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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 해외 사업 요충지

아시아가 해외 사업 요충지

나가이 코지 노무라 홀딩스 그룹 CEO…유럽·미국 조직은 축소



최근 노무라 홀딩스는 창립 이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와 유럽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노무라 홀딩스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들어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유럽 재정위기가 덮친 데다가 봄에는 내부거래자 문제까지 일어났다. 올해 8월 홀딩스 전체를 이끌기 시작한 나가이 코지(54)는 9월에 2016년까지의 중기계획을 발표했다. 폭풍우 속을 항해 중인 노무라를 어떻게 이끌까.

중기계획은 어떠한가?

“이번 계획을 통해 약속한 것은 주당순이익(EPS)을 50엔(2012년 3월 말 3.2엔)수준으로 올려놓는 것이다. 세금공제 전 이익으로 환산하면 약 2500억엔이 된다. 리먼 쇼크 전까지 EPS는 100엔에 가까웠다. 본심은 100엔으로 되돌리고 싶다. 일단은 창업 90주년을 맞는 2016년 3월까지 50엔을 달성하겠다. 우선 증권 및 투자은행 사업을 축소해 10억 달러의 비용 삭감을 단행하고, 해외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을 것이다. 감축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진행한다. 10억 달러 중 80%는 내년 3월까지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런던에 집중해 있던 파생금융상품 부서를 일본이나 미주로 분산시켜 유럽의 적자 축소를 도모할 것이다. 유럽 인원을 삭감했다고는 하나, 아직 약 4000명 규모이다. 이에 반해 2400명 수준인 미주 인원의 불균형도 시정할 것이다. 구조개혁은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노무라의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중 최저 수준이다. 등급이 낮은 회사의 재건치고는 기간이 너무 길지 않은가?

“단 한번 승부수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만일 실패해서 한 단계 더 등급이 내려간다면 노무라는 해외에서 전면 철수해야 하고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일개 증권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부담은 떨쳐낼 수 없다. 내일 당장이라도 긴급회견을 열어 ‘노무라는 해외에서 전면 철수합니다’라고 발표하면 등급도 주가도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안주하면 3~5년은 괜찮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몇 년 더 CEO를 계속할지는 모르지만 내 재임 기간만을 생각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런 판단을 하면 10년 후 노무라는 없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일본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갈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본 기업은 돈이나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내수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 기술과 노하우를 수출하려고 하는데 그 때 누구와 상담할 것인가? 메가뱅크의 기반은 탄탄하지만 다른 대기업을 손에 넣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힘있는 기업일수록 자기들끼리 움직이려고 한다. 독립적이면서 글로벌 한 가격 책정 능력을 가진 증권회사가 절대적 필요한 이유다. 거기에 우리의 존재가치가 있다.

확실히 지금은 힘든 시기다. 등급도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참고 이겨낼 수밖에 없다. 국내에 머물러 있으면 10년 후에는 해외 자본에 인수될지도 모른다. 내 역할은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앞으로 또 태풍이 찾아와 배가 가라앉으려 하면 국내시장으로 회귀하자고 말을 꺼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화에 대한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세계적으로 금융·증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노무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즈니스의 선택지가 줄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경쟁상대와의 관계에서는 우리가 우위에 서게끔 작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유럽의 거대 투자은행은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거대 스위스 금융인 UBS는 채권투자에서 전면 철수하기로 발표했다.

독일 은행의 주식부문은 아시아에서 철수한다고 한다. 은행 부문을 가지고 있으면 자산이 커져 규제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빈틈을 노리는 경쟁회사라면 규제의 영향을 덜 받겠지만 단독 생존은 어렵다.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원래 노무라가 잘하는 분야는 고객 비즈니스다. 레버리지 효과(빚을 지렛대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를 이용한 거래에는 서툴러 과거에 실패도 있었다. 그 결과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무라는 미국이나 유럽 투자은행과 다른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 만큼 규제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앞으로는 장점을 좀더 강화해 고객의 요구가 있고, 승부수가 있는 곳에 집중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미국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철수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아시아에 입각한 글로벌 금융 서비스 그룹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아시아는 간접금융 중심이다. 수익을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정확한 지적이다. 확실히 2016년 3월까지 아시아에서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화에 대한 생각을 저버리지 않는 것은 고객의 해외 진출을 금융 면에서 돕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특히 아시아에 집중하는 이유다. 나는 사내에서 ‘아시아를 메인 시장으로 하자’고 이야기한다. 고객과 마찬가지로 우리들도 축적한 노하우를 아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아시아를 하나의 범주로 보고 운영한다. 단 거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5000달러를 넘어 가계 부문에 돈이 쌓이지 않으면 중간부유층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과거 30년 사이 개인의 금융자산이 3.7배 늘었다. 한편 노무라의 고객자산 잔고는 이를 웃도는 4.8배를 달성했다. 특히 2002년 이후 개인 자산은 계속해서 상승세인데 우리는 약 60% 신장했다. 그것은 노무라가 일본 내에서는 유일하게 리테일과 홀세일을 함께 운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무라의 성공 모델을 아시아에도 수출할 것이다. 아시아는 국가에 따라 증권제도도 세제도 다르다. 아시아의 인프라 수요는 굉장히 방대하기 때문에 론이나 공적 금융만으로는 대응해 갈 수 없다. 앞으로는 엔화 기준의 채권시장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다.”

규제강화로 자산 관리가 어려워졌다. 노무라 그룹은 너무 비대하지 않은가?

“현재 당사의 자산은 그다지 거대하지 않다. 2001년 홀딩스 설립 시에 핵심 사업만 산하에 두고 노무라 부동산이나 노무라 종합연구소 등은 주식을 공개해 자립했다. 자산 정리는 이미 끝났다. 단, 핵심 사업의 지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형태는 바뀔지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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