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금으로 김 빼고 빅 2 나눠먹기로 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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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는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속성인 시원하고 깨끗한 맥주 속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산 맥주가 싱겁고 맛 없다는 인식은 각국 소비자 선호도, 맥주 제조기법을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오비맥주가 생산하는 카스는 대한민국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 맛을 구현하고 있다. 고급 원료를 사용한 일부 맥주를 제외하고 수입맥주와 국산은 그 특성이 다를 뿐 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오비맥주 관계자)
하이트·오비 맥주시장 95% 장악‘한국 맥주가 맛 없다는 인식이 많다’는 지적에 대한 국내 양대 맥주회사의 항변이다. 11월 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맥주’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후 ‘맛 없는 국산 맥주’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맥주 애호가들과 많은 네티즌들은 이 기사에 큰 공감을 나타냈다.
기사에 달린 수백 건의 댓글에는 “한국 맥주는 물 탄 것처럼 밍밍하다” “맛이 다 거기서 거기다” 등의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소셜미디어(SNS) 분석 전문회사인 다음소프트가 지난 5년간 블로그, 트위터에 올라온 맥주 관련 글 25만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 맥주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36%로 외국 맥주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경우보다 10%포인트나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약 4조원. 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고 있다. 국산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5%, 하이트진로 45%다. 국내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5% 안팎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두 회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일단 ‘맛 없는 한국 맥주’ 자체를 부정한다. 외국 맥주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이트진로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는 한 양조기술자는 “최고 품질의 맥주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왔다”며 “우리 맥주를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용으로 마시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소‘ 맥 문화’ 덕분에 맥주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이트진로 분기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최근 회식자리에서 맥주에 양주 대신 소주를 섞는 소맥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맥주 및 소주는 긍정적인 기대가 있는 반면 양주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류산업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맥주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전망이 밝지 않았지만 최근 소맥문화 확산으로 성숙시장으로서 성장 정체 상황을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 한국 맥주 맛 따분해”두 맥주회사는 국산 맥주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부정적인 평가도 반박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맥주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의견은 맛이 없다는 것보다는 다양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외 여행, 유학 중의 외국 맥주를 경험해보고, 국내에 많은 종류의 수입맥주가 수입되고 있어 국내 맥주의 다양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측은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이 특징인 유럽풍 맥주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국산 맥주가 싱겁고 맛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 느낌일 뿐 객관화하기 힘들다”며 “맛의 판별은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국산맥주보다 수입맥주가 더 맛있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다른 관계자는 “국산 맥주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블로거나 소비자를 만나보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맛이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맥주 애호가는 “해외에 있는 중국 식당에서는 칭다오 맥주가 나오고, 일식당에서는 아사히가 나온다. 심지어 태국 식당이나 필리핀 식당에서도 자국 맥주가 나오는데, 과연 해외에 있는 한식당에서 카스나 하이트를 찾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한국 맥주를 어떻게 평가할까. 주한 외국인들에게 한국 맥주는 ‘한국인 친구들과 폭탄주를 마실 때나, 아니면 치킨집에 갈 때 대안 없이 마실 수밖에 없는 맥주’ 정도로 낙인 찍혀 있었다. 제대로 된 맥주를 즐기고 싶을 땐 알음알음으로 소문난 수제(手製) 하우스맥주집을 찾는다고 한다.
피터 벡 아시아재단 대표는 직업상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맥주를 접했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89년 한국에 처음 왔는데, 그 때 마신 한국 맥주의 첫 인상은 ‘좋지도 나쁘지 않다’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떠냐”고 물어보자 “솔직히 한국 대기업 라거 맥주는 맛이 밍밍해(boring) 폭탄주에나 어울린다. 폭탄주를 억지로 마셔야 할 자리에서만 한국 대기업 맥주를 마신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주한 영국 언론인’으로 소개하는 앤드류 새먼은 『Seoul Food Finder(한국음식 기행)』란 책을 펴낸 음식 비평가 겸 저술가다. 그는 한국 맥주를 한마디로 ‘맥주의 맥도널드’라고 정의했다. 맥도널드처럼 마케팅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무도 훌륭한 음식(맥주)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맥주의 성향은 ‘맥주의 지나친 미국화’다. 세계 3대 맥주의 전통이 벨기에·영국·독일 등 유럽에 있는데, 한국은 ‘지나치리만큼 가벼운 풍미의 따분한 미국 맥주’만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미국에도 최근 고품질의 수제 하우스맥주(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 일부는 최근 세계적 수준의 맥주로 떠오르고 있다. 새먼은 “그간 미국을 따라온 한국 맥주산업이 미국의 최신 경향은 아직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맥주 민주화’를 말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마당에, 맥주 관련법은 여전히 거대 맥주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 전통 음식은 고추ㆍ후추ㆍ마늘 등 양념이 강하고 풍미가 깊은데, 맥주 맛은 지나치리만큼 밍밍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지난 수년간 막걸리 시장에 있었던 규제 완화의 바람이 한국맥주 시장에도 불기 바란다”며 “그때가 되면 한국의 고유한 풍미가 첨가된 필스너나 에일ㆍ스타우트 등의 다양한 맥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다니엘 튜더는 11월 24일 ‘강렬한 음식에 따분한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기사로 한국 맥주에 대한 비판의 불을 댕긴 인물이다. 그가 느끼는 한국 맥주의 인상은 ‘밍밍하고 물 같지만 더운 여름날 오후 3~4시에 야외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그는 “한국 친구들과 치킨집에 자주 가는데, 한가지 맥주밖에 마실 수 없다”며 “한국 맥주를 싫어하진 않지만, 다양한 한국 맥주를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대기업 맥주회사들은 한국 맥주의 다양성의 부재를 자신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매년 수 천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을 구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은 시원하고 상쾌하며 목넘김이 부드러운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의 니즈(needs)가 있으면 언제든지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도 하고 준비도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라거 맥주 외에도 에일 등 다양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한국인의 음주습관이나 기호에 따라 아직은 소량 생산 맥주에 대한 시장성이 형성되지 않은 탓에 라거 외에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내놓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맥주회사 기술력 부족 논란도하지만, 한국 맥주의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맥주회사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100년 노하우를 지닌 일본과 같은 맥주 선진국의 40일 숙성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효모(이스트)와 맥주 거품을 내는 기술력의 차이가 단적인 예다.
