 수 있는 공제는 그게 전부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Not a whole lot of money is being made)”고 아벨라에스가 말했다. “모두가 밤잠을 설친다”고 살펠드가 덧붙였다.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마리화나 사업의 이 같은 어정쩡한 성격은 제품 자체에도 존재한다(This inbetween nature of the business is present in the very product, too). 의료용 마리화나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물론이다. 통증과 메스꺼움을 덜어주고 식욕을 북돋우며 수면을 유도하고 전반적으로 중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하지만 황홀감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약품이기도 하다. ‘행복감(bliss)’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명명된 두뇌 부위에 작용한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복용하고 싶어하는 약이다.
그런 이유로 암이나 녹내장 환자가 마리화나를 처방 받는가 하면 막연한 통증을 호소하는 청장년까지 복용한다. 따라서 “타박상을 입은 스케이트보더들(Skateboarders with bruises)”까지 복용한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다(is the running aside from critics).
의료용 마리화나의 처방도 어찌 보면 코미디나 다름 없다(is also a bit of a slapstick routine). 암에 걸렸다고요? ‘파인애플 수류탄(Pineapple Grenade)’ 또는 ‘외계 강아지(Alien Dog)’ 아니면 ‘망가진 얼굴(Face Wreck)’이라고 불리는 이 마법의 약을 써보세요. 의사의 처방을 받았다고요? 그렇다면 이 마리화나 가루를 호일 위에 올려 놓고 부탄가스 토치로 녹여 크랙 코카인용 파이프로 흡입해 보세요(Try smoking this dab of hash with a butane torch, some foil, and what looks like a crack pipe).
이른바 마리화나 컵이라는 축제도 있다. 술집을 여러 차례 전전하며 술에 떡이 된 듯한 취기와 성인 비디오에나 나오는 집단 추태가 어우러지는 목불인견의 현장이다(blend the sobriety of a bar crawl with the crowd behavior of the Adult Video News awards). 모두 의사의 승인 아래 이뤄진다. 때로는 의사가 현장에서 마리화나를 처방해 주기도 한다.
“대단히 울화가 치민다”고 살펠드가 이들 마리화나 시장의 반사회적인 측면을 가리켜 말했다. 하지만 덴버 미술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그의 매장 출입문 바로 안쪽에 마리화나 파이프 모양의 1.5m 트로피가 놓여 있다. ‘환자’를 보살핀 공로로 업계 단체로부터 받은 상이다.
어쩌면 콜로라도 현지에서 지역 최대의 마리화나 약국 비즈니스로 불리는 사업 형태에서 그 미래를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The future can be perhaps be glimpsed in what’s locally described as the biggest dispensary business in Colorado). 클리닉으로 불리는 매장 체인으로 MMIG의 후원을 받는다. 마리화나 사업의 의료와 라이프스 타일 측면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우리 환자들은 더 행복하게 산다”가 그 슬로건이다. 아마 합법화가 결정되면 분명 “더 행복하게 산다”로 축약될 듯하다.
클리닉은 축제에도 참여하지만 또한 술을 연상시키는 고급 시장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간다. 올해 초 신제품 리저바 프리바다를 선보였다. 이 신종 마리화나 담배에 오래된 고급 술 같은 브랜드를 붙였다(a new strain of smokable bud branded like a faux-old style of rum or bourbon). 한편 살펠드와 아벨라에스의 회사들이 어떤 고급 부르주아 보헤미안 제품으로도 통할 수 있는 브랜드 명칭(로컬 프러덕트, 리버 록)을 사용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말하자면 그 브랜드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성장이야말로 콜로라도의 마리화나 시장에 관한 최대의 관심사일지 모른다. 마리화나 업계의 새로운 거물들은 법과 정치에 굽실거리면서도 자신들이 역사적인 역할을 한다고 자부한다(Even as they curtsy to law and politics, the new moguls of pot revel in their historic role).
