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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S RICHEST CITY❹ - 깨끗하고 똑똑한 정부가 혁신 주도

THE WORLD’S RICHEST CITY❹ - 깨끗하고 똑똑한 정부가 혁신 주도

싱가포르는 항만산업에서 제조·금융·의료관광·카지노산업으로 영역을 넓혀 세계에서 백만장자가 가장 많이 사는 국가로 성장했다. 센트럴 비즈니스 구역은 성장동력을 보여주는 중심지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오른쪽은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머라이언 상.



싱가포르는 칭찬이 끊이지 않는 도시국가다. 2012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이 도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 기준(PPP) 6만410달러로 세계 3위를 자랑한다. 또 세계에서 백만장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영국 재무컨설턴트지 웰스 인사이트는 2011년 말 기준 이 도시의 고액자산 보유자(미화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 소유자)가 15만 명을 넘어섰다고 지난해 10월 보도했다. 싱가포르 총 인구의 2.9%에 이르는 수치다. 이들의 총 자산을 합치면 미화 7300억 달러로 싱가포르 GDP의 274%에 달한다. 이 잡지는 싱가포르가 2015년까지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금융국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 도시는 부자에게 관대하다. 프랑스가 최고 75%까지 올리겠다고 한 소득세율이 이 나라에선 최고 20%에 불과하다. 자본소득과 싱가포르 밖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절세를 노리는 세계의 부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재산이 291억 달러(약 32조3000억원)인 호주 광산 재벌 리처드 라인하르트는 싱가포르 해변의 저택을 4700만 달러에 구매해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 재산이 22억 달러(약 2조4000억원)인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드아르도 사베린은 지난해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해 이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백만장자 비율 100명 중 3명, 세계 최고싱가포르의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지난해 말 기준 4549억 달러로 세계 15위다. 같은 시기 외환보유액은 2593억 달러로 세계 12위다. 인구 500만 명의 도시국가에 돈이 넘친다. 싱가포르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무디스·피치가 발표한 국가신용도에서 모두 트리플A(AAA) 등급을 받았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다.

경제 현황을 보면 경제자유지수는 2011년 홍콩에 이어 세계 2위였다. 같은 해 혁신성은 세계 7위로 평가됐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09·2010년 글로벌 경쟁력지수에서 싱가포르는 최상위급에 들었다.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도 뉴질랜드,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인정받는다.

동서양을 잇는 싱가포르는 자유무역항으로 명성을 얻었다. 무역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무역총액이 GDP의 407.9%에 이른다. 지난해 4084억 달러를 수출한 세계 14위의 수출국이자 3797억 달러를 수입한 세계 15위의 수입국이다. 무역국가답게 한국을 비롯한 10여 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세계은행은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허브로 꼽았다. 싱가포르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근거지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지사가 7000여 개, 중국·인도계 기업 지사가 각각 1500여 개 있다.

싱가포르 일자리의 44% 정도를 외국기업이 만들었다. 덕분에 실업률은 2%에 머문다. 지정학적 위치와 낮은 세율, 뛰어난 인프라, 우수한 인적자원, 깨끗한 정부와 사회를 갖춘데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을 지원한 것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세계 5대 항구인 싱가포르항을 이용한 물류산업과 세계 3위 수준의 정유산업,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런던·뉴욕·도쿄에 이은 세계 4위의 금융업을 개발해온 싱가포르는 2004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카지노를 합법화하고 2개의 카지노 리조트 개장을 허락했다.

관광산업을 발달시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카지노 기반의 리조트에 복합 리조트라는 명칭을 붙였다. 일부 대중의 반발을 고려한 완곡어법이다. 싱가포르강과 항구가 만나는 시내 요지에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와 남쪽 리조트 지역인 센토사 섬에 있는 리조트 월드 센토사 2곳이 허가를 받아 2010년 영업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카지노 운영업체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은 처음에 미화 38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마리나 베이 샌즈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비와 토지 비용이 예상을 웃돌면서 개발비만 50억 달러가 넘는 등 총액 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실이 2561개에 이르는 이 리조트는 카지노, 컨벤션 산업 그리고 관광에서 얻는 수익이 크다. 직접 고용 인원만 1만 명에 이른다. 간접 고용 유발 효과는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2015년에 싱가포르 전체 GDP의 0.8%인 27억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리조트 월드 센토사는 겐팅 싱가포르가 운영권을 따냈다. 2개의 카지노, 유니버설 테마파크, 세계 최대 해양 수족관이 있는 마리나 라이프 파크를 결합했다. 객실이 1840개이고 49억3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역시 일자리 1만 개를 만들어냈다. 호텔과 카지노 영업은 2010년부터 했지만 완공일은 지난해 12월 7일이다. 완공식에는 리셴륭(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참석했다. 이 행사는 21세기형 서비스 산업인 카지노를 국가가 주도해 키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카지노 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130억 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받았고, 2만 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간접 고용효과까지 따지면 확보한 일자리가 6만 개에 이른다. 싱가포르의 카지노 산업 규모는 마카오에 이어 세계 2위다. 컨벤션 산업은 3위로 평가 받는다.

싱가포르는 관광산업이 발달했다.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좁은 국토를 나눠 남쪽 센토사섬을 리조트로 개발하고 북쪽에 대규모 동물원을 지었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관광 진흥책도 내놨다. 싱가포르의 첫 총독인 래플스 제독의 이름을 딴 래플스 병원은 의료관광 산업의 중심지다. 이 병원은 중동 지역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몇 년 전 이란의 샴쌍둥이 자매를 수술했다 실패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의료관광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중국인과 무슬림(이슬람교도)·인도인·서구인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폭넓은 인적자원과 문화를 자랑한다. 2005년까지 매년 외국인 20만 명이 치료와 요양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고 지난해에는 1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의료관광 산업의 연 매출은 30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 카지노 산업까지 더해 관광산업은 더 발달했다.