이 관계자는 “아사히, 칼스버그 등 세계적 맥주 회사들은 자신들만의 효모를 개발해 사용하는데 이는 영업비밀이라 우리가 쉽게 취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맥주와 공기의 직접 접촉을 막아 산화를 방지하고 특유의 향취를 오래 유지하도록하는 거품의 포지력(抱持力)도 중요하다”며 “한국 맥주는 이 부분에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맥주 회사들이 좋은 품질의 맥아(맥주 주원료)를 확보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맥주 기업 삿포르는 맥아의 원재료인 양질의 보리 확보를 위해 국내외 특정 농가를 지정해 직접 관리한다. 삿포르 판매부 쿠쓰나 야스노리(忽那泰範) 매니저는 “맥주는 자연 발효 식품이라 원료가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포도로 만드는 와인처럼 원료로 맛의 등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뭄으로 포도 작황이 나빠지면 와인 맛이 떨어지듯이 맥주도 보리가 재배되는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쿠쓰나가 밝힌 삿포르의 맥주 보리 재배 국가는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덴마크, 영국, 일본 등 7개국이다.
반면 국내
과도한 규제가 기형적 시장 만들어실제로 국내 맥주시장 진입 장벽은 높다. 브루마스터(Brew Masterㆍ맥주 제조공정을 관리하는 전문가)인 윤정훈(43)씨는 “오죽하면 중국 땅에 공장을 짓고 맥주를 만들어 한국에 들여올 생각을 했겠느냐”며 “맥주시장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열리는 각종 세계 맥주대회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소규모로 맥주를 제조하는 ‘하우스맥주’ 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국을 떠났다. 국내 두 곳의 하우스맥주 매장에서 브루마스터로 일했지만 수지타산을 맞추며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높은 세금과 제한적 유통, 과도하게 요구되는 설비 등 각종 규제였다고 한다.
윤씨는 “내 나라에서 사업을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한국의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중국에서 맥주를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는 식으로 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관세가 붙더라도 불합리한 제도가 발목을 잡는 한국보다는 사업 여건이 더 낫다는 것이다. 윤씨는 현재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맥주제조공장을 완공하고 수출 관련 인허가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윤씨가 지적한 과도한 세금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맥주에 원가대비 72%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생산 규모와는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한국의 주세는 ‘양’이 아닌 ‘원가’를 과세의 표준으로 하는 ‘종가세’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하면 고정비 분산으로 출고가격이 낮아지므로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한 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가 ‘양’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소량이지만 다양한 맛의 맥주를 만들어내는 하우스맥주는 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다. 종가세 체제하에서는 원가가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하기 때문에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전국 유통망을 독점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맥주와 달리, 하우스맥주는 동일인 명의의 업장 내에서만 맥주를 판매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브루마스터 윤씨는 “수년 전 소규모 맥주 시장에 뛰어들 뜻을 가진 지역 소주 제조 회사 몇 군데서 연락이 와 논의를 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아 사업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계획 단계에서 접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다양한 맛 즐길 권리 있어인터넷 맥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 맥주 동호회 운영자 이모(32)씨는 “한국의 맥주시장은 5%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95대 5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도 맥주 소비자의 95%는 BMC(버드와이져-밀러-쿠어스로 미국의 3대 맥주 브랜드)를 찾는다”며 “모두 라거(Lager) 스타일의 맥주로 유럽인들이나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밋밋하다거나 맛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맥주를 싸잡아 맛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맛을 충족시키는 소규모 맥주 제조사가 2000개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라거 스타일 일색인 우리의 맥주 시장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다. 취미로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홈 브루잉’ 동호인 김모(35)씨는 “우리 맥주 맛을 비판한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고국인 영국은 에일 맥주의 종주국이지만 사실 95%에 달하는 대중들은 칼스버거나 하이네켄 같은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소비한다”며 “그럼에도 하우스맥주 시장이 열려 있어 다양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우스맥주와는 별개로 좀 더 규모가 크고 전국 유통망을 갖춘 중규모의 맥주 제조사가 나오는데도 걸림돌이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부터 유통, 시설기준 등에서 진입장벽을 낮추도록 관련 부처에 권고해 왔다. 그 덕에 2010년 말 맥주 제조를 할 수 있는 시설기준이 일부 완화됐다. 그동안 일반맥주 제조면허를 따는 데 필요한 1850㎘의 저장조 시설기준이 100㎘ 이상으로 대폭 낮춰진 것이다. 그 결과 78년 만에 제3의 일반맥주 제조면허 업체(세븐브로이)가 생겼다.
하지만 개정된 시설기준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높은 편이다. 주류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국세청 등의 강한 반대도 걸림돌이다. 탈세와 위생에 대한 우려가 반대의 주 이유다. 주무부처가 보완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행정편의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주류행정을 담당하는 국세청은 “주류산업 규제를 풀 만큼 풀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국세청이 주류행정 독점권을 풀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푼 것은 것의 없다”며 “국세청은 주류행정을 권력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절대 안 놓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세금체계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제 3의 맥주회사가 등장해 시장에 안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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