역기능적인 마리화나 금지 시대에 등장한 개척자들로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된다고 믿는다. 어떤 이는 매장이 학교에 너무 가깝다고 지적한 연방 당국의 경고장을 액자에 넣어 걸어 놓았다(One framed the federal letter). 통화 중 딸깍 소리, 매장 앞의 표시 없는 밴 등 마약단속국의 감시 징후를 신나게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주 의회에서 합법화가 결정된다해도 연방법을 따라 ‘환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건너편에 큰 돈이 기다린다는 사실도 잘 안다. 현재 시장의 최소 10배다. 10억 달러의 잠재 수입이 추가로 생긴다. “모두 눈동자에 달러 신호가 켜
진 듯하다(I think we all saw dollar signs in our eyes)”고 한 이사가 이 사업에 뛰어든 동기를 설명했다. “앞날이 밝다”고 다른 사람이 덧붙였다.
마리화나 첨가 음료회사 딕시일릭서스의 트립 케버 사장이 가장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낸다. 애스펀에 집을 두 채 소유한 40대 부자다. 십대 초반의 딸을 하나 둔 그는 이상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팔아 넘기기 위해 회사를 세운다(I make companies to sell companies)”고 말하는 그의 손목에서 롤렉스 시계의 푸른 숫자판이 번쩍인다. “내게 좋은 조건의 인수제의를 하면 나는 미련 없이 황금주머니를 차고 석양 속으로 떠나가겠다(Make me an offer, and I’ll ride off into the sunlight with saddlebags of gold).”
최고 입찰가에 회사를 팔겠다는 말이 그냥 허풍은 아니다(He’s not just blowing smoke). 이미 필립 모리스가 그 지역에서 창고 공간을 임대했다는 루머가 널리 퍼졌다. 그 회사와 그 경쟁업체들은 모두 부인한다. 하지만 엑스칼리버의 파트너 키스 버딕은 “그에 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엑스칼리버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독립적인 노브랜드(generic-brand) 담배 회사다. “장담컨대 여기에 분명 담배회사가 들어온다”고 존 위켄스가 말했다. 마리화나 재배자들을 대상으로 상업용지를 매매 또는 임대해 온 부동산 중개인이다. 지미 카터 정부의 마약 단속 책임자였던 피터 본은 담배 회사 경영자들이 환경이 바뀔 경우에 대비한 마리화나 사업계획을 자신에게 귀띔해줬다고(tobacco executives shared their marijuana contingency plans with him) 뉴스위크에 말했다.
주류와 담배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애주가와 애연가들로부터 이익의 80%를 올린다. 따라서 마리화나 판매상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콜로라도의 신생 마리화나 산업이 우리의 고혈을 빨아먹는 제3의 거대 악덕기업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That would mean Colorado’s burgeoning pot business could be the basis for a third huge, blood-sucking vice industry).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애연가들을 계속 부추기는 사업방식에 의존할 테니까 말이다(dependent on converting kids and supporting heavy users). 이 같은 가능성을 아벨라에스에게 제기하자 “절대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의학과 사회발전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 감동적이고 설득력있는 주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을 가리켜 “그들에게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가족을 고용한다. 그들은 분명 사람들을 도와주지 해치지는 않는다(They are about helping people, not hurting people)”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어주고 싶지만 이사회가 끝난 뒤의 상황은 달랐다. 8명 가량이 술을 한 잔 하러 나갔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동네 선술집이 아니라 처칠 바였다(I found myself not in one of Denver’s dive bars, but the Churchill Bar). 시내 최고급 호텔인 브라운 팰리스 내에 있는 흡연 클럽이다.
본드걸 같은 웨이트리스가 최고급 술을 계속 내오고 전자 마리화나 담배 시제품도 등장했다(a Bondgirl waitress delivered round after round of top-shelf conviviality and an electronic joint prototype appeared). 30년 뒤 마리화나가 합법화됐을 때 이들의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지금과 똑같이 여유롭고 멍하니 앉아 있지만 그때는 더 뚱뚱하고 머리가 벗겨지고 유명한 부자가 돼 있을 듯하다(fatter, balder, and famously 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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