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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ure - 60년대 풍미한 전설의 귀환

Cuture - 60년대 풍미한 전설의 귀환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재개관작 … 판소리 ‘배비장전’ 모티브
‘살짜기 옵서예’는 외국인 연출가의 각색으로 원작의 풍자성보다 로맨스에 무게를 뒀다.



‘당신 생각에 부푸는 이 가슴, 살짜기 살짜기 살짜기 옵서예~’. 패티김이 불러 히트한 ‘살짜기 옵서예’는 1966년 창작뮤지컬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동명의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다. 로봇 태권V의 작곡가 최창권이 작곡하고, 당대 국내 유명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제작에 참여했다. 7회 공연이 전석 매진되고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당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 전설의 작품이 CJ토월극장재개관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살짜기 옵서예’는 고전소설이자 판소리인 ‘배비장전’을 토대로 만들었다. 제주 목사를 따라 제주로 간 배비장이 제주 기생 애랑을 만나 지조를 지키겠다는 아내와 약조를 어기고 망신 당한다는 이야기다. 고전 ‘배비장전’의 재미는 체면을 중시하면서도 여색 앞에서 무너지는 양반의 허위를 풍자하는 데 있다. 하지만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양반에 대한 풍자보다 배비장과 애랑의 로맨스가 강조된다.

로맨스를 강조하다 보니 몇 가지 설정이 바뀐다. 원작소설에서는 배비장이 처를 서울에 두고 왔지만, 뮤지컬에서는 상처(喪妻)한 것으로 나온다. 배비장은 목사나 다른 비장들과 달리 기생놀음에 빠지지 않고 먼저 떠난 아내와 약속을 지키려 애쓴다. 애랑 역시 미색으로 양반을 희롱하고 서민의 욕망을 대변하는 역할보다는 여러 남자의 가벼운 사랑에 질리고 진실한 사랑을 희구하는 인물로 변한다.



탄탄한 스토리에 최첨단 기술 가미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구스타보 자작은 남자들이 기생을 물건 고르듯 정하는 기생점고 장면을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외국인 연출가가 맡으면서 원작의 풍자성보다 로맨스에 집중된 면이 있다.

그렇다고 풍자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풍자의 강도는 약해졌지만 양반을 골탕 먹이고 위선을 풍자하는 색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방자의 캐릭터는 이전보다 풍자와 해학성을 더했다. 수염까지 기른 40대 배우 김성기가 천연덕스럽게 열아홉 방자라고 말하는 장면부터 웃음이 터진다. 방자는 계급적으로 약자이지만 양반들에게 교묘하게 반말이나 욕을 하고, 양반의 재물을 빼앗는다. 서민성과 해학성이 짙은 방자는 극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서민을 대변한다.

1960년대 제작된 작품이 지금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작품의 내력을 아는 이라면 당연히 드는 생각이다. 양반을 풍자하는 것에서 보편적인 로맨스로 중심을 이동한 것도 현대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원작의 음악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편곡한 노래, 전통과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무대, 전통적인 패턴은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은 의상으로 동시대 관객을 어느 정도 잡았다.

선글라스를 쓴 제주 목사, 현대적인 헤어스타일의 배우는 이 작품이 고전을 바탕으로 하고, 1960년대에 만들었기 때문에 고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완화한다. 영상기법도 현대적 감각을 살리는 데 역할을 한다. 하루방에 눈을 3D 랩핑으로 구현해 눈을 깜박이고 혀를 내미는 하루방을 만들고, 죽은 아내를 홀로그램으로 구현했다.

‘살짜기 옵서예’는 노래가 등장하는 시점이나, 역할, 다양한 퍼포먼스를 결합한 스펙터클 면에서 1960년대 만든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뮤지컬의 기본을 잘 갖췄다. 이번 공연은 현대적인 기술의 도움으로 되살린 고급스런 앤틱 가구를 보는 느낌이다. 3월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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