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 2013 u.s. politics -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념이 뒤바뀐다?
issues 2013 u.s. politics -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념이 뒤바뀐다?
인간심리 변화를 관찰한 유명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 있다. 1971년 스탠퍼드대에서 지원자 24명을 교도관과 죄수로 나눠 교내 지하에 모의로 만든 교도소에 넣었다. 실험이 시작되자마자 교도관이 된 지원자들은 죄수가 된
지원자들을 학대했다. 죄수가 된 지원자들이 실제 상황인 듯이 극도의 공포에 짓눌리면서 실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 비슷한 실험이 2년 전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상원 다수당)만이 아니라 공화당(하원 다수당)도 지하 교도소에서 풀어주지 않았다. 더구나 누가 죄수이고 누가 교도관인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세력 균형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가 갈수록 더 심한 광기를 띤다.
그 결과 2013년 미국 정치에서 가장 중대한 일은 워싱턴이 아니라 거기서 서쪽으로 약 500㎞ 떨어진 웨스트버지니아주 파커스버그에서 진행된다.
인구 3만1000명인 파커스버그에는 미국 공공부채국(Bureau of the Public Debt) 본부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재무부 산하 조직으로 연방정부의 일상 활동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임무다. 1940년대 소련이 워싱턴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그 벽촌으로 이전했다. 명칭이 아무리 생소하다고 해도 그 조직이 미국인의 삶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곳 직원 2000명은 증서와 채권을 팔고, 그 증권이 만기가 되면 원금을 상환하고, 나머지 부채에는 이자를 지불한다. 현재 기준으로 남은 부채는 약 11조5000억 달러다(정부 계정에 들어있는 채무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그 과정에서 공공부채국을 통과하는 현금흐름(cash flow)은 매년 약 72조 달러다.
미국 재무부는 공공부채국을 피스컬 서비스(Fiscal Service, 재정국)로 개명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부르면 대통령을 경호하는 재무부 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 비밀국)가 떠오를지 모른다. 사실 무리한 연상도 아니다. 적어도 경제적으로 볼 때 ‘피스컬 서비스’ 직원들은 시크릿 서비스 경호원들 만큼이나 위험한 일을 맡는다. 정치인들은 그 직원 2000명에게 불가능한 일을 주문한다. 미국 국민이 비용을 부담하지도 않고서 자신에게 한 약속을 대신 이행해 주는 일이다. 거기엔 정해진 기한도 없다.
제 아무리 알렉산더 해밀턴(미국 초대 재무장관)이라고 해도, 또 피어몬트 모건(1907년 금융위기 당시 ‘월가의 구원투수’로 불렸던 JP 모건 창립자)이라고 해도 그런 기적은 행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궁극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정부를 대폭 개조해야 한다. 아니면 그만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세입을 크게 늘려야한다. 현상태(status quo) 유지에 집착하는 정치인도 그런 현실이 불길하게도 사방에서 서서히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변동성(volatility)과 혼란(confusion)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양당은 이념적 전환(ideological reversals)까지 강요당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치에서 2013년은 흔히 보던 분열, 방해, 히스테리 발작이 지배하면서 아주 가끔씩 통찰과 인식(insight and recognition)의 순간이 끼어들 전망이다.
그 순간 중 하나는 오바마가 만들었다. 대통령에 재선출된 후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부채를 줄이겠습니다.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전 2년 동안 부채에 시달려왔습니다(I’ve been living with this for a couple years now). 저도 셈은 잘합니다(I know the math pretty well). 이건 미적분이 아니라 엄연한 산수입니다(it really is arithmetic, it’s not calculus).
오바마는 단순히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 해법에 매달렸다. 어떤 식으로든 그의 뜻이 관철될 듯하다. 아무튼 선거운동에서 그가 유일하게 내건 확실한 정책 공약이 그것이었다. 결국 하원의 공화당도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화당은 승산 있어 보이는 선거에서 완패했다.
미국이 중도 온건 노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원 지배권을 유지한 것이 대선 패배에 대한 ‘위로상(consolation prize)’이라고 해도 공화당은 전체적으로 일반 투표에서 큰 차이로 패했다. 이제 그들에겐 정치적 영향력이 없다(They have no political leverage).
