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market - 불붙은 ‘일자리 전쟁’
JOB market - 불붙은 ‘일자리 전쟁’
기업체 현실이 요구하는 자격 갖추고 모험정신 가져야 승산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일자리는 어떤가? 공식 통계를 보면 한국의 경제활동 참가율(participation rate)은 61%를 웃돈다. 또 연간 1.4%씩 성장한다. 그러나 고용의 큰 그림을 보면 사정이 사뭇 다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로시간이 상당히 긴 나라에 꼽히지만 개인의 근로 연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 다른 나라의 예를들면 스웨덴인은 평균 64세, 영국인은 63세, 독일인은 61세까지 일한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29세부터 54세까지 풀타임으로 고용된다. 정부는 퇴직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재로선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퇴직 연령을 규정할 수 있다.
바로 거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회사의 경우 노조에 가입한 직원은 퇴직 정년이 58세다. 노조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직급은 차장이다. 따라서 그들이 차장이 되면 더 이상 승진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 직급이 높으면 강요되는 조기 퇴직을 막아주는 노조의 보호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은 불만이 많아진다. 승진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노조원이 아닌 사무직 중간 간부에게도 여파가 미친다. 같은 직급을 가진 생산직 노조원과 똑 같은 급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연구 부서들은 직급을 없애고 직책(예를 들어 책임연구원)만 사용함으로써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 서열보다 가치와 실적을 근거로 성과가 좋은 직원을 승진시키기 쉬워졌고, 직급을 기준으로 직원을 ‘솎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한국 대학생 대다수는 ‘아주 좋은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한국의 교육열은 어느 나라보다 뜨겁지만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대학졸업자의 질적 수준과 기업체의 현실적인 요구 조건이 맞지 않는다. 한국 대졸자들이 갖는 문제는 학력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 ‘일자리 전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29세 미만이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될 때 그들이 택하는 길이 자못 흥미롭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거의 절반이 학업 도중에 쉰다. 여학생의 휴학 기간은 평균 16개월이다. 그중 36%는 그 기간에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하고, 32%는 어학 연수 등 현장 경험을 하며, 24%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학생의 휴학 기간은 평균 2.5년이다. 그동안 대다수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약 11%는 군복무 전후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하며, 9%는 어학 연수 등 현장경험을 하고, 8%는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졸자 중 약 70%가 6개월 만에 첫 직장을 찾는다. 32%는 관리자·전문가, 29%는 사무직 종사자, 20%는 서비스·도소매업 종사자, 13%는 기능·기계조작 종사자를 택한다. 업계의 측면에서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부문이 가장 인기가 높고, 그 뒤를 도소매와 숙박업, 제조, 기술과 금융업이 잇는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비공식적인 일·생활 체험을 통해 얻는 기술과 태도를 중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다수 학생이 취업 준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들은 어렵게 딴 학위와 자격증으로 취업과 승진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취업시장의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취업하자마자 직장을 두어 군데 옮긴다.
29세 미만에서 직장을 한두 번 옮기는 비율이 65%에 이른다. 한 직장에 머무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인터넷 일자리 포털이 많지만 취업 경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9세 미만의 40% 이상은 가족, 친지, 교수, 학교의 추천으로 직장을 구했고 11%는 동료의 추천을 따랐다. 개인 네트워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잠재적 근로자의 수준과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기업이 교육기관과 손잡고 직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스터’ 고등학교다. 국가의 산업인재 수요에 부응할 목적으로 생겨난 특수목적고다. 특정 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소양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을 개발하는 독일 모델을 따랐다.
마이스터고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일부 마이스터고에 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생에게 인턴과 고용 기회를 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이런 교육이 대학 교육보다 성공의 더 나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듯하다.
그럼에도 삼성은 협력사와 하청업체를 위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취업시장의 다양화에 노력한다. 이런 협력사가 삼성 브랜드와 연관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경험 많은 대기업 직원이 규모가 작은 협력사나 하청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갈수록 흔해진다. 가지고 있는 지식베이스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런 과정을 지원한다.
주한 외국회사들로선 한국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한국 내의 경쟁사 직원과 맞먹을 뿐 아니라 다른 해외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수준이 동등한 인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한국의 외국기업들은 고용 범위가 아주 좁다.
그처럼 높은 언어, 문화, 기술적 능력을 가진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모든 외국기업은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원한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으로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들이 예상한 급여 수준은 아시아의 일반적인 평균 임금을 근거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과거엔 외국 기업이 한국 인재들에게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도 세계로 진출하면서 외국 기업과 인재 다툼을 한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거의 같은 수준의 인재를 원한다.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적합한 사고방식, 경험, 태도를 갖춘 인력을 말한다.
피고용자도 근무시간의 탄력성, 실적에 근거한 승진, 여성의 기회 확대, 충분한 성과급, 국제적 체험 기회 등 과거 외국기업이 제공하던 수준의 일자리 분위기를 원한다. 결국 유명 대기업이 최고의 인재 확보에 가장 유리하다. 다양성과 다중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중소기업을 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향후 5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3.5%로 예측된다. 한국의 인재가 ‘일자리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유명한 다국적 기업을 기꺼이 마다하고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모험 기업에 투신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된다. 근본적으로 어떤 기업이든 성공하려면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갤럽의 CEO 짐 클리프턴은 “좋은 아이디어보다 좋은 인력이 더 소중하고 드물다”고 말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혁신을 시장에서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모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시장에서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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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의 일자리는 어떤가? 공식 통계를 보면 한국의 경제활동 참가율(participation rate)은 61%를 웃돈다. 또 연간 1.4%씩 성장한다. 그러나 고용의 큰 그림을 보면 사정이 사뭇 다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근로시간이 상당히 긴 나라에 꼽히지만 개인의 근로 연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 다른 나라의 예를들면 스웨덴인은 평균 64세, 영국인은 63세, 독일인은 61세까지 일한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29세부터 54세까지 풀타임으로 고용된다. 정부는 퇴직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재로선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퇴직 연령을 규정할 수 있다.