창이국제공항 관제탑.





다민족 국가라 고부가 서비스 산업 발달서비스산업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교육이다. 싱가포르는 국제교육의 허브이기도 하다. 모국어 교육을 제외하고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 싱가포르에는 8만 명 이상의 유학생이 있다. 싱가포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20% 이상은 외국에서 왔다. 주로 동남아·중국·인도 출신이다. 정책적으로 해외 유명 대학을 유치해 2009년 12곳에서 올해 18곳으로 늘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싱가포르의 난양(南洋) 이공대학에 1992년부터 매년 500~600명의 공직자를 보내 연수시켰다. 지금까지 1만3000명이 교육받았고 1200여 명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도시국가에서 주목할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정부 주도의 경제 시스템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성장 전략을 내세워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을 직접 소유·운영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국영기업의 지주회사인 테마섹은 세계 투자시장의 큰 손이다.

정부 주도라고 하면 비효율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독특한 공직 시스템이 있다. 이 나라 공무원은 정규 부서에서 일반 행정을 맡는 조직과 공기업이나 각종 위원회·협의회 등 특수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나뉜다. 특수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민간 기업 직원이 하듯 미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다.

이들은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면서 변화에 대응한다. 정규 부서 공무원들은 이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을 책임지고 보장한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경제 환경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제2의 경제 도약은 정부 주도 성장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한국·대만·홍콩과 더불어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2004년 이후 새로운 경제 전략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싱가포르는 세계적 불황으로 2001년 성장이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그해 12월 총리 지시로 통산산업부 산하에 경제검토위원회(ERC)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싱가포르 경제상황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21세기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ERC가 2003년 2월에 발표한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발전을 위한 방안과 향후 15년 동안 적용할 장기전략을 제시했다.

장기 전략의 핵심은 ‘효율’에서 ‘혁신’으로 국가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2002년 2월에는 경제분야에 치우친 ERC 활동을 보충하기 위해 국가개발부 산하에 싱가포르 재생위원회(RSC)를 설립했다. RSC는 2003년 7월에 국민정체성·사회안전망·공동체 등을 다룬 사회·문화·교육 보고서를 발표했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고민은 인구다.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1.11%로 222개 국가 중에서 220위다. 싱가포르 정부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현재 530만 명인 인구를 2030년까지 650만∼690만 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 240만 명 정도가 이주민인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이민자가 360만∼400만 명으로 과반수에 이르게 된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다른 고민은 약한 공동체 의식이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미국에 이어 가계수입 불평등이 심하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보편적 사회보장 시스템이 없어 은퇴 후 생활비를 미리 모아둬야 한다. 하지만 최근 RSC보고서 등에 따라 저소득층에 국영병원의 무료 의료서비스, 주거비와 직업교육비 지원을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수용한다(맨 위). 백화점과 명품 매장이 모여 있는 오차드 거리(위).


2004년 이후 초고속 성장 이뤄새로운 경제 전략을 채택한 싱가포르는 성장세를 되찾았다. 2004년 8.3%, 2005년 6.4%, 2006년 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9년 잠시 0.8% 성장에 그쳤으나 2010년에 14.8%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이후 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2011년 5.2%의 성장을 이뤘고 2012년 1.3%(추정치)에 머물렀다.

‘기회의 도시’ 싱가포르의 심장은 도심의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CBD)다. CBD는 공식명칭이고 시민들은 ‘시티’라고 부른다. 백화점이 즐비한 오차드 로드와 고층건물이 늘어선 금융가, 그리고 도시인의 휴식처인 싱가포르 강변을 포함한 중심 지역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싱가포르답게 이 지역의 개발과 관리는 도시개발공사가 맡고 있다. 싱가포르의 강변 지역은 2000년대에 마리나 베이 샌즈가 건설되면서 크게 바뀌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여기에 맞춰 도로를 확장하고 지하철을 추가 건설했다.

이곳은 싱가포르 경제를 떠받치는 물류·금융·의료관광·카지노가 모두 몰려있는 상징적 장소다. 싱가포르의 역사가 시작된 유서 깊은 지역이다. 싱가포르를 구성하는 다양한 민족을 수용할 수 있는 종교 시설도 이 지역에 몰려 있다. 불교·도교·이슬람교·힌두교 사원이다. 힌두 사원 뒤로는 식당 구역과 전통 시장이 있다. 식민지 시대의 유물인 영국풍 건물도 여기저기 보인다.

아시아 문명박물관과 페라나칸(중국계 남성과 말레이족 여성이 혼혈된 민족) 박물관 등이 있어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강변에는 싱가포르의 건설 신화를 담은 머라이언 상(사자 머리의 인어상)이 물을 뿜고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이 바다에 동서양을 연결하는 항구가 건설되면서 싱가포르가 탄생했다.

중국 전통의 서예·다도 등을 가르치고 관련 상품을 파는 오래된 가게와 중국·말레이 음식의 퓨전인 싱가포르 전통 페라나칸 식당도 눈에 띈다. 고풍스런 건물과 초현대적 빌딩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으로 부자도시로 발전하는 싱가포르의 성장동력과 국가 정체성을 동시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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