공화당이 그 쓰라린 상처를 치유하는 동안 자타가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개혁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미트 롬니 대통령후보를 탓할 가치조차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통계를 중시하는 롬니가 뜻밖의 선거 결과로 큰 충격을 받아 이미 애처로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롬니는 선거전 막바지까지 자신의 사업 경력만 내세운 ‘알맹이 없는(content-free)’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보수진영 사고방식에 아무런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보수파는 지난 선거에서 자신들의 의제를 국민이 거부했다고 믿지 않는다. 실제로 롬니는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의 원형이 된 모델을 매사추세츠주에서 먼저 실시했다는 사실 외에 다른 정치적 유산이 없다.
그러나 공화당은 어쩔 수 없이 좀 더 실용적인 자세(more practical and pragmatic posture)를 취할 것이다. 무기력함은 변화를 부른다. 부시 시대가 끝나면서 공화당이 소수당이 됐을 때 그들은 아무리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원하는 모든 것을 마구 제안할 수 있었다.
오바마는 그 무엇도 들어주지 않다가 재선에 실패할 뻔했다. 그러나 결국 오바마가 승리했고 공화당은 정체와 좌절 속에서 또 다시 4년을 보내게 됐다(Now that they face another four years of stasis and frustration). 따라서 이제 그들은 야심을 줄이거나 적어도 공격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양당 합의는 세금 문제에서 시작될 것이다. 자동적인 세금 인상과 자동적인 지출 삭감(automatic tax hikes and automatic spending cuts)의 혼합인 ‘재정절벽(fiscal cliff)’을 피하려면 공화당으로서도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두면 파멸적인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2011년 부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후 예산 문제에서 타협이 이뤄져야 마땅했다.
그러나 부채한도 증액을 위해 출범시킨 초당적 의회기구 슈퍼위원회(supercommittee)는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 의회는 새로운 슈퍼위원회와 또 다른 재정절벽을 만들어 이번 재정절벽을 피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그 역시 실패한다면 똑같은 과정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아무튼 양당은 부채 논의를 지속하는 조건에만 합의할 듯하다. 양당 모두 지출과 세금에 관한 한 타협 불가능한 확신(incompatible convictions)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수 세대 동안 서로의 확신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사안에서만 타협했다. 재원 확충 없이 갈수록 관대한 복지혜택을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세금은 내렸다는 뜻이다.
지금 워싱턴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정부가 더 많은 자원이 아니라 더 적은 자원을 할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권자들은 ‘인기 없는’ 세금 인상과 ‘인기 있는’ 복지 프로그램 중 어느 것을 원하는지 분명한 뜻을 밝힌 적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현재 미국인은 헐값에 정부 서비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바마가 말했듯이 산수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the math is brutal and unforgiving). 지난 47년 동안 단 5년을 제외하고 모든 회계년도에 지출이 세입을 초과했다(outlays have exceeded revenue). 지난 15년 동안 지출이 151% 늘었지만 세입은 59% 증가했다. 현재 공공부채국은 지출액의 30~40%를 차관으로 메운다.
미국 경제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약 40%였지만 2013년 말 70%에 이를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109%를 제외하면 미국 사상 최고치다. 몇 년 안에 미국 재정은 부채가 GDP의 90%를 차지하는 위험지대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마이너스 성장의 기준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지구 문명을 구하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당연히 재정을 총동원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복지 프로그램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문제다. 메디케어(Medicare, 고령자 의료보장), 메디케이드(Medicaid, 저소득층 의료보장), 사회보장(Social Security)에다가 부채 이자도 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2012년 미국은 무엇보다 외채 상환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2240억 달러). 운송(1020억 달러), 교육과 직업훈련(1390억 달러), 과학연구(300억 달러), 퇴역군인 복지 프로그램(1290억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더구나 2012년 재정적자는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3년을 논외로 치면 제2차 세계대전 후 최고치다.
1조 달러라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액수다. 하버드대 보유기금은 약 320억 달러, 예일대는 190억 달러다. 그 기금을 모으는 데 4세기가 걸렸다. 1조 달러를 소진하려면 매일 1000만 달러를 써도 273년이 걸린다. 메디케어 만해도 미적립채무(unfunded liability, 앞으로 제공돼야 할 혜택과 그 비용의 격차)가 약 30조 달러다. 상상이 가는가?
