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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전용관 속속 등장 관객 넘어 고객 대접

대형 전용관 속속 등장 관객 넘어 고객 대접

공간 임대 등 부대사업 활발 … 공공 공연장은 마케팅 사각지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공연장이지만 이들 역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친다.” 여러 명의 공연장 운영자와 공연기획자가 들려준 말이다. 주로 관 주도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공간이든 국내 첫 복합문화 공간이라는 태생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저마다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30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는 앞으로 오페라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형 공연 몇 번 하면서 시간과 예산을 쓰는 것보다 660석 규모의 M씨어터에서 작더라도 알찬 공연을 더 자주 열어 연간으로 전체 관객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세종문화회관은 2004년 대극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공연장 음향시설 잔향효과를 없앴다.

마이크를 쓰는 뮤지컬 음향과, 육성과 악기음만으로 울림효과를 봐야 하는 클래식·오페라 사이에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잔향효과를 해결해 뮤지컬 ‘편’에 선 것이다. 서울시향 등 클래식 연주 단체나 독주자들은 ‘음의 공명이나 부조화’를 이유로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는 서울 예술의전당은 최근 1년6개월 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오페라하우스의 토월극장을 재개관했다. CJ의 지원을 받아서 리모델링한 토월극장은 670석에서 1000석으로 객석 규모가 늘어났다. 또 좌측 무대를 확장해 무대연출의 다양성을 확보했고, 개방형 로비를 통해 쾌적하고 웅장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기업 이름이 들어간 ‘CJ토월극장’이라는 이름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기업과 공연장이 윈윈한, 성공적인 자본 유치”라는 평가다.



리모델링 공사에 대기업 유치최근 공연장은 ‘규모의 경제’를 키워가고 있다. 연강홀이 리모델링을 통해 두산아트센터로 탈바꿈했으며, 디큐브아트센터와 블루스퀘어 등 대형 공연장이 속속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용관이다. 1000석이 넘는 뮤지컬 전용관만 해도 블루스퀘어·샤롯데씨어터·디큐브아트센터 세 곳에 이른다. 지난 연말엔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702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가 들어섰다.

2000년대 들어 뮤지컬이 큰 돈을 벌어주자 대자본이 속속 전용관으로 몰리는 것이다. 지난해 뮤지컬 최대 히트작은 ‘위키드’로 내한 공연 당시 유료관객 점유율 95%의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260억원을 벌어 들였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박진성 뮤지컬협회 사무국장은 “전용관이 늘었지만 대부분이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대작들이 공연장을 차지하고 있다”며 “제작비 상승 압박과 관람료 인하 요구 등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매년 100여편 이상 제작되는 창작뮤지컬 시장은 아직도 소자본에 적자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뮤지컬 지원금으로 30억원을 내놨다.

관객에 대한 과학적 접근도 주목된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른바 ‘정기 관객제도’다. 모델은 2004년 첫 선을 보여 관객 동원 17만명, 객석점유율 78%를 기록한 서울 대학로 ‘연극열전’이다. 관객과 철저히 호흡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상 관객층을 명확하게 설정했고 ‘연애인(演愛人)’ 회원제 운영 등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애쓴 결과다. 이 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참신한 공연 기획도 등장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된 ‘11시 음악회’ 같은 대중적·일상적 클래식 음악회는 전국의 공연장으로 퍼져나가 주부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부대사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공간 임대 등 수익사업을 펼치는 공연장이 늘고 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심포지엄에서 “공공재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공연장은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받으므로 공연사업 수입과 민간 지원금 등을 확대해 재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 역시 “미국의 링컨 센터와 영국의 바비칸 센터 등 해외의 복합문화 공간은 재원을 조성하려고 공간 임대 등 부대사업을 전개하며 수익구조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며 “공연장이 본연의 가치와 미션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정배 청운대 교수는 “기업은 이미지 제고와 매출 상승 등 장기적인 마케팅 목표를 위해 공연 스폰서십 활동을 하고, 공연 주최도 기업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 공연장은 여전히 마케팅 사각지대라는 평가다. 지난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서울시 공공 공연장 활성화 전략’정책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각 자치구들이 문화복지 향상 등을 내세워 공연장을 우후죽순으로 만들었지만 시설 건립에 치우쳐 실제 운영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문적인 경영으로 문화 활성화 성과가 적어 속‘ 빈 강정’이라는 게 연구결과다.



우후죽순 자치구 공연장 속빈 강정특히 구립 공연장은 다목적용으로 건립되는 경우가 많아 프로그램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시설 건립 위주의 공연장 정책, 전문성 없는 시설관리공단의 위탁 경영이 부실 원인으로 꼽혔다. 구립 공연장 36곳 중 19곳이 시설관리공단에 위탁·운영되는데 수익성을 강조하다보니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공연장으로서의 공공성 강화나 지역 문화창출 등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공공 공연장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선 공연장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 공동기획과 마케팅 등 공동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연장 또한 고객을 상대하는 곳인 만큼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연예술은 공연 자체뿐만 아니라 여러 보조적인 장치가 함께 제공되는 종합 서비스 상품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우아한 공연 장소, 고급 정보가 담긴 프로그램 내지 카탈로그, 공연 관련 기념품 판매 등이 그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공연은 신용재(신뢰재)”라고 규정했다. 그는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난 뒤에도 해당 제품에 대한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신용재라 한다”며 “고급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공연 관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관람료를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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