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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싱가포르 거쳐 상하이 노린다

CEO - 싱가포르 거쳐 상하이 노린다

美 스무디킹 본사 인수 계기 글로벌 시장 공략…미국 남부에 매장 1500개 추가



스무디즈코리아가 미국 본사 인수 이후 첫 해외 점포를 열었다. 스무디즈코리아는 2012년 12월 12일 낮 12시, 싱가포르의 가장 큰 번화가인 ‘오차드로드’에 위치한 쇼핑몰 센터포인트 1층에 스무디킹 싱가포르 1호점을 오픈했다. 스무디즈코리아의 싱가포르 진출은 글로벌 경영전략의 첫 결실로 7월 미국 본사 인수 이후 5개월 만에 이뤄낸 것이다.

스무디킹 싱가포르 1호점이 있는 오차드 로드는 대형 쇼핑몰, 레스토랑, 호텔이 몰린 황금상권으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센터포인트 쇼핑몰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쇼핑객의 필수 코스다.

스무디즈코리아가 미국 본사 인수 후 첫 해외 진출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는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소비·유통 트렌드를 주도하는 관광·쇼핑 명소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수만 1000만명으로, 1년 관광수입이 180억 달러에 달한다. 아시아의 관광·쇼핑 메카인 싱가포르야말로 스무디즈코리아의 향후 아시아시장 확대를 위한 허브 기능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무디는 원래 1973년 간호사 출신인 미국의 스티브 쿠노(65)가 개발한 기능성 과일음료다. 그는 이 음료에 ‘스무디킹’이란 브랜드를 달아 뉴올리안즈, 마이애미 등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40년 이상 키워 전 세계에 700여개의 매장을 두었다. 그런데 2012년 7월 7일 한국 가맹사업자격인 스무디즈코리아가 스무디킹 미국 본사를 인수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국 프랜차이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사건의 단초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7월 초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의 스무디킹 본사에서는 가맹점주들의 연례 모임인 ‘글로벌 가맹점주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었다. 김성완(42) 스무디즈코리아 사장은 스무디킹 창업자 스티브 쿠노 회장의 눈치를 살피다 그에게 두 장짜리 메모지를 건넸다.

메모지에는 스무디킹 본사의 개략적인 재무구조와 인수 희망금액(2500만 달러) 등이 적혀 있었다. 쿠노 회장은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이런 제안을 해줘서 고맙고, 스무디킹 브랜드를 이렇게 사랑해줘서 더욱 고맙다. 만약 내가 브랜드를 팔게 될 때가 오면 당신을 1순위로 기억하겠다.”



싱가포르 찾는 관광객 필수 코스에 입점갑작스런 제안에 쿠노 회장이 화를 낼까봐 조마조마했던 김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쿠노 회장을 만날 때마다 인수의사를 밝혔다. 3년에 걸친 집념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스무디즈코리아는 5000만 달러(약 571억원)에 스무디킹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국민연금이 출자한 ‘스탠다드차타드 사모펀드(SCPE)’로부터 5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SCPE는 스무디즈코리아 지분 40%를 갖게 됐다. 김성완 사장은 7월 13일 뉴올리언즈 본사에서 스무디킹 대표에 취임했다.

그가 스무디를 접한 건 미국 보스턴대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였다. 당시 미국 생활에 적응이 안 돼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피우고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등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그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즐겨 마시던 게 바로 스무디였다.

UC어바인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1999년 귀국한 그는 아버지 김효조 회장이 경영하는 경인전자의 이사를 맡았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엔 미국에서 접했던 스무디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가업을 이어 정통 제조업체에 몸 담고 있었지만 마음은 서비스업을 떠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버블 붕괴를 목격했죠. 연일 상한가를 찍던 기업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수십년간 흔들리지 않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힘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전자회사들도 부침이 심하지만 외식 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브랜드를 잘 만들어놓으면 제조업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고용 창출 효과도 뛰어납니다. 외식 등 서비스업은 경영자 역량에 따라 브랜드를 급속히 키울 수 있다고도 생각했죠.”

2003년 드디어 스무디킹의 한국 사업권을 따냈다. 그렇게도 원하던 서비스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초기 5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죠. 스무디킹 초기 매장은 주로 서울 강남역, 명동, 홍대앞, 신촌 등 황금 상권에 있었어요. 점포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죠. 그럼에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원들과 제 꿈을 공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경영상황이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김 대표는 본사 인수라는 히든카드를 마음속에 숨겨놓았다. “30대 후반부터 ‘200여명의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내린 결론이 ‘글로벌 브랜드의 오너’가 되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쿠노 회장에게 브랜드를 사고 싶다고 했죠. 이 제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를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드디어 쿠노 회장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1년의 일이다.

“2011년 가을부터 본사 인수 건이 가시화됐습니다. 쿠노 회장이 먼저 연락을 해서 보자고 했죠. 미국에 갔더니 ‘아직도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고, 재무제표를 주면서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인수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겁니다.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글로벌 오너가 되기 위해 어느 시장으로 발을 넓혀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2017년까지 글로벌 점포망 2000개로 확대김 사장에게 남은 과제는 스무디킹을 강력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키우는 일이다. 그동안 스무디킹 매장은 미국과 한국에만 집중돼 있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직접 진출 방식으로 들어갈 계획”이라며 “미국도 남부에만 매장을 1500개 정도 더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주에 집중 출점한 뒤에 동부와 서부지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2017년까지 2000여개 글로벌 점포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젊은 프랜차이즈 기업가의 꿈은 당차다. “지금처럼 한류 열풍이 불고 있을 때 글로벌 브랜드를 들고 세계시장으로 달려나가야 합니다. 7월 13일 스무디킹 본사 대표 취임사에서 ‘10년 내 스무디킹을 글로벌 넘버원 과일음료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미국 가맹점주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과일음료 하면 스무디킹을 떠올리는 날이 오도록 온 몸을 던질 각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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