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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7000억 날릴 판 ···최대 피해자

코레일 7000억 날릴 판 ···최대 피해자

3조원대 소송으로 변호사 업계 특수 전망 … 코레일 소유 땅값 8조원도 반 토막 될 수도



‘사업비 30조원’ ‘111층 높이의 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랜드마크빌딩’ ‘56만6000㎡ 부지에 들어서는 67개의 화려한 새 건축물’ ‘삼성역 코엑스의 6배에 달하는 쇼핑 시설’ ‘20만명 고용 창출 효과’….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수사는 화려했다. 이런 사업이 최근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돈’으로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 본다.



◇30조원 vs 56억원 = 추정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건 단돈 56억원 때문이다. 이 사업을 추진한 드림허브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1조1178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원리금 납부를 연기하기 위해 3월 12일까지 56억원을 금융이자로 내야 했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1대 주주인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의 갈등으로 끝내 돈을 마련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56억원은 추정사업비에 비하면 불과 0.0001% 불과한 돈이다.



◇8조원 vs 2조4167억원 = 금융 계약상 디폴트 상태가 되면 은행·증권사 등 모든 채권자는 원금 상환에 들어간다. 드림허브는 당장 6월에 ABCP 1조1178억원을 비롯해 올해 안에 모두 2조4167억원의 원금을 채권단에 지불해야 한다. 코레일은 디폴트 이후 드림허브 민간출자사와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4월 8일 사업 청산을 결정했다. 청산 절차는 코레일이 땅값을 대신 갚는 방식이다. 드림허브의 모든 빚은 코레일에 줄 땅값 8조원을 빌리느라생긴 것이다.

그런데 코레일과 드림허브 간 계약에 따르면 드림허브가 땅값을 해결하지 못하면 코레일이 대신 갚고 토지 소유권을 돌려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코레일이 땅값을 대신 갚는 것은 토지 소유권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다. 토지 소유권을 잃은 드림허브는 사실상 존립 의미가 없이 청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코레일은 4월 11일 청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채권단에 드림허브가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2조4167억원의 돈 중 일부인 5470억원을 입금했다. 코레일이 땅값을 대신 갚고 열흘이 지날 때까지 드림허브가 코레일에 이 돈을 지급하지 못하면 토지매매 계약은 해지된다. 그 기한이 4월 22일이다. 드림허브가 이 날까지 5470억원을 마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7045억원 vs 8646억원 = 물론 토지매매계약 해지에 이어 사업협약까지 해지되는 4월 29일까지 정상화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가 막판 대타협을 이룬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토지매매 계약은 다시 하면 된다는 게 민간 출자사의 설명이다. 사업 파산으로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어디가 더 큰 타격을 입을까. 기본적으로 코레일은 드림허브에 모두 7045억원을 투자했다. 자본금 2500억원, 랜드마크1차 계약금 4161억원 등이다.

민간출자사는 롯데관광개발 1747억원, 삼성물산 1423억원 등 27개사가 모두 8646억원을 자본금, 전환사채(CB) 발행 등의 명목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들어간 돈은 모두 공중에 날릴 수 밖에 없다. 이 중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회사는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다.



◇8조7000억원 vs 7조3000억원 = 2011년 말 기준 코레일의 자본은 8조7230억원, 자산은 22조1792억원이다. 그런데 여기엔 철도정비창 부지를 판 것을 계산하고 미리 받은 땅값 2조4000여억과 앞으로 받을 땅값 등 7조3000억원을 미리 반영했다. 코레일은 이 금액을 자기 자본에서 제외해야 한다.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4161억원의 회수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코레일의 자기자본은 1조원대로 주저앉는다. 코레일은 현재 이미 10조원 가까운 부채가 있다.

부채비율이 급증해 추가 공채 발행 등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본잠식 가능성이다. 물론 코레일은 금싸라기 같은 철도정비창 땅을 돌려받는다. 그런데 땅을 최종 돌려받는 시기는 9월 말이 될 예정이어서 연말께 이를 재평가해 재산에 다시 반영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재평가 금액도 반 토막이 날 전망이다. 드림허브에 8조원에 매각한 이 땅을 재평가하면 4조원 정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55억원 vs 1770억원 = 드림허브의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사실상 존립이 어려울 전망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자본금은 55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2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용산 개발사업에 1770억원 이상 투자했다. 이 돈이 모두 손실로 처리되면 롯데관광개발은 감당하기 어렵다. 롯데관광개발은 4월 8일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인가를 받았지만 드림허브가 끝내 청산한다면 사실상 회생이 어렵다 본다.



◇3조원 = 만약 사업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천문학적인 소송전이 진행될 전망이다. 크게 코레일 대 드림허브 출자사, 서부이촌동 주민대 드림허브·코레일 사이의 싸움이 예상된다. 드림허브 출자사 간 소송은 사업 파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해배상 청구금액만 3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2200여명의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2007년부터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는 이유로 총 2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용산 개발사업 파산으로 ‘단군 이래 최대 소송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변호사 업계가 호황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조 vs 8조6000억 = 물론 토지매매계약이 해지 된다고 바로 드림허브가 청산되는 건 아니다.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 출자사는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내놓았다. 사업이 파산하지 않고 10조원까지 적자가 난다고 해도 코레일이 가져갈 돈이 8조6000억원이나 된다는 해석이다.

현 사업계획대로라면 114만2401평의 땅을 평당 2900만원에 팔아서 33조471억원을 버는 구조다. 이 땅을 개발하는 투입비용은 30조3026억원으로 2조7445억원이 남는 것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만약 미분양이 발생해 평당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춘 1450만원에 판다고 해도 코레일은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이다. 땅 주인으로서 가장 먼저 확보되는 자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민간 출사자가 코레일은 물론 정부 등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마지막 논리다. 사업이 파산하면 자본잠식 우려까지 있는 마당에 그래도 끌고 가는 게 코레일은 물론 민간 출자사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분위기로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사이 막판 대타협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파국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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