바로 거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회사의 경우 노조에 가입한 직원은 퇴직 정년이 58세다. 노조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직급은 차장이다. 따라서 그들이 차장이 되면 더 이상 승진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보다 직급이 높으면 강요되는 조기 퇴직을 막아주는 노조의 보호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은 불만이 많아진다. 승진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노조원이 아닌 사무직 중간 간부에게도 여파가 미친다. 같은 직급을 가진 생산직 노조원과 똑 같은 급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연구 부서들은 직급을 없애고 직책(예를 들어 책임연구원)만 사용함으로써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 서열보다 가치와 실적을 근거로 성과가 좋은 직원을 승진시키기 쉬워졌고, 직급을 기준으로 직원을 ‘솎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한국 대학생 대다수는 ‘아주 좋은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한국의 교육열은 어느 나라보다 뜨겁지만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대학졸업자의 질적 수준과 기업체의 현실적인 요구 조건이 맞지 않는다. 한국 대졸자들이 갖는 문제는 학력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 ‘일자리 전쟁’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29세 미만이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될 때 그들이 택하는 길이 자못 흥미롭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거의 절반이 학업 도중에 쉰다. 여학생의 휴학 기간은 평균 16개월이다. 그중 36%는 그 기간에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하고, 32%는 어학 연수 등 현장 경험을 하며, 24%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남학생의 휴학 기간은 평균 2.5년이다. 그동안 대다수는 병역의무를 마치고, 약 11%는 군복무 전후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하며, 9%는 어학 연수 등 현장경험을 하고, 8%는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졸자 중 약 70%가 6개월 만에 첫 직장을 찾는다. 32%는 관리자·전문가, 29%는 사무직 종사자, 20%는 서비스·도소매업 종사자, 13%는 기능·기계조작 종사자를 택한다. 업계의 측면에서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부문이 가장 인기가 높고, 그 뒤를 도소매와 숙박업, 제조, 기술과 금융업이 잇는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비공식적인 일·생활 체험을 통해 얻는 기술과 태도를 중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다수 학생이 취업 준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들은 어렵게 딴 학위와 자격증으로 취업과 승진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취업시장의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취업하자마자 직장을 두어 군데 옮긴다.
29세 미만에서 직장을 한두 번 옮기는 비율이 65%에 이른다. 한 직장에 머무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인터넷 일자리 포털이 많지만 취업 경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29세 미만의 40% 이상은 가족, 친지, 교수, 학교의 추천으로 직장을 구했고 11%는 동료의 추천을 따랐다. 개인 네트워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잠재적 근로자의 수준과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기업이 교육기관과 손잡고 직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스터’ 고등학교다. 국가의 산업인재 수요에 부응할 목적으로 생겨난 특수목적고다. 특정 산업에 필요한 기술과 소양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을 개발하는 독일 모델을 따랐다.
마이스터고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일부 마이스터고에 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생에게 인턴과 고용 기회를 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이런 교육이 대학 교육보다 성공의 더 나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듯하다.
그럼에도 삼성은 협력사와 하청업체를 위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취업시장의 다양화에 노력한다. 이런 협력사가 삼성 브랜드와 연관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다. 경험 많은 대기업 직원이 규모가 작은 협력사나 하청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갈수록 흔해진다. 가지고 있는 지식베이스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런 과정을 지원한다.
주한 외국회사들로선 한국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한국 내의 경쟁사 직원과 맞먹을 뿐 아니라 다른 해외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수준이 동등한 인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한국의 외국기업들은 고용 범위가 아주 좁다.
그처럼 높은 언어, 문화, 기술적 능력을 가진 한국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모든 외국기업은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원한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으로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들이 예상한 급여 수준은 아시아의 일반적인 평균 임금을 근거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과거엔 외국 기업이 한국 인재들에게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한국 기업도 세계로 진출하면서 외국 기업과 인재 다툼을 한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거의 같은 수준의 인재를 원한다.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적합한 사고방식, 경험, 태도를 갖춘 인력을 말한다.
피고용자도 근무시간의 탄력성, 실적에 근거한 승진, 여성의 기회 확대, 충분한 성과급, 국제적 체험 기회 등 과거 외국기업이 제공하던 수준의 일자리 분위기를 원한다. 결국 유명 대기업이 최고의 인재 확보에 가장 유리하다. 다양성과 다중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중소기업을 택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향후 5년 한국의 GDP 성장률은 3.5%로 예측된다. 한국의 인재가 ‘일자리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유명한 다국적 기업을 기꺼이 마다하고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모험 기업에 투신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된다. 근본적으로 어떤 기업이든 성공하려면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갤럽의 CEO 짐 클리프턴은 “좋은 아이디어보다 좋은 인력이 더 소중하고 드물다”고 말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혁신을 시장에서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모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시장에서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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