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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 아름다운 영혼

Film - 아름다운 영혼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 새 영화 ‘재와 뼈’ 그리고 육아를 말한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남자들을 자극해 달아오르게 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 일도 곧 따분해졌다.” 스테파니의 생활양식은 그런 식이다. 스테파니는 새 프랑스 영화 ‘재와 뼈’에서 마리옹 코티아르가 연기하는 무정한 요부다. 낮에는 범고래 조련사로 일하는 그녀는 근무 중 비극적인 사고로 양쪽 다리 무릎 아랫부분을 모두 잃는다.

그 뒤로 자기파멸적인 자신의 성격을 마주하게 된다. 나중에 길거리에서 격투기를 하는 싱글대디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를 만나 위안을 얻는다. 그는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스테파니를 불빛 아래로 끌어낸다. 이 영화는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메가폰을 잡았다. 캐나다 작가 크레이그 데이빗슨의 단편집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이 영화를 촬영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최근 어느 가을 아침 뉴욕에서 코티아르가 말했다. “이 영화를 선택해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 영화에 출연해 기쁘다.”

코티아르의 빽빽한 출연작 리스트를 보면 그녀 말에 수긍이 간다. 영화 ‘라 비 앙 로즈’에서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해 2008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어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탄 최초의 여배우가 됐다. 그 뒤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스타로 변신했다.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매혹적인 신여성으로, 그리고 크리스 놀런이 감독한 두 영화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팜파탈 연기를 펼쳤다. 또한 2009년 이후 레이디 디올 브랜드의 얼굴로도 활동했다.

마지막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때는 코티아르의 출산을 위해 놀란 감독이 촬영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 영화를 마친 뒤 스테파니 연기를 준비하는 데 주어진 기간은 한주밖에 되지 않았다. 그녀는 5개월 된 아들 마르셀을 데리고 코트다쥐르(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녀로선 지금껏 육체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역할이었다. 휠체어 장면에선 양다리를 뒤로 접고, 다른 장면에선 녹색 타이츠를 착용해야 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양다리를 지울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해 정말로 뛰어난 특수효과의 개가라고 할만한 작품이 탄생했다. 다리가 없는 상태로 섹스하는 장면이 꽤 나온다. 그 장면이 특히 촬영하기 힘들었다.

“나는 대체로 러브신을 좋아하지 않지만 성관계가 영화의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코티아르가 말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100% 캐릭터에 몰입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그녀에게 일어나는 그런 일들이 대단히 기뻤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즐거운 일도 많았다. 한번은 감독님이 이렇게 말했다. ‘컷! 자네 발이 마티아스 등에 그림자를 만들잖아. 그 장면은 사용할 수 없다구. 다리를 더 높이 올려!’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도박이 주효한 듯하다. 오디아르의 이 사실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이야기는 팻 베네타의 노래 ‘사랑은 전쟁터’의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이 영화로 이번 아카데미 시즌에 코티아르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천상의 미모를 지닌 코티아르는 눈이 영혼의 창이라는 속설의 산증인이다. 그녀는 스테파니의 우울증에 공감했다고 말한다.

“나는 아주 특이한 아이였다”고 그녀가 말했다. “‘내가 왜 이 세상에 왔지?’ 같은 의문을 품었다.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내 영혼과 씨름했다. 나는 사람들과 뭔가를 공유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단히 내성적이고 인간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실상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유해야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사람들을 피하는 대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코티아르는 프랑스 북부 렌에 가까운 마을인 보스에서 성장했다. “이야기꾼과 정열적인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극장 감독과 무언극 공연을 했으며 엄마는 영화배우였다. 다니엘 메스기슈가 연출한 연극에서 엄마와 함께 무대에 데뷔했다. 코티아르는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영화를 봤다.

“어렸을 때 내게 큰 충격을 준 영화는 모두 미국 영화였다”고 그녀가 말했다. “‘싱잉인 더 레인’과 ‘빅터 빅토리아’ 같은 뮤지컬, 그리고 물론 영화 ‘조스’를 보며 성장했다. ‘조스’를 50번가량 봤다”며 싱긋 웃는다. “할리우드에서 연기할 기회가 내게 주어질 줄은 전혀 몰랐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 37세의 배우는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영화 ‘빅 피쉬’에서 뉴스위크 사진기자 연기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그 뒤로 먼 길을 걸어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마찬가지로 ‘재와 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확대되는 격차를 다룬다. 코티아르는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인류의 문제보다 어떻게 산업을 돌아가게 하느냐는 문제에 우리가 더 신경을 쓴다는 사실에 항상 울화가 치민다”고 그녀가 말한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문제가 있는데도 우리는 계속 자본세계는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며 그래야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굶주리는데 왜 기계에 계속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가?”

코티아르는 많지 않은 여가시간엔 오티스 레딩과 니나 시몬으로부터 라디오헤드와 아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감상한다. 2년 전 프랑스 밴드 요델리스와 투어 공연을 했으며 곧 다시 음악을 하게 될 날을 기다린다. 그러나 당장은 아들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아이 아빠는 배우이자 영화제작자 남자친구 기욤 카네다.

“다른 사명이 주어진 기분”이라고 육아에 관해 그녀가 말한다. “나는 항상 허튼 짓을 멀리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그 생활방식이 보상받는 듯하다. 느닷없이 이 삶의 진수가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인생에서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줬다.”

그러나 인생의 이 같은 새로운 단계는 그녀 연기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와 뼈’를 촬영하면서 잠을 못 자 너무 피곤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생긴 뒤로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에너지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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