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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이 나이에 일하는 게 행복이죠

Business - 이 나이에 일하는 게 행복이죠

3년간 60세 이상 고령자 7000명 채용 … 청년·장애인 일자리도 제공



“친구들이 저만 보면 부럽다고 해요. 입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공사에 취직했거든요. 허허허.” 3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다니는 윤충원(67)씨는 요즘 지인을 만날 때면 부럽고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건설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지 5년만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때문이다.

그의 직장은 LH에서 관리하는 경기도 성남의 한 임대아파트다. 소방 호스를 점검하고 아파트 시설를 관리한다. 시간이 날때마다 단지 청소도 한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라 고된 편이다. 월급은 55만원이지만 표정은 밝다. 아직 일할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입니다. 다른 공기업이나 대기업도 나 같은 노인이 일할 의욕도 있고 체력도 된다는 점을 알고 더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LH 실버사원이다. LH는 2010년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60세 이상 고령자 2000명을 6개월간 채용했다. 그 뒤 운영성과를 분석해서 매년 일부 제도를 보완하며 고용 규모나 기간을 늘려왔다.

올 초에는 실버사원 3000명을 뽑았다. 2010년 2000명, 2012년 2000명에 이어 세 번째다. 윤 씨는 “다른 실버사원 8명과 함께 일하는데 우리 아파트를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자며 의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실버사원 제도로 채용된 어르신들뿐 아니라 임대아파트 입주자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며 “실버사원 제도는 입주자에게 공공서비스 질을 높여주고 고령자에겐 인생 2막을 선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버사원 23%는 70대지난 4월 16일 경기도 성남 LH 본사 대강당에서는 윤씨와 같은 실버사원 500명이 모여 LH 실버사원 발대식을 했다. ‘3.6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이들이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실버사원들의 얼굴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활기가 넘쳤다.

이 날 이지송 LH 사장은 현관 입구에 나가서 500명을 일일이 맞이했다. 이 사장은 “일하는 사람과 도움 받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 한다”며 “일을 통해 건강하고 보람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실버사원들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전국 657개 단지 53만여 가구의 임대아파트에서 근무한다. 독거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 등 주거 취약세대를 위한 돌봄서비스와 단지내 환경정비, 시설물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한다.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간 일한다. 실버사원들은 9개월의 근무기간 동안 월 55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올해 합격자 남녀 성비는 67:33이었다. 연령대는 60대 76%, 70대 23%, 80대가 1%다. 국가유공자(5%)와 장애인(12%) 합격자도 많았다. LH 관계자는 “전직교사·공인중개사·주택관리사 뿐만 아니라 건축기사·미화원 등 경력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어 “신청자 모두를 채용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실버사원 채용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뿐 아니라 삶의 활력과 자신감을 함께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LH는 고용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실버사원뿐만 아니라 청년 인턴과 사회취약계층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했다. 마을형 사회적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도 LH가 적극 추진해온 사업이다.



계층별 신규 고용 확대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LH는 정부에서 권장한 244명의 배가 넘는 500명의 청년 인턴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우선 채용을 위해 채용인원의 50%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울 방침이다. 장애인은 5%, 국가 유공자는 6% 이상 채용할 계획이다.

청년인턴사원은 8개월간 LH 각 지역본부·사업본부·직할사업단에 파견돼 전공이나 자격증 활용이 가능한 분야의 업무를 맡는다. 우수 인턴사원은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가산점을 주고 서류전형을 면제해줄 방침이다. 3개월 이상 근무한 청년인턴사원에게는 인턴 수료증을 발급해 취업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마을형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단지 입주민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2010년부터 시작한 LH의 마을형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은 경기도 시흥시 능곡동 ‘자연마을사람들’ 등 3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8개의 사회적기업 설립을 지원했다.

LH는 직접 채용뿐 아니라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재정집행액 51조5000억원 중 41%(21조원)를 집행하고 공기업 전체 발주량의 45%인 14조원의 공사를 발주해 19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LH가 청년·취약계층 일자리를 확대하고, 능력 중심의 열린고용을 실천한 점,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모범을 보인 점 등을 인정해 지난해 말 이지송 사장에게 ‘열린고용 리더상’을 수여했다.

이 사장은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더 나은 주거복지 환경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신 어르신과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아직 찾지 못한 청년들을 위해 LH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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