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s PERSON OF INTEREST - 우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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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신임 외교부장은 여러 가지언어를 구사하는 세련되고 실용적인 인물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약삭빠른 협상가가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최고의 외교관이 되기 위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 풀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는 중국 외교부장 자리에 적임자다. 왕 부장은 일본어에 능통한 일본 전문가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악화일로를 걷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일이다.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양국간 긴장은 과거 일본의 중국 강점에 대한 기억으로 한층 더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군 강경파의 영향력이 고조되는 중국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왕부장과 다른 외교관들이 소신껏 행동을 취할 여지가 있는지가 문제다. 최근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한 시진핑은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에서 “전쟁이 나면 반드시 승리하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촉구했다. 이 발언은 중국군의 사기를 드높이는 한편 일본에서는 큰 우려를 자아냈다.
“왕 부장은 융통성 있고 뛰어난 협상가로 알려졌지만 현재 중국의 분위기로 볼 때 그의 재량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를 잘 아는 한 중국 관리(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승인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의 말이다. 대다수 국가와 달리 중국에서는 국가안보의 중대 사안에 대한 결정이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소수의 공산당 고위 지도층에 달렸다. 왕 부장은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산당 중앙정치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가 관료체계 내에서 그 정도의 영향력도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서방인이 놀란다”고 그 관리는 말했다. 왕이는 1990년대 말 6개월 동안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2004년 주일 중국대사로 취임했다. 당시 역시 중일 관계가 악화됐던 시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중국에서 반일감정이 고조됐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을 포함한 전사자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중국은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독일인이 나치 지도자를 기리는 것과 유사한 도발적 행위로 간주했다.
2005년 고이즈미가 사임을 선언한 뒤 왕이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던 아베 신조 당시 관방장관과 비밀회담을 주도했다. 그런 노력은 성과가 있었다. 아베는 2006년 가을 총리에 취임한 지 몇 주만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일간 긴장을 깨고 양국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킨 방문이었다. 2006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당시 왕이는 일본 정부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양국 관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연착륙”시킬 협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제 아베가 다시 일본 총리 자리에 올랐지만 중국 외교관들은 과거보다 더 복잡한 정치·사회적 환경에 둘려싸여 있다. 일본 언론은 왕 부장이 “나약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논평했다. 산케이 신문은 “왕 부장이 중국 내에서 일본에 호의적인 인물로 비쳐서 좋을 게 없다”고 결론 내렸다. 왕 부장은 이제 국내 동료들은 물론 외국 외무장관들의 협조를 얻어내려면 자신이 지닌 모든 매력과 수완을 발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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