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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독창성 잃어버린 한국 영화

SEOUL REPORT - 독창성 잃어버린 한국 영화

제작 기술 발전하고 전개 매끄러워졌지만 고유한 매력 사라져
7월 개봉 예정인 ‘미스터 고’는 중국 여배우 쉬자오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2012년은 한국의 영화산업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한 해였다. 한국영화 티켓은 1억 장 이상 팔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인기 상위 영화 10편 중 7편이 한국영화였다. 외국의 많은 영화제작사가 자국 영화를 향한 한국 관객의 관심과 성원을 부러워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한국 영화시장이 매우 좁다보니 최근 한국 영화제작사는 아시아 다른 지역, 나아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 영화를 제작하려한다. 올 여름 개봉을 앞둔 거대 한국영화 두 편도 그렇다. 야구하는 고릴라를 소재로 한 3D영화 ‘미스터 고’는 영화 일부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했다. 봉준호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설국열차’는 외국 배우를 기용해 대사 대부분을 영어로 처리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보는 한국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다른 나라 영화에 비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는 국제 영화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지만 한국 내부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서울에서 15년째 거주하면서 한국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는 내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사태를 이해하려면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매년 4월마다 나는 이탈리아 북동부에서 열리는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참석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지만 의외로 유럽의 많은 영화 비평가가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상업적 트렌드를 맛보기 위해 이 작은 도시로 모여든다.

중국, 일본, 홍콩, 대만에서 만들어진 영화와 함께 한국영화를 보는 일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다. 영상미와 제작기술은 한국 영화가 가진 강점 중 하나다. 한국 카메라 감독들은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매끄럽고 전문적인 느낌이 난다. 한국의 CGI 기술과 특수효과는 종종 아시아 최고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국과 간격이 좁혀지는 추세다.

이야기 전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감정적으로 아주 솔직하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에는 아이러니가 거의 없다. 한국 영화에서 감정은 아주 직접적이면서 강렬한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는 멜로드라마나 코미디 같은 장르부터 진지한 드라마 장르까지 똑같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한국 영화가 다른 나라 영화보다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특징은 한국 영화에 고유한 색채를 더해주고, 사람들이 한국 영화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지난 수 년 간 한국 영화에서 한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아주 잘 포장되고 인간미가 줄어든 영화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구상 개념부터 캐릭터, 이야기 전개까지 아주 세련됐다고 느껴진다. 이런 경향은 영화계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영화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대부분 영화제작사들은 주요 대형 제작사들에 흡수됐다. 이 대기업들은 여러 측면에서 예전 중소 제작사들보다 뛰어나고,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성공도 누렸다.

문제는 그런 한국영화에는 참신함이나 매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10년 전 제작된 ‘올드보이’나 ‘살인의 추억’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는 그런 과거의 인기작들을 따르지 않으려는 듯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렇다. ‘도둑들’은 한국판 ‘오션스일레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광해’는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와 여러 가지 면에서 흡사하다. 외국 평론가들은 ‘7번방의 선물’이 ‘아이앰샘’ ‘그린마일’ ‘인생은 아름다워’를 섞어놓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런 유사성이 표절은 아니지만, 현 영화제작 체제에 독창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올해에도 4월 우디네에서 여러 편의 아시아 영화들을 감상했다. 홍콩과 대만의 로맨틱 코미디, 홍콩의 경찰 스릴러, 태국의 공포영화도 봤다. 그 영화들은 비록 사소한 흠결이나 어색한 부분들이 있음에도 그들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예상치 못한 전개로 관객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한국영화가 국제 시장에서는 더 성공적이라고 입증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좀 더 거칠고 더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줬던 예전 한국영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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