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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상대와 이익 나누며 공생하라

Management - 상대와 이익 나누며 공생하라

경쟁자 살리며 목표 이뤄야 고수 … ‘빅’ ‘바꿔치기’ 지혜 배워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여전하다. 예전에는 조그만 가게를 하나 갖고 ‘사장님’소리를 듣던 중소상인 계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정치권은 더 어지럽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장관이 결정되지 않는 초유의 공백 상태가 생겼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관할권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때문이다.

골목상권과 정부조직법 문제는 이질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방을 누르고 승리하려는 경쟁심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경쟁력이 있는 시장을 찾아 진입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여야 정당도 자신들의 정강이나 정책에 따라 주장을 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정부조직법 놓고 끝없는 평행선자유경쟁이 근본인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뭔가 석연찮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승리의 영광을 누리기보다 모두 패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하면 소상인들은 경쟁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물러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대기업만 부유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들의 생계나 복지에 대한 부담으로 정부는 대기업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은 세금을 비롯한 새로운 부담을 질 수 있다.

안보·민생 문제를 비롯한 중대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여야의 경직된 자세는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과 혐오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국가 운영을 담당하는 정치인이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다면 정치권의 브랜드 가치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경쟁과 관련된 이런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치열한 경쟁의 게임인 바둑에서 이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어 보기로 하자. 바둑은 정치판의 싸움이나 기업의 경쟁과 비슷하게 영토를 놓고 경쟁하는 게임이다. 이권을 놓고 상대방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며 때로는 생사가 걸린 싸움까지 불사한다. 바둑에서는 상대방을 이롭게 하는 것을 이적행위로 간주해 나쁜 수로 평가한다. 1집이라도 이득을 보려고 오기로 버티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에는 대마(大馬)가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처럼 살벌한 싸움을 벌이는 바둑이지만, 바둑 고수들은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생각만 하진 않는다. 목숨이 걸린 심각한 싸움을 벌였다가도 종국에는 상생과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일컬어 바둑 해설가들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표현을 썼다. 태산이 흔들리는 대판 싸움이 벌어졌으나 나중에 보니 쥐새끼 한 마리 지나간 정도의 미미한 움직임이었다는 뜻이다.

극한 경쟁의 게임인 바둑에서 상생과 타협으로 싸움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는 끝까지 적을 쓰러뜨리겠다고 몰아 붙일 경우 이쪽도 리스크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것처럼 궁지에 몰리면 이판사판으로 나와 흙탕물 싸움으로 빠지기 일쑤다. 이런 싸움이 되면 돌발사태가 발생해 공격하던 쪽이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수들은 혼자 이익을 독차지 하지 않고 적에게 적당한 이익을 나눠주고 타협하는 방식을 택한다. 때로는 자기돌을 몇 점 떼어주는 희생을 감수한다.

예를 하나 보자. <1도>는 아마추어 강자들의 바둑에서 나온 장면이다. 위쪽의 백대마와 흑대마가 서로 사느냐 죽느냐 하는 살벌한 상황이다. <2도>의 싸움은 흑1에 두어 흑이 백대마 12점을 잡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백도 2로 흑 한 점을 빵 따내고 4로 오른쪽 흑 4점을 잡는 이익을 얻었다. 결국 바꿔 치기로 이익을 나누는 결말이 됐다. 바둑판의 거래에서는 이와 같이 이익을 적당히 나누는 타협책이 흔하게 사용된다.

바둑의 이런 사고방식을 적용해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기업인이 있다. 태국 상위그룹 CP사의 CEO이자 24시간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태국 총수인 코작 차이라스미작 회장이다. 그는 자신들이 마케팅을 하는 지역에 라이벌 회사가 밀고 들어와 경쟁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경쟁의 궁극적 목표는 상생코작 회장은 이 라이벌과 경쟁해 쓰러뜨리는 전략을 구상했다. 그렇게 해서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불현듯 상‘ 생(相生)’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라이벌 회사를 쓰러뜨리려면 자기 회사도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회사와 공존하는 구도를 만든다면 그 편이 유리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코작 회장은 라이벌 회사가 경쟁 지역의 마케팅에 힘을 쏟는 동안 덜 매력적이지만 넓은 다른 지역의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폈다. 그 덕에 무난히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 코작 회장은 경쟁자를 살려주며 목표를 달성하는 게 상수의 경영이 아니겠느냐며, 이런 아이디어는 바둑에서 배웠다고 했다. 적의 왕을 죽이는 것이 목표인 장기나 체스와는 달리 바둑에서는 적과 공생하는 ‘빅’이 있고, ‘바꿔 치기’로 이익을 나누는 트레이드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경영과 정치에서도 바둑의 이런 방식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란 자사의 이익만 생각할 게 아니라, 고객은 물론 경쟁자와도 적당히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란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상인들과 이익을 공유하며 상생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부조직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행복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 오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둑판에서나 세상에서 많은 분쟁은 사실 사소한 오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자에게 서로 밀리지 않으려는 오기에 사로잡히면 점점 대립이 격화되고 나중에는 큰 싸움으로 비화된다. 상대편 정당을 정치적 파트너라고 본다면 해법은 의외로 쉽게 나올 수 있다. 경쟁의 끝은 어느 한 쪽의 궤멸이 아니라 이익을 적당히 나누며 상생하는 것이라는 사고를 갖자. 바둑의 고수들처럼 문제를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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