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공룡조직 쪼개 모바일에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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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이 네이버와 한게임으로 다시 나뉜다. 합병 13년 만이다. ‘각자 모드’로 돌아가는 건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체제를 확립해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게 NHN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산업의 급성장세에 위기를 느낀 대응책 차원으로 분석한다.
NHN은 3월 8일 게임사업을 담당하는 주식회사 한게임을 신설하고 나머지 인터넷 포털 서비스와 온라인 광고 등 주력 사업은 존속해 주식회사 네이버(가칭)로 이름을 바꾼다고 공시했다.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합병으로 NHN이 출범한 지 13년 만이다. 네이버와 신설법인인 한게임의 인적 분할 비율은 0.685대 0.315이며 분할 기일은 8월1일이다. NHN은 이 같은 내용을 6월28일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모바일 산업 급성장에 위기감NHN은 2000년 인터넷 검색 포털 네이버와 온라인 게임 서비스 한게임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당시 새로운 형태의 게임 서비스로 인기가 높았지만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던 한게임과 자금 여유는 있지만 회원 수와 트래픽이 부족한 네이버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가 컸다. 한게임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네이버에 유입됐고, 네이버는 늘어난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꾸밀 수 있었다.
이후 NHN은 게임을 비롯한 뉴스·지식쇼핑·블로그·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로 포털업계 선두를 지켰다. 특히 구글·야후 등 글로벌 포털도 한국에서만큼은 네이버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00년 합병 당시 88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3893억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포털 네이버의 가입자는 약 3700만명, 일 방문자수는 1800만명 가량이다.
그러나 NHN은 최근 몇 년 동안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웹 생태계를 파괴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 한게임은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회적으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커진 덩치만큼이나 사회적 책임의 부담을 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경쟁력 약화였다. 인터넷 분야에서는 막강한 1위지만 한게임의 실적은 저조했다. 더구나 모바일 업계의 부상으로 사내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업계에서는 NHN의 관료화된 조직과 보수적 사업진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해진 NHN 의장 역시 지난해 “벤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위기론을 임직원에게 전하며 조직·인사제도 개편을 지시했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가 조직이 혁신을 잃고 나타해졌다고 직접 질타할 정도로 최근 NHN 안팎으로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다”며 “특히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강자에 맞서려면 기존 통합 조직만으로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게임 분야 실적 저조는 심각했다. 넥슨·엔씨소프트·네오위즈 게임즈에 이어 게임 업계 4위인 한게임은 부진 끝에 최근 3년 연속 역성장을 나타냈다. 경직된 이사회의 결정구조 탓에 사업이 지지 부진했다. 김상헌 NHN 대표는 “게임사업은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각종 규제 등 리스크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이사회 구성원 중 게임 업계 출신이 없어 게임사 인수 부결 등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분할 결정 후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NHN이 한게임을 떼내면서 게임사업 성과가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투자증권의 홍종길 연구원은 “한게임은 인적 분할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통해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라면서 “분할에 따른 주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의 인터넷·게임사업 분할 성공의 관건은 모바일 부문 성장에 있는데 두 사업 부문 모두 모바일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분할 과정에서 한게임에 배정된 현금은 사업 확장을 위한 게임개발사 인수 등에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NHN 종목 투자자는 분할 재상장 후 네이버와 한게임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 되므로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에 주목해야 한다”며 “분할된 한게임의 가치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네이버의 가치는 크게 올라 양사의 합산 시총은 현재 NHN 시총보다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는 이번 분할을 통해 주요 사업을 독립시켜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계획이다. 벤처정신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합병 후 모든 서비스를 한 회사가 도맡았던 ‘공룡’ 전략을 버리고 각 분야별 전문기업으로 재탄생 하겠다는 각오다. NHN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가 세분화되는 환경에서 10년 넘게 고수한 기존 전략으로는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며 “이미 2009년 1000명 규모의 NHN비즈니스플랫폼(NBP)를 독립시킨 경험이 있어 분할 작업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3~4위에 머문 한게임은 분할 후 게임 업계 1위에 오른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인력 충원, 게임 라인업 확대 등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분리될 한게임의 예상 시총 규모는 게임업계 1위 엔씨소프트를 넘어서는 4조원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자체 개발과 인수합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크리티카’ ‘우파루마운틴’ ‘피쉬아일랜드’ 등 한게임이 최근 출시한 온라인·모바일 게임이 잇따라 성공을 거둔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넥슨처럼 강력한 오너십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한게임·라인 기대, 나머지는 미지수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 가능성은 크다. 이미 전 세계 가입자 1억명을 보유한 대형 메신저로 성장했다. 2013년 ‘라인’ 예상 매출은 4621억원(대우증권)이다. 라인을 지원할 라인플러스는 최근 판교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사업 준비에 나섰다.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라인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국내에도 출시해 라인을 ‘모바일의 네이버’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NHN은 라인의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라인·한게임과 달리 캠프모바일의 성공은 미지수다. 캠프모바일은 네이버·라인과 상관없는 전혀 새로운 분야의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인 ‘밴드’가 국내외에서 7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캠프모바일의 핵심이 됐지만, 새로운 서비스가 절실하다. 계열사를 분리하고 남는 네이버의 미래도 마냥 밝지만은 않다.
주요 수익원인 검색 광고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성장세가 둔화됐다. 블로그 성공 이후 이렇다 할 핵심 서비스도 내놓지 못했다. 모바일로 쏠린 사용자의 관심을 온라인으로 되돌릴 전략도 급하다. 게임본부의 인적 분할로 사업이 복잡하게 분할되면서 중복 투자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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