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CT BUSINESS - ‘사회혁신’을 상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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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만원과 921만원. 통계청이 조사한 소득 하위 10%와 상위 10%의 지난해 평균 소득이다. 저소득층은 소비 지출 중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3.6%로 가장 높았다. 반면 고소득층의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는 11.1%로 그들이 쓰는 교통비(14.4%)보다도 낮았다. 양극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 민주화였다. 300대 기업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지속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경제 사회 양극화(61.6%)를 꼽았다.
MYSC(Merry Year Social Company)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사회 양극화 해소다. 정부와 기업·시민사회는 저마다 강점이 있다. 정부는 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은 효율성이 좋다. 시민사회는 현장과 밀착성이 강점이다. MYSC는 세 영역의 강점을 합치면 제법 근사한 가치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가 상당히 커보였다. 중간에서 소통을 맡아 간극을 줄여줄 기관이 필요했다.
MYSC가 그 역할을 맡았다. MYSC는 지난해 2월 출범한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회사다. 정진호 전 푸르덴셜투자증권 사장에 이어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KDI) 명예연구위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윤영각 삼정 KPMG 회장, 김동호 열매나눔재단 이사장, 곽수근 한국경영학회장, 김수남 서울석유 대표,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등이 이사로 참여했다. 3월 14일 MYSC의 심상달 대표를 만나 MYSC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도움이 필요한 교도소 출소자에게 작은 점포를 마련해 준다고 예를 들어 보죠. 시장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비용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아 형무소 증축 등 정부의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이때 중간기관이 효율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부를 먼저 설득합니다. 출소자의 재활이 성공할 경우 그 재활 비용을 받는 거죠. 시장투자자들도 설득해 투자를 받습니다. 이 같은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일입니다.”
심 대표는 공공기관과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 영역이 협력할 때의 시너지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자본 시장에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잘 해결되면 정부가 지출하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출소자 재범방지 차원에서 시작된 이런 노력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기업과 시민사회가 연계해도 시너지가 일어난다. 사회가 요구하는 상품을 만들 때 기업이 직접 생산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시민 사회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보다 싼 값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가난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과 시민사회의 혼합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기업은 수익 내기도 벅차다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전에 보지 못했던 시장을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도 생깁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돈도 벌 수 있죠.”
심 대표는 특히 기업은 가치 창출의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바뀌어야 합니다.” MYSC는 바쁘다고 참여를 거절하고, 할 수 없다고 능력을 부정하는 기업을 찾아가 독려한다. 어떤 전략으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공유가치를 나누는 공정무역은 비싼 가격에 사오면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착하지 않아요. 하지만 공정무역보다 원산지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면 기술이 개선됩니다. 고품질의 상품을 고가에 팔아 얻은 수익으로 더 많은 가치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MYSC는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회혁신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컨설팅한다.
‘시장’ 기반의 가치 창출이 중요MYSC가 투자한 프로젝트 옥(PJT OK)은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등록금 부담에 치솟는 집세 부담까지 안게된 대학생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빈 집을 전세로 얻어 리모델링한 후 대학생들에게 제공한다. 첫번째 집은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입주했다.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심 대표의 생각은 프로젝트 옥의 사례에 잘 녹아있다. 시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모델이다. 그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이 정부가 주도해 만들고 인증한 것으로 의미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기업 대신 ‘임팩트 비즈니스(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라는 말을 선호했다. 기존처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2007년부터 정부 주도로 많이 설립됐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끊기면 도산하는 사회적 기업이 많아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심 대표가 시장을 강조하는 이유다. MYSC가 맡은 역할 중 하나도 사회혁신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환경 마련이다.
MYSC는 사회혁신기업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자와 중개해 준다. 소규모로는 직접 투자도 한다. 사회혁신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기관에도 투자했다. 평가 기준을 마련해 좋은 사회혁신기업이 자본을 모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사회적 경제도 일반 시장 경제와 똑같습니다. 시장 경제는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돈이 가게 마련입니다. 사회적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기업이 잘하고 못하는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심 대표는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의지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가다. 그래서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가 지원 단체인 아쇼카(ASHOKA) 재단과도 협약을 맺었다. 사회혁신기업을 위한 생태가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착한 가게’에는 착한 기업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착한 가게에 들어오려면 다음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착한 목적이 있습니까?” 당당하게 대답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좀 더 ‘착한 세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심 대표의 정감있는 마음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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