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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경영으로 재기 노릴 수도

2세 경영으로 재기 노릴 수도

웅진홀딩스 지분 25% 재확보 가능 … 웅진씽크빅 중심 재편 추진



웅진그룹은 지난해 9월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 후 웅진코웨이를 비롯한 알짜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채권단과 여론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다른 핵심 계열사마저 팔아야 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앞날은 불투명했다.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그룹은 해체될 가능성이 크지만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웅진홀딩스 경영권을 지키면서 재기에 나설 수 있어서다. 윤 회장은 1980년 직원 7명에 자본금 7000만원으로 웅진씽크빅의 전신인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을 세웠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사업을 키운 그가 모기업을 토대로 기사회생을 노리는 것이다. 33년 전 신화의 출발점인 웅진씽크빅이 윤 회장 일가 재기의 발판까지 돼 줄까.



계열사 매각 대금으로 유상증자 참여웅진홀딩스는 회생 담보권, 회생 채권의 권리변경과 변제방법을 담은 회생 계획안을 2월 8일 법원에 제출했다고 2월 12일 공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윤석금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5대 1, 나머지 일반 주주의 주식은 3대 1의 비율로 감자(자본금 감축)한 다음 채권단이 출자전환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모든 주식을 3대 1의 비율로 재감자 한다.

이로써 2월 현재 윤 회장이 70% 넘게 보유한 웅진홀딩스 지분율은 법정관리 인가 후 두 차례 감자로 1%대로 떨어진다. 채권단과 회사 관계자들은 2월 22일에 관계인 집회를 열어 회생 개시 여부를 정한다. 이는 웅진그룹과 채권단이 2월 초 그룹 정상화와 빚 청산 차원에서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제외한 다른 모든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내용의 사전 회생 계획안 마련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매각이 완료됐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웅진코웨이·웅진패스원·웅진케미칼 외에도 웅진식품·웅진에너지·웅진폴리실리콘·극동건설도 모두 매각한다는 것이다. 웅진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세부 의견을 반영한 다음 채권단의 서면 동의를 받아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윤석금 회장이 웅진케미칼·웅진식품을 판 대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웅진홀딩스 지분 25%를 되살 것으로 전망한다. 웅진그룹과 채권단이 합의한 회생 계획안에 따라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지분을 감자 이후 최대 25% 매입할 수 있어서다. 웅진씽크빅 지분도 최대 3.5%까지 살 수 있다.

채권단은 웅진홀딩스 지분 5% 이상을 매각하면 윤 회장이 지분을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했다. 윤 회장으로선 줄곧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권단과 사전 회생 계획안 합의를 도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간 채권단은 줄곧 ‘윤 회장의 부실경영 책임이 크며 초기 변제율을 높여야 하므로 윤 회장이 웅진씽크빅 지분을 가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채권단이 매각 대상에 넣은 웅진케미칼·웅진식품 지분은 윤 회장 일가가 일부 갖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 형덕씨와 차남 새봄씨가 보유한 웅진케미칼 지분 9.85%, 웅진식품 지분 10.8%가 그것이다.

앞서 웅진케미칼은 윤 회장의 보유 주식 4097만주 전량을 형덕·새봄씨에게 2300만주·2297만주씩 장외 매도했다고 1월 21일 공시했다. 같은 날 윤 회장이 보유한 웅진식품 지분 전량도 두 아들에게 매각됐다. 이는 일종의 사재 출연 개념으로 이번 채권단 합의의 계기가 됐다. 윤 회장 일가가 연내에 채권단을 제외하고 웅진그룹 최대주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감자 이후 증자 참여로 앞으로 웅진씽크빅·북센 중심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법정관리 기간 동안에는 법원이 선임한 신광수 관리인이 웅진홀딩스 경영권을 갖지만 이후 경영 정상화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꼭 윤 회장 본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두 아들의 2세 경영으로 (사업을) 이어갈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비록 윤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두 아들이 웅진씽크빅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된 윤 회장 일가 지분의 주체가 두 아들인 만큼 2세 경영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아들은 계열사 매각에 포함된 지분을 통해서 채권단 동의 아래 앞으로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는다.

현재 윤형덕씨는 부장, 윤새봄씨는 차장으로 웅진그룹에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36세인 형덕씨는 2008년에 웅진코웨이 영업본부 대리로 입사해 2009년 신상품팀장, 2010년 경영전략팀장, 2011년 경영기획실장을 거쳤다. 33세인 윤 차장은 2009년 웅진씽크빅 교문사업기획팀에 입사해 2010년 전략기획팀을 거쳐 이후 웅진케미칼로 옮겼다. 이들은 이번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에서 보유 지분 195만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고 600억여원을 윤 회장 대신 변제했다.

재계에선 “평소 더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아들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지 않겠다”고 강조한 윤 회장이 이미 2010년 무렵부터 2세 경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본다. 이전까지 계열사 지분이 거의 없던 두 아들은 2010년부터 지분을 늘렸다. 윤 회장이 그룹해체와 법정관리 이후에도 두 아들을 통해 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웅진씽크빅·북센도 매각 가능성윤 부장 등은 기존 현금으로 보유한 100억 여원에다 웅진케미칼·웅진식품 지분 매각 대금 700억여원을 더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웅진홀딩스의 두 차례 감자 이후 지분 25% 재확보에 쓸 수 있다. 이들은 남은 현금을 추가 지분 확보에 쓰면서 웅진씽크빅·북센 중심의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 물론 법정 관리 과정과 이후까지 적잖은 시일이 남은 만큼 변수는 있다. 채권단은 2015년까지 웅진그룹의 회생 계획안 이행 여부를 살핀 다음 웅진씽크빅·북센의 처리를 추가로 논의할 계획이다.

만일 채권단 계획대로 그때까지 충분한 규모의 자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면 그룹 해체 후 마지막으로 남는 웅진씽크빅·북센의 추가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윤 회장과 두 아들의 재기 시나리오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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