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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경쟁이 무대 달군다

마케팅 경쟁이 무대 달군다

중대형 공연장 늘면서 공연예술 유치경쟁 치열 … 전문경영인 영입도 공연장 1000개 시대를 맞았다. 전용관이 등장하고 히트작이 잇따르면서 관객이 늘었다. 그러자 공연장이 더 늘었다. 공연장 공급 증가에 따라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공연장 대표의 경영마인드와 마케팅 기법이 희비를 가른다. 대관에 그치지 않고 자체 기획·제작한 작품을 더 많이 올리기도 한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엿한 비즈니스로 자리 잡은 공연 산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재정 2%’ 공약이 탄력을 받게 되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연계에도 일반 비즈니스 못지 않게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내한 공연으로 260억원 매출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



국내 공연장 수가 1000개를 돌파했다. 1960년대만 해도 손 꼽을 정도였던 공연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지방자치제 도입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늘더니 뮤지컬 붐에 힘입어 지난해 1000개 시대에 안착했다.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난 덕이 크다. 여기에 이른바 ‘대박’ 공연이 속출하면서 공연을 하나의 산업과 투자기회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연장이 더욱 늘었다.

공연장 공급이 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김승미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교수는 “1960~70년대만 해도 극장이 몇 군데 없었기때문에 공연단체는 극장의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극장 수가 늘면서 공연단체의 발언권이 커졌다”며 “이제 극장은 관객뿐만 아니라 공연자 유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대관으로 손쉽게 운영된 극장들이 치열한 경영논리에 몸을 싣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공연장은 1093개로 집계됐다. 문광부 관계자는 “2012년 신설된 공연장을 더하면 이보다 많겠지만 폐업하는 공연장의 수가 정확히 잡히지 않아 전체적인 현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별로 보면 민간 36.9%, 공공 24.1%, 문예회관 23.5%, 대학로 14.7%, 국립 0.8%으로 나뉜다.

국공립 공연장,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극장,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소극장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지자체·중견기업이 세운 공연장도 많다. 우선 지자제 실시 이후 충무아트홀·성남아트센터·고양아람누리·대구오페라하우스 등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이 잇따라 건립됐다.

거의 모든 시·군·구 단위에 공연장이 생겨났다. 기업의 전문 공연시설로는 호암아트홀·LG아트센터·금호아트홀·두산아트센터·샤롯데씨어터·CJ아지트·KT&G 상상마당·KT 체임버홀이 있다. 최근엔 올림푸스한국 같은 외국계 기업도 뛰어들었다. 5년 전부터 블루스퀘어·디큐브아트센터 등 1000석 이상의 뮤지컬 전용 공연장도 등장했다.

공연장 건립 붐의 주역은 단연 뮤지컬이다. 2011년 한국문화관광 연구원의 ‘국내 뮤지컬 산업 현황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뮤지컬은 201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0~20%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엘리자벳’ ‘닥터 지바고’ ‘레미제라블’ 등이 히트를 치면서 뮤지컬 산업의 파이를 키웠다. 뮤지컬 전문가들은 2012년 뮤지컬 시장 규모를 3000억원으로 추산한다. 국내 영화시장(1조2000억원)의 25% 수준이다.

전용관 등장도 공연장 확산에 한몫 했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잠실 샤롯데씨어터,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가 대작 장기 공연의 3대 축을 형성했다. 여기에 클래식 공연에 강한 곳으로 예술의전당·LG아트센터가 있다. 난타 전용관도 서울의 명동·홍대앞·충정로 전용극장과 제주도 극장, 태국 방콕 극장 등 총 5곳에 달한다.

공연장에서 대표 작품의 일정을 미리 정해 알려주는 시즌제가 대작 탄생의 밑바탕이 됐다. 관객은 공연 티켓을 쉽게 살 수 있고, 극장은 경쟁력 있는 작품 제작에 집중해 공연 수준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극장 수가 적던 시절엔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국립극장이 시즌제를 도입했고, 두산아트센터 등 많은 공연장이 합류했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도 이에 곧 합류할 전망이다.

매니어층 형성도 주목할 만하다. 공연계에서는 이들을 ‘중독적 경험제’ ‘회전문을 도는 고객’이라고 표현한다. 디지털 특성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 등은 매번 동일한 경험을 주지만 아날로그적 성격을 지닌 뮤지컬·연극·콘서트는 매회 또는 출연진마다 새로운 감성이 드러나는 묘미가 있다. 이 때문에 같은 공연을 캐스팅에 맞춰 두세 번씩 찾는 이들도 많다.



손익계산 철저해진 공연업계 CEO공연산업이 커지면서 극장운영자와 공연기획자들도 비즈니스 개념에 눈뜨기 시작했다. 예술단체·공연장 마케팅 담당자들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홍보·마케팅 등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성공사례를 공유한다.

김승미 교수는 “뮤지컬 같은 ‘산업적’ 공연예술 장르가 입지를 넓히고 국공립 극장도 돈을 벌어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일면서 극장 주변에서도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라는 회계장부가 중요해졌다”며 “장기 공연을 위한 전용관 등장도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영 마인드가 착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회원관리도 눈에 띈다. 단순히 관객 리스트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공연장과 관객,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같은 소통을 바탕으로 자체 기획·제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공연장이 늘었다. 2010년 법인화 이후 고정 단원 없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 국립극단도 최근 자체 기획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극장 최고경영자(CEO) 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예술가 출신이 아니라도 수준급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보유한 인물이 공연단체와 공연장 운영자로 등장했다. 지난 1월 서울시향은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대표 자리에 박현정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을 선임했다.

그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다. 이색 공연으로 주목 받는 두산아트센터는 예술감독 자리를 비롯해 광고회사 출신이 3명이나 된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는 광고계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은 관객의 욕구가 무엇인지 빠르게 포착하고 그에 맞는 기획을 내놓는다.

공연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는 서울 잠실에 1100억원 규모의 클래식 전용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9월 개관을 목표로 잡았다.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은 이미지 쇄신과 한류문화증진을 위해 뮤지컬 공연, K-pop공연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다기능 문화공연장을 개설한다고 2월에 밝혔다.

정부정책 또한 공연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에서 경‘ 제부흥’ 국‘ 민행복’과 함께 문‘ 화융성’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까지 문화 재정 비중을 2%로 늘려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와 문화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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