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USTAINABILITY - 기후변화, 소비재 효율성 강화가 답이다

SUSTAINABILITY - 기후변화, 소비재 효율성 강화가 답이다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방법보다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과 기업 혁신을 통해 경제성을 갖도록 해야
미국에선 2007년부터 구식 백열전구를 더 효율성 높은 CFL과 LED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의 조지타운대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중대 연설을 했다.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요구와 석탄에 대한 소규모 전쟁 선포가 가장 큰 관심을 끈다. 그는 또한 그린 에너지의 보급 확대와 정부의 녹색 에너지 소비확대를 촉구했다.

그 속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은 한 가지가 있었다. 전자제품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 효율 표준이다. 소비제품에 대한 효율성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환경보호 실적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개중에 가장 강력하고 현실성이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미국경제는 소비중심적이다.

미국인들이 에너지 이용에 더 신중하지 않는 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다수 미국인은 전기요금을 몇 푼 아끼기보다 당장 에어컨을 작동해 더위를 식히는 쪽을 선호한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행동양식을 바꾸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기업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을 움직일 수는 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그럴 경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근래 들어 부시와 오바마 정부 모두 기업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보냈다. 세계 최대이자 가장 부유한 소비 시장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에너지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로비스트와 우파들이 전반적으로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기준 강화는 기업·소비자 그리고 지구에 유익했다. 엔지니어들이 제품성능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저비용의 측정 가능한 효율성 향상법을 개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인책은 혁신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신제품을 이용하면 비용이 더 낮아진다.

전구의 예를 보자. 2007년부터 비혁신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식 백열전구를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2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구의 효율성을 25%가량 높여야 한다고 규정한 법안에 조지 W 부시가 서명했다. 구체적으로 72와트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100와트의 밝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백열등의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더 값 비싼 컴팩트형 형광전구(CFL)와 LED 조명에 초점을 맞추는 게 그 기준에 맞추는 명백한 방법인 듯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자유를 침해한다는 극단주의자들의 엉뚱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2012년 1월 1일 백열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수십 년 동안 백열등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더 개선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젠 백열등·CFL·LED 등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갈수록 넓어진다.

한편 높아진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던 백열등의 매출은 지난 18개월 사이 급감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은 비용 절감형 제품을 선호한다. 물론 신형 전구 가격은 비싸다. 하지만 전구는 자동차처럼 생각해야 한다. 구입비뿐 아니라 유지비(휘발유와 전력)도 든다. 구입비는 더 들지만 전구 유지비는 낮아졌다. 기준강화 덕분에 미국 소비자들이 2015년까지 연간 60억 달러를 절약한다고 정부는 추산한다.

높아진 기준은 자동차 업계에도 비슷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새 연비 기준을 밀어붙였다. 그에 따라 2025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반 자동차는 23.2㎞/ℓ의 연비 기준을 맞춰야 한다. 연비 나쁜 SUV와 픽업트럭 애호가들의 원성이 높을 듯하다.

하지만 기준 강화는 소비자들의 오랜 요구사항을 자동차 제조사와 엔지니어들이 이행하도록하는 촉매 역할을 했을 뿐이다. 자동차 전반의 효율성 향상은 소비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정부는 또한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그 과정을 촉진했다. 하이브리드(휘발유+전기)와 전기 자동차에 대한 세금감면, 신형 전지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등이다. 그 동안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판매된 일반 자동차의 연비는 무려 11㎞/ℓ에 달했다. 2007년 10월의 8.5㎞/ℓ에서 25% 향상됐다. 요즘엔 17㎞/ℓ를 웃도는 연비를 갖춘 모델이 많다. 2014년 형 지프 체로키의 연비는 12.8㎞/ℓ다. 2012년 모델보다 45% 향상됐다. 그렇다고 이들 에너지 절약형 모델들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가격이 훨씬 더 비싼 편도 아니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효율을 높이는 법을 내내 알고 있었다. 경영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기준 강화라는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다. 물론 23.2㎞/ℓ의 연비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근년의 기술혁신 덕분에 더는 그렇게 터무니 없는 발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실제로 비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기업들은 대체로 소비자 만족도를 개선하면서 높아진 에너지 효율 기준을 맞춘다. 정부는 수십 년 전부터 에어컨과 냉장고를 규제해 왔다. 하지만 시장에서 값싸고 성능 좋은 에어컨과 냉장고를 찾기 힘들다는 불평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이 같은 주제를 언급했다. “플라스틱 속의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과 자동차의 유연 휘발유를 제한했을때 플라스틱 산업이나 석유업계가 망하지는 않았다. 화학자들이 더 나은 대안을 고안해냈다”고 그가 말했다. “오존층을 고갈시키는 염화불화탄소(CFCS)를 단계적으로 퇴출시켰을 때 냉장고나 에어컨 또는 방취제가 같이 사라지지 않았다. 근로자와 기업들이 그만큼 환경을 해치지 않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냈다.”

그렇다고 어느 사업체든 또는 어느 경우에든 높아진 기준을 맞추는 게 쉽거나 불가피하거나 경제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석탄 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환경오염 방지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 경우 다른 방식의 발전소와 경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비재에 대한 기준은 공평한 경쟁환경을 조성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40년 수명 다한 고리원전 3호기…재가동 심사한다는 데

2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뤄지나

310대 여고생 살해 남성 구속…”피해자와 모르는 사이

4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확전 우려 레바논…각국 철수 명령 이어져

5매년 0.33일씩 늦어지는 단풍 절정기… 2040년이면 11월에 단풍 구경해야

6밥 잘 주는 아파트 인기…’프레스티어자이’ 10월 분양

78살짜리 소아당뇨 환자도 ‘응급실 뺑뺑이’…충주에서 인천으로 2시간 후에나 이송

8 美 CNN “이스라엘, 헤즈볼라 지도자 27일 폭격 때 사망한 듯” 보도

9챗GPT 개발사 오픈AI 매출 2029년에 131조원?

실시간 뉴스

140년 수명 다한 고리원전 3호기…재가동 심사한다는 데

2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뤄지나

310대 여고생 살해 남성 구속…”피해자와 모르는 사이

4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확전 우려 레바논…각국 철수 명령 이어져

5매년 0.33일씩 늦어지는 단풍 절정기… 2040년이면 11월에 단풍 구경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