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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식 M&A로 신사업 키운다

구글식 M&A로 신사업 키운다

브랜드·시장 지배력보다, 작지만 알찬 신기술 노려…1년간 7건 거래 성사



삼성전자가 작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스몰(Small) M&A’로 올 들어서만 2건 째다. 지난 1년을 따지면 7개째 중소 규모의 기업을 사들이거나, 지분을 인수했다. 과거 유명 브랜드나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기업에 관심을 뒀다면, 최근엔 꼭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골라 사들이고 있다.

삼성이 신기술을 가진 소규모 기업을 사들여 신사업을 일궈온 구글식 M&A 전략을 채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SK 등도 기술력 있는 혁신 스타트업(초기 단계 벤처기업)과 협력해 신사업을 키우는 M&A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31일 “S펜을 개발한 일본 와콤의 지분 5%를 53억엔(약 630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와콤도 30일 삼성전자와 자본·업무 제휴를 맺었다고 일본 증시에 공시했다. 와콤은 전자펜 분야에서 많은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 갤럭시노트에 들어가는 S펜이 이 회사의 제품이다.

다른 모바일 회사도 와콤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 회사는 그동안 스마트폰·태블릿PC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전자펜을 독점 공급해왔다. 이번 삼성전자의 지분 참여로 사실상 삼성의 경쟁사들이 와콤으로부터 S펜과 비슷한 전자펜을 공급받기 어려워졌다. 삼성이 기술을 독점화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분은 샀지만 M&A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월 29일엔 미국 컴퓨터 단층 촬영(CT) 전문업체인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댄버스에 위치한 이 회사는 2004년에 설립된 CT 장비 전문업체다. 이동형 CT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으며 대형 CT도 만들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는 의료기기사업 발전을 위해 CT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은 뉴로로지카의 지분을 100%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뉴로로지카 인수로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의 초음파 진단기기, 체외 진단기기, 디지털 엑스레이에 더해 CT까지 의료기기 전반에서 빠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기기 사업은 2010년 삼성이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모두 5개의 회사를 사들였다. 지난해 5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클라우드 음악 서비스 기업인 엠스팟을 인수했고, 6월에는 스웨덴의 무선칩셋 개발업체인 나노라디오를 사들였다. 7월에는 영국 CSR에 투자해 기기간 연결 기능인 커넥티비티 기술을 획득했다. CSR은 위성항법장치(GPS) 분야 세계 1위, 블루투스에선 세계 2위인 중견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8월엔 반도체 장비업계 1위인 네덜란드 ASML에 7억 7900만 유로를 투자했다. 지분 3%와 함께 개발 중인 노광장비를 먼저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또 12월엔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트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엔벨로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들 업체 모두 삼성이 반도체·모바일·가전제품 등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을 가진 곳들이다.

삼성전자의 성장사에서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삼성전자는 1994년 야심 차게 세계 M&A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세계 PC 시장 6위인 미국 AST 리서치를 5억4000만 달러란 거금에 사들였다. 그러나 당시 해외 기업을 인수해 경영한 경험이 없는 삼성전자는 커다란 실패를 맛봤다. AST의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고, 적자가 누적돼 결국 몇 년 뒤 회사를 정리했다.

미국 PC시장에서 철수하는 ‘쓴맛’까지 봤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미국 PC 사업에 투자한 금액까지 치면 수조원대 돈을 퍼붓는 비싼 대가를 치렀다”며 “이후 AST 징크스 때문에 한동안 회사 내에서 다른 해외 기업을 인수하자는 제안조차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1994~2009년까지 15년 동안 이스라엘의 반도체 업체 트랜스칩(2007년), 폴란드 가전 업체인 아미카(2009년) 인수가 삼성전자 M&A의 전부였다. 2008년 세계 최대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미국 샌디스크 인수를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몸값이 치솟아 포기했다. 구글·애플·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활발히 M&A에 나서는 것과 대조됐다.



