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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에세이 - ‘제 5의 에너지’는 에너지 절약

CEO 에세이 - ‘제 5의 에너지’는 에너지 절약



3월 5일은 24절기 중 하나인 경칩이다. 새 봄을 맞아 우레가 처음으로 진동하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앞다퉈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최악의 한파에 기습 폭설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봄이 더 반갑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겨울 내내 이어진 에너지 대란 우려다. 전남 영광 원전 5·6·7호기 작동이 멈추면서 때아닌 전력대란 걱정에 불안한 겨울을 보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대란은 피했고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다. 실내 온도 18~20℃로 맞추기, 문풍지로 실내온도 보호하기,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내복 입기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기상이변 탓에 여러 나라가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럽은 재정위기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가스 대신 가격 대비 열효율이 높은 석탄 수입을 늘렸다.

에너지 소비대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는 불·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에너지로 ‘에너지 절약’을 꼽았다. 미래의 대체에너지를 찾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 살 길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에너지 절감 제품 사용을 장려하는 ‘에너지 스타’라는 프로그램은 20년 넘게 잘 돌아가고 있다.

절약 하면 유럽인이 먼저 떠오른다. 10년 넘게 유럽인들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유럽인들은 마치 옛 우리 조상처럼 근검절약이 몸에 밴 듯하다. 예컨대 밀레 본사 회장은 대대손손 돈 걱정 없이 먹고 살수 있는 부호인데도 요리에 남아 있는 소스 국물을 빵으로 깨끗이 닦아서 먹는다.

그뿐만 아니다. 많은 유럽인이 가까운 곳에 갈 때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 팔꿈치가 닳아 구멍이 난 외투를 더 오래 입으려고 천이나 가죽으로 덧대 입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유럽인들은 물을 아끼는 방법에도 일가견이 있다. 독일에서는 절수 설치가 의무다. 화장실 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꾸면 하루에 50L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누구나 쉽게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쓰도록 ‘빗물산업’을 키웠다. 빗물을 저장해 변기 세척 때 사용하는게 대표적이. 심지어 빗물이나 우물물을 이용한 세탁기도 판다.

독일 정부는 물 사용에 누진제를 적용한다. 우리나라처럼 무한대로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 하는 건 유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식기세척기가 널리 보급돼 있다. 유럽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은 전력대란 때 반짝 지키는 캠페인이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에너지 대란을 대비하는 스마트 대책이다.

곧 봄이다. 그러나 에너지 대란과 함께 찾아올 추운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에너지를 아끼는 습관이 중요하다.그러나 실천에 옮기는 게 쉽지 않다. 어느 해보다 겨울을 춥고 힘들게 보낸 만큼,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한 우리의 인식과 자세도 ‘선진국 스타일’로 변해야 할 때다. 어렵사맞는 봄의 길목에서 다시 한번 새겨볼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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