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WOMAN - 커피잔 각도만 봐도 리필 타이밍 알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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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미소, 사근사근한 말투, 세련된 매너로 고객을 맞이하는 직원들. 호텔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호텔산업은 전통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드문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니어급 직원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 관리자급으로 올라가면 180도 달라진다.
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 총지배인은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한국인 남자 총지배인을 찾기도 힘든 마당에 여성은 눈을 씻고 봐도 잘 안보인다. 이비스 앰배서더 강남의 송연순 총지배인은 이런 점에서 호텔리어를 꿈꾸는 여성들의 희망이다.
그녀는 경희대 영어통역과(현 관광학부)를 졸업한 뒤 1986년 그랜드 하얏트 호텔(당시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노보텔 앰버서더 강남의 론칭 멤버로 합류한 그녀는 2009년 앰버서더 독산의 부총지배인을 지냈다. 당시 국내 앰배서더 호텔 최초의 여성 임원이었다. 2011년 1월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외국계 체인 특1급 호텔 총지배인 자리에 올랐다.
여성이 선호하는 업종임에도 여성 총지배인이 나오지않는 이유로 그녀는 보수적인 업계 문화를 지적했다. 그녀는 “개방적인 분위기일 것 같지만 보수적인 직업”이라며 여성 총지배인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피텔·노보텔·이비스 등 국내에 잘 알려진 호텔이 속해있는 프랑스의 호텔그룹 아코르의 경우도 여성 총지배인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2015년까지 이를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본사의 목표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 총지배인은 하지만 스스로 실력과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일하다가 조금만 힘들면 결혼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수입으로 살 궁리를 하는 여성이 있는 것 같아요. 가정을 돌보는 것이 비생산적이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게 투자 많이 해서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쉬는 것은 낭비라고 봅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그녀는 육아와 가정살림을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후배 워킹맘들이 “자녀의 학업 성적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찾아서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잖아요. 좋은 대학과 직장에 가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는 송 총지배인은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사교육을 아예 안 시켰더니 고학년 때 같이 놀 친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뚫고 여성으로 특급호텔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그녀의 성공비결은 뭘까. “원래 제 분야는 객실 쪽이었어요. 그 후 매출 담당 매니저로도 일했죠. 총지배인에 지원하면서 두 분야에 모두 정통해 오너와 고객이 모두 좋아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호텔리어가 갖춰야 할 자질로 그녀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다. “커피숍을 예로 들어볼까요? 고객의 커피잔에 커피가 얼마나 남았는지 안 보여도 마시는 각도만 보고서도 리필을 권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소만 짓고 있다고 좋은 서비스는 아니죠.”
경력만 보면 승승장구 해왔을 것 같은 송 총지배인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첫 직장이었던 하얏트에서 3년간 근무한 후 담당 업무에 실증을 느낀 그녀는 뭔가 다른 전문적인 일을 배워보고 싶어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담당부서의 업무를 겨우 익혔는데 호텔 전체의 일을 배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일본에서 태어난 조카가 있어 일본어를 배울 생각에 건너갔죠. 친척 중에 건축 디자인을 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 일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어학과정을 마치고 일본 중앙공대에 들어갔습니다.”
내국인 총지배인만의 경쟁력 있어통역전공의 ‘문과생’ 출신에게 건축관련 공부는 만만치 않았다. 결국 첫 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후 한국에 돌아와 때마침 문을 연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다시 호텔리어의 길을 가게 된다. “그래도 일본어 공부를 한 덕을 많이봤어요. 일본인들은 아직도 호텔을 고를 때 일본어를 하는 직원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현재 코엑스와 테헤란벨리에 인접한 도심형 비즈니스 호텔인 이비스 앰배서더 강남의 고객 중 일본인 비중에 가장 높다.
그녀는 고객은 물론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내국인 총지배인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저희 호텔의 경우 고객의 75%가 외국인입니다. 하지만 직원은 100% 한국인이죠. 그런데 외국인 총지배인이 2년 계약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익숙해질 만하면 떠난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국내 호텔 서비스 수준도 국제화 됐기 때문에 한국인 총지배인이 여럿 나올 때가 됐습니다.”
내국인 총지배인의 경쟁력과 관련해 그녀는 지난 두 근무지 경험을 예로 들었다. “부산 노보텔에 근무할 때 직원들이 ‘예전에는 총지배인이 너무 높은 존재여서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같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니까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앰배서더 독산 부총지배인 시절에는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디저트가 나갈 때쯤 하객 테이블을 돌며 반응을 듣기도 했어요. 외국인들이 하기는 힘든 일이죠.”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앰배서더 호텔은 총 11개로 2015년까지 9개가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송 총지배인은 호텔 수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분야의 여성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여성들도 우리나라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호텔산업에서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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