물론 낙관할 만한 요인도 많다. 미국은 크고 부유한 나라다. 큰 정부를 꾸릴 만하다. 금리도 현재로선 낮다. 또 채권시장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계획에서 비롯되는 ‘좋은’ 부채와 무작정 몇 년 더 쓰기 위한 ‘나쁜 부채’를 구별해준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높은 이자를 쳐주지 않으면 미국 국채를 구입하려는 채권자가 없어진다.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 국채의 거의 절반은 2년 만기다. 그래서 미국은 위기에 취약하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도 바로 단기 부채 때문이었다.
투자자 신뢰 상실은 급작스러울 뿐 아니라 자가 발전한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했듯이 시장은 미인선발대회다(markets are beauty contests). 이론적 미인 기준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가 아니라 다수가 심사위원이 선호할 것으로 생각하는 후보자가 우승하게 돼 있다. 부채로 인한 국가 재정위기(sovereign-liquidity crisis)는 투기 심리에 의해 정치적 공황상태와 금융 시장의 광범위한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 두 요인이 상호 작용해 상황을 더욱 어지럽게 만든다.
공화당은 실존적 정치 목표가 그런 재앙을 막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처럼 거세게 반항한다. 그러나 2013년이 흘러가면서 지출을 충분히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공화당 다수가 ‘세금인상 절대반대(antitax absolutism)’ 노선을 포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끔찍히 싫지만 공공부채국에서 나오는 기막힌 숫자들을 보면서 오바마 시대의 책임 있고 현실적인 해결책은 세금인상밖에 없다고 결론 내릴 것이다. 물론 격렬한 반항도 예상된다.
민주당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늘어나는 부채를 반길 수 없다. 나쁜 소식은 2013년부터 시작될 것이다. 세금이 독신자의 경우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부부의 경우 25만 달러 이상이 인상될 것이다. 그래도 공공부채국은 적자를 메우려고 열심히 외채를 얻어와야 한다.
미 국세청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소득세 신고자 중 그 기준을 넘어서는 사람은 약 3%였다.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을 신고한 사람은 약 28만1000명이었다. 그들의 소득 합계는 9710억 달러였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가 모든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의 급여와 투자 소득을 전부 압류한다고 해도 예산적자를 메우지 못한다. 최고 세율이 클린턴 시대 수준 이상으로 돌아가는 것만해도 ‘광고의 진실성(truth-inadvertising)’실험이다. 여기서도 역시 산수가 중요하다.
진실은 뭘까? 부유층이 현재의 정부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바마가 믿는 세제가 무엇이든 세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산층이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그럴 경우 아이러니컬하지만 진보파는 복지 프로그램에서 입장을 180도 바꿀지 모른다.
오바마는 지난 선거에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손대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 프로그램에 경쟁과 선택을 늘리겠다는 폴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공약을 비미국적(un-American)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공약을 어기는 것이 정치인이다. 오바마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건강보험에 개인적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제안에 명백히 반대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으로서 통과시킨 건강보험개혁법에는 바로 그 항목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가 진보적인 신념과 목표를 포기한 건 아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식 접근법을 사용한 것뿐이다. 하버드의 데이비드 커틀러와 MIT의 조나선 그루버 등 백악관이 선호하는 건강보험 경제학자들도 이미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 백악관의 두뇌집단(brain trust)인 미국진보센터(CAP)도 마찬가지다.
복지 프로그램 개혁을 원하는 민주당과 세금 인상을 주장하는 공화당이라고(Democrats for entitlement reform and Republicans for tax increases)? 물론 그렇게 신념이 뒤바뀔 수 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미국은 크고 부유한 나라일뿐 아니라 운도 좋다. 미국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얼마나 될지는 2013년부터 판가름 날 듯하다.
현상태 유지는 불가능하다(The status quo can’t last). 아 참, 그리고 비영리단체 공공서비스 파트너십은 공공부채국이 연방정부 부서 224개 중 일하기 가장 좋은 부서 6위로 꼽았다. 하지만 그 역시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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