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 후 M&A 급물살변화가 나타난 건 2010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다. 삼성은 이 회장의 지시로 그 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의 5대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수종 사업 확보에 뛰어든 삼성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비밀 M&A 조직도 만들어 본격적인 매물 탐색에 돌입했다.

특히 구글이 2011년 8월 전격적으로 모토로라를 인수한 사건은 삼성에 충격을 줬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대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온 삼성전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하거나, 개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이재용 사장(현 부회장)에게 M&A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정보기술(IT) 파워가 삼성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급속히 넘어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수·합병도 강화해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삼성은 구글식 M&A를 본격화한다. 2010년 12월 국내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같은 달 네덜란드의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업체 리쿠아비스타를 사들였다. 2011년 7월엔 차세대 반도체인 자기메모리(M램)의 원천기술 업체인 미국 그란디스를 인수했다. 이어 11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심장혈관 질환 검사기기 업체인 넥서스를 사들였다.

삼성의 전략 변화는 2011년 1월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에 잘 드러난다. 최 부회장은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쇼(CES)에 참석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건희 회장이 내부 역량이 없으면 외부와 제휴하라고 주문했다”면서 “사업의 영역이 넓은 만큼 M&A를 포함해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서면 국내 산업이 엄청난 혼돈에 빠질 것”이라며 “주로 외국 기업을 중심으로 M&A를 추진하고 제휴 파트너사의 규모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커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해외 스몰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와 스트래티지&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했다. 각각 완제품 분야와 부품 분야의 해외 M&A를 위한 전초기지다. 12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전사 차원의 M&A과 별개로 주요 사업부와 실리콘밸리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스트래티지&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자체 판단으로 소규모 M&A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트래티지&이노베이션 센터의 손영권 사장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간담회를 열고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정보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는 삼성벤처투자가 운용 중인 10억 달러 규모의 ‘삼성벤처스아메리카펀드’와 함께 부품 분야에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기술 확보를 위한 스몰 딜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든든한 현금동원 능력은 공격적 M&A를 할 수 있는 원천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현금, 유가증권, 현금성 자산, 보유 단기 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금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30조3365억원에 이른다. 매력적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M&A를 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스타인 페이스북이 사업 확대를 위해 택한 방법은 스타트업 M&A다. 지난해 5월 만 2년 된 사진 공유 서비스업체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사들인 것을 비롯해 모바일 쿠폰 업체인 태그타일, 위치 기반 친구 찾기 서비스 업체인 글랜시, 친구 소식 알림 서비스인 프렌드피드 등 그동안 인수한 스타트업이 30여개에 달한다.

페이스북의 인수 방식은 ‘고용인수(Acqhire)’라고 불린다. 사업모델과 함께 그 회사의 핵심 인재를 같이 사들이는 방식이다. 한 예로 위치추적 업체인 포스퀘어 인수에 실패하자, 비슷한 사업을 하는 핫포테이포를 사들이고 그 창업자 저스틴 셰퍼를 위치 데이터베이스 사업 책임자로 임명했다. 김지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페이스북·그루폰·트위터처럼 인재의 아이디어와 사업 모델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고용 인수가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구글은 2010년 47개, 2011년 57개 등 그동안 수백개 기업을 인수했다. 2005년 안드로이드를 사들여 5억명 이상이 쓰는 모바일 운영체제(OS)로 키워냈고, 2006년 동영상 공유업체 유튜브를 인수했다. 2007년 온라인 광고회사 더블클릭, 2009년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몹을 사들여 온라인 광고업계를 싹쓸이했으며 지난해에는 휴대폰 업체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자회사로 만들었다.



재계에 M&A 경영 확산 여부 주목애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에 들어간 음성인식 기능 ‘시리’는 2010년 인수한 시리의 것이다. 얼굴인식 기능도 폴라로즈를 사들여 얻었다. 지난해엔 PA세미·아노빗 등 반도체 설계 기업을 인수해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설계회사 인터멀레큘러의 박병화 이사는 “미국 기업들은 신사업에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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