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손맛 자신하면 온라인 개별 창업도

손맛 자신하면 온라인 개별 창업도

프랜차이즈 점포라도 상권·유동인구 몸소 분석해봐야 … 나만의 메뉴·서비스 개발도 관건
수제도시락 업체인 ‘고슬고슬도시락’은 친환경재료와 천연조미료를 써 음식을 만든다.



본도시락 대전 둔산점을 운영하는 김오웅(49) 점주는 1년 반 만에 본도시락 두 매장의 사장이 됐다. 지난해 5월 대전둔산점을 창업한 이후 같은 해 12월 대전 유성봉명점을 추가로 열었다.

둔산점의 한 달 매출은 4500만원에 달한다. 임대료·유지비·인건비를 빼고도 순이익이 1000만원이 넘는다. 본도시락 147개 가맹점 중 매출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문을 연 지 2년이 채되지 않았지만 도시락 프랜차이즈 창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그 비결을 묻자 김 사장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짚었다”고 답했다.

이어 “본사인 본도시락의 음식이 맛 있고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지만 창업 전 상권을 철저히 분석하고 창업 교육을 충실히 받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도시락 수요가 늘면서 도시락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20여 중·대형 도시락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가맹점 수는 1200개 정도다.

국내 도시락 프랜차이즈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한솥도시락’ ‘토마토도시락’ 등이 주도하는 저가형, ‘벤또랑’ ‘돈호야’ 등의 일본 수제 도시락, ‘본도시락’ ‘오봉도시락’ 같은 프리미엄 도시락 업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도시락 업체는 주거 지역이나 오피스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도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으로 운영할 수 있어 다른 업종의 프랜차이즈보다 상권의 유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어 도시락 프랜차이즈 창업 유망 분야로 주목 받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도시락 창업에 나선 이들이 늘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한솥도시락은 지난 4년 간 평균 150개가 넘는 매장을 열어 전국 매장이 650개에 달한다. 지난해 2월 프랜차이즈가맹사업에 뛰어든 본도시락도 1년 만에 가맹점 수가 140개를 넘어섰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창업은 상담부터 매장 위치 선정, 인테리어, 운영 노하우, 인력 관리 등을 본사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창업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다른 업종보다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한솥도시락·본도시락의 경우 33㎡(10평)의 규모로 문을 열려면 임대료를 빼고 기계설비와 인테리어, 간판 등을 포함해 평균 5000만원 정도 든다.

오봉도시락은 3000만원대다. 로열티와 판촉비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들은 식재료와 요리 과정을 간단하게 만든 ‘원팩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별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메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부부·주부·퇴직자 등 오랫동안 사업을 꾸리길 원하는 ‘생계형 창업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른 업종보다 경기를 덜 탄다는 점도 도시락 사업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다. 한솥도시락 황성환 팀장은 “도시락 시장은 불황일수록 더 잘되는 아이템”이라며 “본사에서 제공되는 레시피와 교육으로 쉽게 운영할 수 있어 퇴직자나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랜드 파워가 있는 도시락 프랜차이즈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본사가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부터 버려야 한다”며 “창업자가 스스로 주변 상권과 유동인구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오웅 점주도 본도시락 창업 결심 후 기업 취업센터에서 6개월간 재취업과 창업 교육을 받았다. 또 매장 반경 2㎞의 부동산 20군데 넘게 발로 뛰어다니며 조사해 매장을 선택했다. 그는 “소자본이라도 해도 인터넷이나 인맥·창업교육 등 모든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4000만원 안팎 들어개인 도시락 전문점은 도시락 프랜차이즈와 달리 메뉴 개발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준비해야 한다. 대신 인테리어나 부대시설 비용을 줄이고 나만의 브랜드나 메뉴로 승부를 볼 수 있다. 점포가 없어도 온라인으로 창업할 수도 있다. 일명 ‘연예인 도시락’으로 유명한 수지킴도시락아트 김수지(47) 사장은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3년 전 방송인 강호동의 팬인 지인이 도시락 제작을 부탁해 만든 게 계기였다. 공 들여 만든 도시락이 뿌듯해 사진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 연예인 팬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이를 기반으로 창업했다. 매장 없이 창업해 별도의 투자 비용은 없었다. 식재료와 도시락 제작 비용이 전부였다.

그는 ‘도시락 아트’로 차별화한다. 도시락 아트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말 그대로 손수 만든 도시락 통에 사람의 초상화를 그린다. 이후 서울에 가게를 내고 원빈·동방신기·소녀시대 등 연예인 팬클럽의 주문을 받아 선물용 도시락을 만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연예인 이미지에 따라 메뉴 구성과 포장·디자인을 고민한다. 물론 일반 고객을 위한 도시락에도 공을 들인다. 좋은 식재료를 쓰는 건 기본이다.

김수지 사장은 창업에 성공하려면 ‘정성’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객은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원한다”며 “모든 걸 유기농 친환경 제품으로 쓸 만큼 식재료에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뉴 개발에도 힘쓴다.

