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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재개발 계획에 공급 과잉 우려

잇단 재개발 계획에 공급 과잉 우려

오피스 빌딩 시세 바닥 기대에 재개발 활발 … 2017년 공급 넘칠 수도



일본 도쿄 도심의 오피스 빌딩 대량 공급 사태인 이른바 ‘2012년 문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시장은 안정된 분위기다. 사업용 대형 부동산 서비스회사 CBRE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 23구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6월 8%에서 올해 3월 7.1%로 떨어졌다. 히라야마 시게오 도시미래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대량 공급 문제가 해소됐다”라고 분석했다.

오피스 시황 회복을 기대한 투자 펀드와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타니 후토시 스미토모미쓰이은행 부동산투자사업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자본환원율이 4%를 밑도는 수준까지 매매 가격이 상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4월 18일 문을 연 도쿄 스퀘어가든에는 브리지스톤 본사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개발 담당자 다카노 이치로 도쿄건무 도시개발사업부장은 “본사 이전을 염두에 둔 기업의 입주 문의가 많다”며 “이미 60% 이상의 입주자가 정해졌다”고 말했다.



입지·조건 좋은 고급 빌딩 인기지금까지 도쿄 도심 오피스 빌딩 재개발은 도쿄역 서쪽의 마루노우치·오오테마치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도쿄역 동쪽 교바시·야에스·니혼바시가 개발될 전망이다. 이 지역을 종단하는 주오도오리가 개발의 핵심지다. 미쓰이부동산은 니혼바시 무로마치 동쪽 지구, 니혼바시 2쵸메 지구 등 주오도오리를 따라가는 여러 재개발 계획에 뛰어들었다.

무로마치 동쪽 2~3가에는 영화관과 임대 주택을 포함한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닌교마치·하마쵸 등 직장인을 겨냥한 지역이 배후에 있고, 금융회사 밀집 지역인 가부토쵸가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해 직장·주거 인접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재개발 열기는 도쿄역 주변만 달아오른 게 아니다. 제2외곽순환도로의 미개통 구간인 ‘맥아더 도로’가 올해 개통될 예정이다. 도로 끝에는 도라노몬 힐스가 내년에 완성된다. 하얏트 계열의 호텔 브랜드 ‘안다즈’의 입점도 확정됐다.

시부야역 주변에는 재개발 빌딩 다섯 동이 2017년부터 10년에 걸쳐 새로 가동될 계획이다. 골짜기 형태인 시부야의 지리적 특성에 착안해 남북을 가로지르는 동선을 정비 중이다. 이에 따라 지상 46층, 높이 230m의 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복합빌딩 세 동을 건설하는 시부야역 주변 개발계획도 주목 받는다. 멀리 떨어진 JR사이타마선 플랫폼은 야마노테선 근처로 옮기고, 도쿄 메트로 긴자선도 동쪽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국도 246호선 남쪽 메이지도오리와 야마노테선 사이 구간도 재개발 예정이다. 2017년까지 지상 33층, 높이 180m의 복합시설을 짓는다. 이곳을 따라 흐르는 시부야강 물줄기를 돌려 강 주변을 따라 산책로를 설치한다. 서부 도겐자카 지구도 도큐플라자리모델링을 중심으로 재개발 중이다. 2018년 완공 목표다. 도라노몬 파스토랄·하마마츠쵸 세계무역센터 빌딩 부지 등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도쿄 도심의 오피스 빌딩 시장은 조용히 활기를 띠고 있다. 후쿠시마 다이스케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쿄 전체 오피스 임대료는 올해 후반에 바닥을 치고 2015년까지 10%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오피스 빌딩 중개 전문가들이 “과열된 건 빌려주는 쪽 뿐”이라며 “빌리는 쪽은 지극히 냉정한 분위기’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신축 빌딩을 중심으로 공실은 순조롭게 메워져 왔다. 임대료를 인상하는 빌딩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입지·조건·규모가 뛰어난 일부 고급 물건뿐이다. 역에서 거리가 멀거나 조건이 나쁜 물건의 건물주와 임차인 간 희망 임대료 차이는 여전히 적지 않다. 와타나메 요시히로 CBRE 최고관리자 역시 “오피스 빌딩의 등급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지역간 양극화 현상도 심해졌다. 활황 조짐을 보이는 곳은 시부야구나 신주쿠구 등지의 야마노테선 서쪽 지역이다. 특히 시부야 역 주변은 히카리에에 대형 소셜 게임회사 디엔에이(DeNA), ‘라인’ 개발사 NHN재팬이 입주한 것을 계기로 관련 기업의 이전이 더욱 활발하다.



미니 버블 조짐 없지만 연쇄 공실 우려이와 달리 제조업 회사가 모여 있는 야마노테선 동쪽 주오구·미나토구 등지는 여전히 고전 중이다. 하마마츠쵸에서 다마치에 걸친 해안 지역은 지진 우려까지 겹쳐 분위기가 더 썰렁하다. 스도 히로유키 빌딩기획 영업부장은 “신바시·시나가와 등 오피스 빌딩 밀집 지역에 끼어 입지적으로 불리한 데다 임대료도 싸지 않아 외부 임차인을 끌어들일 만한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히라야마 수석 연구원은 “주오도오리를 따라 재개발 분위기가 뜨거운 주오구도 한번 임차인이 나가면 다시 메우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변에 새로 들어선 대규모 빌딩이 수요를 흡수한 탓이다. 가동률이 높아진 시부야구도 시부야역 주변으로는 수요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2005~2008년의 미니 버블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임차인의 수요 확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 때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우선 경기 회복 수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스도 부장은 “고급 빌딩 수요에 대한 불안은 없지만 B클래스 이상의 빌딩에 입주할 기업까지 경기가 확산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차인이 신축 빌딩으로 이전하면서 발생하는 연쇄 공실도 우려된다. 다마치의 빌딩에 있던 미쓰비시화학은 지난해 마루오우치의 팔레스 빌딩으로 옮겼다. 다마치에는 분산돼 있던 NEC 관련 회사가 통합 이전했다. 그 결과 모리나가 플라자빌딩 등 주변 빌딩에 총 3만㎡ 이상의 공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새로 나온 재개발 계획이 늘어난 점도 중장기적으로 수요 악화의 요인이다. 도시미래종합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2016년 도쿄 23구 대규모 오피스 빌딩 공급은 비교적 적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증가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총면적 3300~6600㎡ 규모 빌딩은 착공 다음해 완공된다. 마에자와 다케오 CBRE 디렉터는 “시황이 개선되면서 중규모 빌딩의 신규 개발이 늘면 2017년에 2012년 때처럼 신규 대량 공급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추세로 재개발 계획이 진행되면 향후 공급 과잉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재개발이 주춤하면 노후 빌딩의 재건축에 제동이 걸리는 문제가 생긴다. 고급 빌딩이 끌어가는 형태로 도쿄 오피스 빌딩 시황에 반전 조짐이 보이지만, 이는 오피스 빌딩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스‘ 모킹 건(결정적 증거)’뿐일지도 모른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도쿄 23구
도쿄도에 속한 특별구로 1943년 이전의 도쿄시 지역이다. 도쿄도의 핵심부이자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도쿄특별구 또는 도쿄도구부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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