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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FORBES KOREA AGENDA - 유능함과 따뜻함 다 갖춰야 진짜 착한 기업이다

2013 FORBES KOREA AGENDA - 유능함과 따뜻함 다 갖춰야 진짜 착한 기업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보고 듣는 것이 곧 ‘믿는 것’이 되어버린 요즘에는 돈을 모으고 쓰는 방법이 중요해졌다.

부자들 중 크고 작은 기업이나 조직을 운영하는 CEO도 많다. 그들은 경영활동을 통해 많은 부를 창출하기 때문에 품격 있는 경영활동은 부의 품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의 품격’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게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활동이다.

과거에는 이런 활동이 기업의 수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기업들도 세금 납부하듯 떠밀려서 성금을 내곤 했다. 최근에는 나눔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 수익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착한 경영’이 마케팅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일례로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란 슬로건으로 잘 알려진 탐스슈즈(Toms Shoes)는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에티오피아·과테말라 등 제 3세계 어린이들에 신발을 기부하는 ‘원포원(one for one)’ 운동을 펴고 있다. 이 캠페인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회사 설립 3년 만에 매출 5조원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이동통신사 보다폰(Vodafone)은 2007년 케냐의 자회사 사파리콤을 통해 휴대폰 송금서비스를 도입했다. 은행 지점이 부족한 케냐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였다. 도시로 나가 번 돈을 시골 가족에게 송금하는데 유용했다. 현재 1200만 명의 케냐인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보다폰은 또 휴대폰을 통한 원격 의료 서비스도 도입해 아프리카인들을 돕고 있다. 현재 사파리콤의 케냐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77%에 이른다.

허종호 서울여대 착한경영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은 “국내 기업의 CSR 활동은 직원과 고객에 대한 배려보다는 나눔에 치우쳐 있다”며 “그러다 보니 기업 경쟁력과 무관한 ‘비용’ 인식이 강해 1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쓰는 돈은 상위 500대 기업 평균 연 104억원으로 적지 않다. 허 교수는 “하지만 그런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기업활동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유능함과 따뜻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데다 인간미까지 없으면 나쁜 기업(bad company), 유능하지만 배려가 없으면 스마트 기업, 따뜻하지만 유능함이 떨어지는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구분했다. “유능함과 따뜻함을 겸비해야 품격있는 기업입니다.”



경영의 품격 높이는 ‘휴마트’중앙일보가 올해 한국 사회에 어젠다로 제시한 ‘휴마트(Humart)’ 운동에 대해 품격 있는 CEO의 ‘착한 경영’과 맥을 같이한다고 허 교수는 덧붙였다.

휴마트(humanity+smart) 캠페인은 해방 이후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한국 사회의 작동 원리를 스마트(smart·똑똑함)에서 인간성이 살아 숨 쉬는 ‘휴마트(humanity+smart)’로 업그레이드해 한국 사회의 품격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인간성(humanity)·통합(unity)·장인(master)·실천(action)·존중(respect)·생각(thinking) 6개 실천과제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기업윤리연구소 에티스피어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145곳을 선정해 해당 기업들의 연간 주가수익률(PER)을 조사한 결과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들의 평균보다 30%포인트나 높았다. 윤리적인 경영이 수익성 향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휴마트’ 기업이 늘어나는데 SNS와 개인 미디어가 크게 기여했다. 이들 매체의 발달로 기업 관련 부정적인 이슈와 이미지 확산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SNS를 통해 생생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퍼지다 보니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업 입장에서도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취약계층이 양산되면서 기업 활동의 중심축이 유능함에서 따뜻함으로 이동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착한 기업 상품, 웃돈 주고 산다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 미국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 콘커뮤니케이션즈가 2011년 미국·일본·캐나다·영국·독일 등 9개국 소비자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94%가 공익과 관련된 상품으로 바꿀 것이라고 대답했다. 변화는 국내서도 감지된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500명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73%가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보다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45%는 윤리적인 기업 제품에 5% 이상 웃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들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며 “협력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성장을 지원하고 어려운 이웃, 그늘진 곳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사회공헌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며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에도 적극 나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자”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열린 마음으로 사회를 돌아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기업 홍보 도구로 널리 사용되면서 착한 기업과 착한 척 하는 기업을 구별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진정성이 둘을 구분하는 잣대라고 입을 모은다.

허 교수는 “패스트푸드 회사의 비만퇴치운동이나 담배회사의 금연운동에서 진정성을 느끼기는 어렵다”며 반대의 경우로 유한킴벌리를 지목했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 한해 43억원 정도를 씁니다. 1984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진정성을 인정받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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