올해 초복을 맞아 ‘복날 세트’를 출시했다. 고급 장어에다 쌈밥·삼계탕·오미자·수박화채를 곁들였다. 10만~15만원대로 고가지만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선물하려는 여성 고객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해마다 밸런타인데이, 성년의 날, 어버이 날 등 특정 기간을 겨냥한 신제품도 준비한다.

나만의 메뉴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다. 서울의 ‘고슬고슬 도시락’이다. 고슬고슬 도시락은 슬로푸드(slow food) 수제 도시락을 지향한다. 정성훈(31) 사장은 “제철 나물에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은 건강식 메뉴”라고 말했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월 평균 1000만원대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월 2000만원까지 매출이 늘어 직원을 더 채용했다. 가격대는 1만6000~3만5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웰빙 열풍에 오히려 인기다.





‘한철 장사’ 메뉴에 도전했다 고전경기도 분당에서 더푸드스토리를 운영하는 조윤희(51) 사장도 “100%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식재료에 천연양념만 쓰는 ‘MSG 무첨가’ 도시락 전문점”이라고 소개했다. 독창적 메뉴를 준비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반응이 좋았던 메뉴는 ‘쇠고기 찹쌀구이&참나물 샐러드’다. 쇠고기를 찹쌀에 묻혀서 구운 다음에 참나물을 싸서 즐길 수 있다.

가게 인근엔 NHN 본사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직장인·지역주민을 주로 겨냥했다. 창업 비용은 공사비, 주방 기자재, 홍보물 제작 등을 더해 2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더푸드스토리는 월 매출의 70%가 유지비·임대료이며 이 중 40%가 식재료비다. 순이익은 30% 정도로 도시락 프랜차이즈보다 많은 편이다.

이상헌 소장은 “창업은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자신 있다고 무턱대고 뛰어든다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소자본 도시락 창업에 뛰어든 곽은영(가명·30)씨. 젊은 여성으로 평소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던 그는 사업 아이템을 ‘다이어트 도시락’으로 정했다. 도시락은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홍보했다. 혼자 집에서 만들어 그때그때 우체국 택배로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아껴 더 많은 매출을 올리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블로그 방문자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라 주문 한 건당 2~4주치 도시락을 팔 수 있어 곽씨의 꿈이 실현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다이어트 성수기로 불리는 여름이 지나자 주문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같은 해 9월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다이어트 도시락이 (여성들이) 몸매 노출에 민감한 여름에만 잘 되는 ‘한철 장사’ 아이템이란 걸 계산 못했던 게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할 때마다 식재료를 구입하기 때문에 (식재료) 값이 비싸고 아이스박스·아이스팩 같은 부재료에 드는 비용까지 월 매출의 50~60% 이상이 유지비로 빠졌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도시락 전문점을 창업할 때 가장 고민할 부분은 뭘까. 가장 중요한 건 ‘입지’다. 소형 점포로도 창업할 수 있지만 입지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되는만큼 까다롭게 따져야 한다. 이경희 소장은 “일단 자신의 업체가 ‘테이크아웃형’인지 ‘배달형’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입지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거 상권의 경우엔 테이크아웃 형태보다는 ‘배달형’이 유리하다.

상권내 주소비층이 주부로 가족 단위의 소비가 주로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업 위주의 오피스 밀집 지역엔 ‘테이크아웃형’을 고려할 만하다. 테이크아웃일 경우 유동인구의 동선에 위치하고, 점심시간 등 매출 집중 시간대에 고객이 줄을 서거나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단골고객 DB로 별도 관리프랜차이즈일 경우 믿을 만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 최근 업체별 경쟁이 심해지면서 창업비용과 원가율 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과거 ‘단품’ 위주의 메뉴가 반찬을 즐기는 ‘식사형’으로 바뀌면서 조리에 필요한 재료·인력·시간이 추가로 들어가 수익성도 따져봐야 한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소장은 “월 매출의 유지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고 20% 정도 순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환 팀장은 “프랜차이즈 창업은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들은 도시락 전문점을 선택할 때 빠른 조리를 도와줄 수 있고 원가율을 낮출 수 있는 유통노하우를 가진 본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 후에는 고객 관리와 마케팅이 중요하다. 강병오 소장은 “프랜차이즈 창업이든 개별 창업이든 영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결국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본도시락 김오웅 점주는 고객이 따뜻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도시락에 보온재를 둘러 배달하고 직장에서 업무 노하우를 살려 단골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정도로 철저하게 고객을 관리했다. 고슬고슬 도시락의 정성훈 사장도 “단골에게 간식이나 음료를 더 제공하는 건 기본”이라며 “최근 관리하는 단골만 1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슬로푸드(slow food) 패스트푸드로 대변되는 맛의 표준화를 지양하고 조리가 더디더라도 건강과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지향하는 음식.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2‘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3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

4최상위권 입시 변수, 대기업 경영 실적도 영향

5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

6길어지는 내수 한파 “이러다 다 죽어”

7"좀비버스, 영화야 예능이야?"...K-좀비 예능2, 또 세계 주목받을까

8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9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실시간 뉴스

1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2‘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3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

4최상위권 입시 변수, 대기업 경영 실적도 영향

5보험사 대출 늘고 연체율 올랐다…당국 관리 압박은 커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