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 the big think - 6가지 아이콘으로 읽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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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VERNMENT - ‘하기 쉽게 만들라’
리처드 탈러는 2009년 베스트셀러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의 공저자다. 영국 정부와 손잡고 세금징수와 연금제도에 자신의 설득원칙을 적용해 왔다. 또 다른 공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오바마 1기 정부의 상당 기간 동안 정보규제대응실에서 근무하며 무수한 정부규제에 “협력”할 수 있다고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같은 이른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는 대중의 행동개선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실시되는 커다란 실험이 됐다. 그러나 탈러는 올바른 일을 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기 쉽게 만들라’가 그들의 주문이다. 사람들이 영국 연금제도의 자동가입에 반대할 경우, 가령 탈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은 거의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물론 ‘우리가 귀하를 이 연금제도에 가입시키는 이유는 귀하에게 맡겨둘 경우 아무 생각 없이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손을 못 대게 되리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라고 통지문 겉면에 큼지막하게 새겨 넣지는 않는다”고 탈러가 말했다.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 사고를 조종한다는 점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탈러는 말한다. “비밀은 전혀 없으며, 모두 문서에 기록된다. 우리는 중앙정보부(CIA)가 아니다.”
SCIENCE - 개는 인간의 눈치를 본다
때로는 과학자들이 우리가 뻔히 아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이 여겨지기도 한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최근 연구결과가 그런 경우다. 개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명령한 뒤 불을 끄고 주인이 자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 경우 개가 음식을 먹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나도 한번은 추수감사절 칠면조의 절반을 그렇게 잃었다.
하지만 실험은 아니었다). 포츠머스대 연구팀은 다른 종의 개 수십 마리를 대상으로 엄격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개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인간이 주의를 기울이는지 않는지 정말로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이 같은 인지수준이면 영장류 급에 버금가는 지능으로 분류할 만하다. “개들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읽어 내는 특수한 재능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포츠머스대학 연구팀 일원인 줄리안 카민스키의 말이다. “이는 가축화하는 동안 발생한 도태압력(selection pressures)의 직접적인 결과인 듯하다.” 알기 쉽게 말해,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반려자로 살아오면서 그것이 그들의 천성이 됐다는 뜻이다. 카민스키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인간의 생각에 쥐뿔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뻔히 아는 사실이다.
TECHNOLOGY - 이집트에 움트는 닷컴붐
2년 전 이집트 혁명에서 인터넷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민중봉기 후 휘청거리는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구글의 의뢰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다. 이집트 정부는 끝없는 정치 위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기업가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많은 경우 성공 신화를 일궈낸다. 급속히 진화하는 온라인 재화 및 서비스 시장에 편승한 사람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집트에 웹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 나라 인구 8500만 명 중 3100만 명이 인터넷을 이용하며 많은 지역에서 휴대전화 보급 증가율(cellphone penetration)이 100%를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터넷 경제 비중은 이미 이집트의 건강의료 서비스나 교육부문 또는 정유업과 맞먹는다. 게다가 성장 잠재력도 어마어마하다. 이집트인들이 이제 막 전자상거래를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여행 및 관광 시장의 잠재력이 20억 달러라고 조사는 추산했다. 쉬운 예로 그중 이집트 기업들이 개척한 시장은 어림잡아 5%에 지나지 않는다. “보고서는 지금이 기회임을 강조한다”고 기업가 크리스 슈뢰더가 말했다. 근간 예정인 ‘중동을 바꾸는 기업혁명(Startup Rising:The Entrepreneurial Revolution That’s Remaking the Middle East)’의 저자다.
GADGETS - 현실로 다가온 증강현실
나날이 확대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개념이 이제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아직은 전방투영장치(heads-up display)가 달린 구글 글래스 안경이 보급되지 않았다. 구글은 2월 중 그 초기모델 용 앱을 개발하는 해커톤(hackathon, 프로그램 개발 마라톤)을 주최한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이미 우리 주변환경에 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날씨부터 의료 데이터, 업체 이력, 기본 역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표시한다.
조지아 공대의 블레어 매킨타이어는 증강현실의 전도사다. 그는 증강현실을 가령 트위터, 플리커, 유튜브 같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기술발전의 하나로 본다. “정보에 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한 회의에서 그가 말했다.
“실질적인 인간의 필요에 대처”하는 게 증강현실의 목적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흥미로운 의문을 던진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분류함으로써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의 현실성을 없애는 일”이 가능할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석양을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여겨지는 날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때 가면 거리, 기온, 하늘에 그런 멋진 색깔을 부여하는 온갖 오염물질에 관한 정보의 표시를 원하게 될 듯하다.
BEHAVIOR - 가정폭력 쉬쉬할 일 아니다
레슬리 모건 스타이너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번듯한 직장, 아름다운 세 자녀, 그리고 매력적인 남편이 있었다. 그 남편이 어느날 그녀를 때리고 머리에 총을 겨누며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스타이너는 이제 저서 ‘광적인 사랑(Crazy Love)’과 연단을 통해 자신의 로맨스, 공포, 생존 스토리를 전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겪었던 것과 같은 폭력을 저지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나는 침묵을 깼다”고 최근의 TED(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 강연회에서 그녀가 말했다. “경찰관, 이웃, 친구, 가족, 모르는 사람들까지 모두에게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나를 도와줬기 때문에 오늘날 내가 여기에 섰다.” 미국 내 가정폭력은 수백 만 건에 달한다. 최근의 정부 추산에 따르면 하루에 무려 5명의 어린이가 학대 또는 방임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의 진상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국정연설에서 20년 동안 잠자던 가정폭력 억제 법안을 마침내 통과시킨 상원에 격려의 말을 전했다. 스타이너는 “폭력은 침묵할 때만 활개친다(Abuse thrives only in silence)”고 말했다.
AGRICULTURE - 탐욕스러운 자본의 땅 사재기
영농 사업체와 막대한 식욕을 가진 강소국들이 외지에서 어마어마한 면적의 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종종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빈국이 그 먹이감이다. 결과적으로 그 나라들은 더 가난하고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아랍에미레이트가 수단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한 일은 널리 알려졌다. 평소에는 주민의 식량이던 사탕수수가 아랍에미레이트로 운송돼 낙타 먹이로 쓰인다.
한 브라질-일본 합작 벤처는 모잠비크 북부에서 14만㎢ 이상을 경작할 계획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와 뉴저지주를 합친 것과 같은 면적이다. 수확한 작물은 세계시장에 내다팔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은 근거를 잃고 상실감을 느낀다(Local communities find themselves dislocated and deracinated).
말리에선 그런 과정이 반감을 부채질해 내전으로 비화했다. 캄보디아는 경작지의 55%가 국내외 영농 사업체에 넘어갔다. 당국은 항의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감금하고 어떤 경우는 죽이기도 했다.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먼이 한 가지 해결책을 내놓았다. 세계은행과 기타 국제기관들이 그런 사업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세계시장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기아(그리고 분노)를 유발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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