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mnivore FASHION - ‘과거는 묻지 마세요’
자히아 데하르는 프랑스 스포츠 사상 최대 섹스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타블로이드 언론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녀는 2010년 4월 파리의 한 VIP 나이트클럽에서 매춘알선 조직의 주선으로 프랑스 축구 스타 프랑크 리베리의 ‘생일선물’로 바쳐졌다고 알려졌다(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일곱 살이었다).
이 스캔들은 프랑스 경찰이 그 불법 조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데하르를 심문하던 중 폭로됐다. 데하르는 경찰 조사에서 리베리와 그의 동료 축구선수 카림 벤제마가 미성년자인 자신과 성관계를 한 후 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프랑스에서는 18세 이상의 매춘은 합법이다). 오는 6월 재판을 앞둔 리베리와 벤제마는 3년의 징역형과 6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일은 두 사람의 선수생활과 프랑스 축구의 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데하르는 이 일로 얼굴이 알려진 후 패션계에 진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그녀는 홍콩 소재 투자 펀드 퍼스트 마크의 도움을 받아 쿠튀르 란제리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프랑스 패션계 거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여성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일이 매우 자랑스럽다. … 당분간은 란제리 브랜드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지만 다른 꿈도 많다. 내 머릿속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데하르는 올해에도 패션쇼와 TV 출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듯하다. 지난 1월에는 우고 로페즈 감독의 다큐멘터리 ‘자히아, Z부터 A까지(Zahia, From Z to A)’가 프랑스의 한 TV 채널에서 방영됐다. 이 작품은 그녀의 최신 란제리 컬렉션 제작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로페즈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던 날 프랑스 잡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자히아의 스토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현대판 신화다. 그녀는 미디어 아이콘으로 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다음날인 1월 23일 데하르는 팔레 드 도쿄에서 두 번째 쿠튀르 란제리 라인을 선보였다.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데하르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그렇듯이 말이다. 그녀를 현대판 신데렐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데하르는 인터뷰를 잘 안 하지만 언론의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고 싶어한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스캔들이 터진 후 내가 정말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내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언론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내 란제리 브랜드는 프랑스에서 일자리를 창출했고, 내게 최고의 장인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주었다.”
지난 1월 31일 데하르는 다음 컬렉션을 레자비(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란제리 브랜드 중 하나로 2010년 12월 파산했다)의 전 직원들이 설립한 프랑스의 한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겠다고 발표해 또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레자비를 돕고 싶었고 최고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기도 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데하르는 말했다. “전체 라인을 그곳에서 생산하고 싶다. 최고의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국산품”의 구매를 촉구한 사실을 고려할 때 현명한 결정이다.)
데하르는 큰 꿈을 이뤄가고 있지만 그녀의 삶이 언제나 장밋빛은 아니었다. 1992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그녀는 열 살 때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프랑스로 이민을 왔다. 당시 그녀는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파리 교외의 샹피니-쉬르-마른에서 자란 그녀는 열여섯 살 때 매춘부가 됐다. “난 지금도 예전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열정도, 꿈도 변하지 않았다. 단 하나 차이점은 이제 언론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과거에 대해 길게 말하기를 거부했다.
2010년 섹스 스캔들이 터진 후 데하르는 란제리 모델이 됐다. 이듬해엔 잡지 ‘V’ 스페인판의 표지 모델이 됐고, 베니티 페어 이탈리아판에 배우 에릭 로버츠와 함께 등장했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예술 사진 작품과 영화도 나왔다. 2011년 5월에는 그레그 윌리엄스가 감독한 초현대적 단편 영화 ‘바이오닉(Bionic)’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그녀는 외계에서 온 요정 같다”고 윌리엄스는 말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데하르는 또 사진가 듀오 피에르와 질의 ‘천국의 자히아(Zahia in Paradise)’라는 작품에서 성경 속의 이브 같은 이미지로 묘사됐다.
지난해 2월에는 피에르 파스봉의 화랑에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예술작품을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렸을 정도다. “자히아와 예술의 관계는 이전에도 익히 보아오던 유형”이라고 파스봉은 말했다. “그녀는 과거에 레이디 해밀턴과 카사티 후작부인, 카스티요네 백작부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그랬듯이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줘 작품을 탄생시킨다.” 파스봉은 또 “자히아를 처음 만났을때 미학적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살아 숨쉬는 조각 같다.”
데하르는 란제리 디자이너로 변신한 뒤 칼 라거펠트가 아끼는 젊은 후배가 됐다. 라거펠트는 지난해 데하르의 쿠튀르 컬렉션 데뷔작 사진 촬영을 한 뒤 그녀를 코코 샤넬과 18세기 고급 매춘부들에 비유했다. “대단한 칭찬”이라고 데하르는 말했다. “정말 기분 좋다. 칼을 매우 존경한다. 그는 내 친구이며 롤 모델인 동시에 멘토다.”
데하르의 컬렉션은 튤(실크나 나일론을 이용해 망사처럼 짠 옷감)과 레이스, 크리스털과 구슬 장식의 자수 등을 이용한 화려한 로코코 스타일로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모든 디자인이 내가 쓴 동화나 역사 속 일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부터 군침 도는 페이스트리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데하르는 자신의 스타일이 “매우 여성적이며 장난스러운 데가 있다”면서 유머 감각이 있으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쿠튀르 쪽을 택한 이유는 매우 화려한 디자인이 가능한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 패션 트렌드의 한계를 넘어 좀 더 풍요롭고 창조적인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분야다.” 그녀는 또 자신이 완벽을 추구하며 프랑스 최고의 장인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코르셋 디자이너 프랑수아 타마랭부터 깃털 전문가 에릭-샤를 도나티엥, 자수 전문가 장-피에르 올리에 등이 모두 그녀 밑에서 일한다. 그녀의 지난번 컬렉션엔 사진가 테리 리처드슨과 엘렌 폰 운베르트가 큰 관심을 보였다.
유명인사 팬들과 동업자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데하르는 아직 프랑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지난해 여름 그녀는 코르시카 여행 중에 찍은 도발적인 포즈의 엉덩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 언론은 그녀에게 ‘라 스캉달뢰즈(la scandaleuse)’라는 꼬리표까지 붙였다.
라 스캉달뢰즈는 데하르처럼 화려한 옷과 바로크 스타일을 좋아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루이 16세 국왕의 왕비)에게 붙여졌던 별명이다. 프랑스 국민은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이 데하르의 논란 많은 과거를 눈감아줄 수 있을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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