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공사 과욕이었나…재고 바닥
제주개발공사 과욕이었나…재고 바닥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제주삼다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새해 들어 대형마트 점유율이 큰 폭 하락하면서 대형마트의 자체상표(PB) 생수에 1위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사업자가 바뀌는 ‘과도기’에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다른 음료·유통업체가 시장 공략을 강화함에 따라 삼다수의 독주 체제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다수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올 1월 전반기(1~15일) 먹는샘물 판매순위에서 각 대형마트의 PB 생수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비록 비성수기인 겨울철 보름 간의 순위지만 삼다수가 1위에서 내려온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40%대를 유지해 온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이 1월 들어서는 20% 초반대로 하락한 반면 PB 생수 점유율은 25% 중반으로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4년 만에 1위 자리 내줘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이 갑자기 떨어진 이유는 대형마트에 삼다수를 납품하는 주체가 바뀐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유통매장의 삼다수 납품은 농심이 맡았다. 그러나 농심의 유통권 계약이 종료된 이후 대형마트에는 삼다수 생산업체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기업형슈퍼마켓(SSM)·편의점·일반소매점은 광동제약이 유통을 맡게 됐다.
제주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납품 조건과 관련, 대형마트와 협상을 벌여왔지만 1월 들어서도 타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보유한 삼다수 재고물량이 줄어들면서 판매대에 비치되는 양도 적어졌고, 이것이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계약 종료일인 지난해 12월 14일까지 납품 받은 물량을 마지막으로 대형마트에 공급하고 있지만 1월 말이면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낸다. 농심은 이 시점부터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자체 생수 브랜드 ‘백두산백산수’만을 공급한다.
제주개발공사는 대형마트 측에 직접 삼다수를 납품하려면 별도 물류망을 구축해야하고, 이에 따른 투자 비용이 새롭게 발생하는 만큼 납품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유통사업자가 교체됐다는 이유 만으로 납품가를 인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다수 판매가 지연될수록 제주개발공사가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국은 공사 측의 납품 요구가 받아들여지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삼다수의 공백기가 길어진다 해도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다른 생수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삼다수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며 “대형 식음료 업체인 농심·롯데칠성음료·동원F&B 등이 자체 생수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2011년 말 14년 간 삼다수를 유통한 농심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농심은 제품 출시 초기부터 각종 광고·마케팅과 유통망 관리를 도맡으면서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역할을 했다.
2011년 지방선거 이후 새 도지사와 지방의회가 출범하면서 “삼다수로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을 농심이 가져간다”는 점을 문제 삼아온 것이 무리한 계약 해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법적 분쟁 끝에 지난해 12월 14일부로 농심과의 공급 계약에는 종지부를 찍었지만, 새 유통사업자로 선정한 광동제약에는 대형마트를 제외한 나머지 유통채널만 맡겼다. 삼다수의 최대 판매채널인 대형마트에는 유통사업자를 끼지 않고 직접 공급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포석이었다. 제주개발공사는 애초 편의점 유통도 직접 맡으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관리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광동제약의 업무영역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개발공사와 농심은 제주도 연고의 스포츠팀 ‘삼다수탁구단’의 처리를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삼다수탁구단은 제주개발공사가 창단한 탁구팀을 2003년 농심이 인수해 9년 간 운영해왔다. 농심 측은 삼다수탁구단이 삼다수 판매 사업의 일환으로 존재했던 구단이고 연고지도 제주도인 만큼 구단을 창단한 제주개발공사가 운영권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는 그동안 탁구단 운영의 전권을 농심이 갖고 있었고, 판매협약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실업 탁구계에서 4강을 형성하는 탄탄한 팀이었던 애꿎은 삼다수탁구단이 존폐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익 더 챙기려 무리수’ 지적 나와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생산만 할 뿐 유통과 마케팅에는 경험이 없는 공기업”이라며 “삼다수 판매를 ‘땅 짚고 헤엄 치듯’ 쉽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과신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조만간 대형마트와 협상이 타결되면 삼다수 공급이 다시 원활해질 것이고 삼다수 소매가를 인상할 계획도 없다”며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한 만큼 공급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SSM·편의점·일반소매점에 삼다수를 공급하는 광동제약은 올 1월 CJ대한통운을 물류 대행사로 선정하고 삼다수 유통을 본격 시작했다. ‘옥수수수염차’와 ‘비타500’같은 인기음료 제품을 판매한 경험이 풍부하고 전국 소매점의 90%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보인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유통을 시작하면서 편의점 등에 공급가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통업계와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 측은 “삼다수 공급가를 인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인상 방침을 구두로 통보 받았고 실제로 공급가가 오르면 이를 매장 내 판매가격에도 반영할 계획이었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먹는샘물 관련 업계에서는 생수 유통 경험이 없는 두 회사가 삼다수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삼다수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식품업계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로 꼽히는 농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심은 삼다수 유통권을 빼앗긴 이후 곧바로 출시한 자체 브랜드 백두산백산수에 대해 적극적인 판매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새해 회사 경영의 화두로 ‘도전’을 내걸었고, 백두산백산수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라는 강력한 주문을 사내에 전달했다. 농심이 제주개발공사에 대한 ‘설욕’ 차원에서라도 광고와 할인행사 등 마케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2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3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4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5포항 한우, 대한민국 대표 한우로 우뚝 서다
6獨 브로제 코리아,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 틀다.
7경북 청송군, 항일 의병의 넋 기리는 ‘푸른 솔’ 공연
8주택보유자 2.9% 종부세 낸다…작년보다 5만명 늘었다
9KB금융, 대전광역시와 ‘소상공인 맞춤형 저출생 정책 지원’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