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TELEVISION - 착한 아나운서, 연기에 도전하다

JTBC 장성규 아나운서, ‘시트콩 로얄빌라’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신생아로 출연…녹화 전에 대본 100번 읽어

장성규(30) JTBC 아나운서는 ‘미각스캔들’ ‘세 남자의 저녁’ ‘김국진의 현장박치기’ ‘남자의 그 물건’ 등에서 진행자와 패널로 활약했다.

현재 ‘비밀의 화원’ ‘연금복권 추첨방송’ 등에 출연하는 그가 최근 연기 도전에 나섰다. 7월 15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시트콩 로얄빌라’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시트콤’과 ‘콩트’가 합쳐졌다. 로얄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6개의 콩트로 나눠 보여준다.

장 아나운서가 ‘신세계’라는 코너에서 맡은 역할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신생아. 김병만·조세호·안윤상·우현과 함께 신생아실의 신생아로 출연한다.

그는 예상과 달리 인터뷰를 하는 내내 진지하고 차분했다. 답이 금방 생각나지 않으면 사과하고 인터뷰 중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연기에 도전한 이유가 뭔가.

올해 초 김석윤 프로듀서(PD)와 우연히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김 PD는 “아내가 재미있어한다”며 나를 격려했다. 그리고 “작품을 함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두 달 정도 지나 김 PD가 같이 일해 보자고 연락했다. 그는 JTBC의 ‘청담동 살아요’를 비롯해 KBS의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등 인기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연기보다 김 PD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첫 연기는 어땠나.

4회까지 녹화를 마쳤다. 첫 녹화 전에 대본에 동그라미를 100개 그렸다. 한 번 읽을 때마다 동그라미 하나씩 표시하면서 대본을 읽었더니 긴장이 풀어졌다. NG도 내지 않았다. 두 번째부터는 조금 긴장이 풀려 10번 정도 읽었다.

항상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일주일 전부터 잠을 설치고 악몽도 꾼다. 한숨 안 자고 지하 3층에서 혼자 연습한 적도 있다. JTBC에 입사하고 얼마 안돼서는 ‘왜 난 이렇게 긴장하지? 이런 부담감이 언제쯤 없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멋지게 그걸 이겨낼 생각을 하면 설렌다. 조금씩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장 아나운서는 JTBC 개국부터 함께했다. 서바이벌 형식의 아나운서 채용 프로그램 MBC 일밤 ‘신입사원’에서 최종 탈락한 뒤 2011년 9월 JTBC에 입사했다. 사람들은 ‘신입사원’에서 보여줬던 그의 밝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평소에도 기대했다.

‘신입사원’으로 주목을 받은 뒤 입사했다. 부담감도 컷을 것 같은데.

입사 후 개국하기 전 3개월이 가장 힘들었다. 사석에서 잠재돼 있는 끼를 보여달라고 하던 시간들 말이다. 식사자리에서도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친한 사람이 아니면 짓궂은 장난도 못 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장 아나운서는 질문 하나하나에 시종일관신중하게 대답했다. 아나운서 준비생들이트위터나 페이스북·이메일로 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신중한 청년은 “오래준비하지 않고 아나운서가 됐다”며 “오래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도움이 안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했다.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하다.

아나운서를 꿈꾸기 전에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나중에 일하게 될 회사에서 장기자랑이나 송년회에서 사회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 대학 동아리 수련회에 갔다가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불현듯 생각났다. 이후 스승의 날 만난 은사도 아나운서를 해 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고민하다가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아나운서 아카데미도 알아봤다.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말을 못 했다. 대신 누나와 매형한테 도움을 청했다. 누나 신용카드로 아나운서 아카데미 학원비를 냈다. 200만원이 넘었다. 준비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MBC 일밤 ‘신입사원’ 공고가 떴다.

한 달밖에 준비를 안 했는데 발성이나 발음은 문제가 없었나.

발성이나 말투를 새롭게 연습하지 않았다. 남 앞에 나서서 말할 일이 많았다. 중학교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서 사회를 보고 콩트 등을 짜기도 했다. 또 교회에서 고등부 교사와 학생들 앞에서 얘기할 기회도 많았다. 학교다닐 때 발표하는 걸 좋아했다. 발표 전 거울을 보고 20번, 빈 강의실에서 20번, 그리고 동기들을 앉혀놓고 몇 번 연습을 했다.

방송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작은 실수는 많이 하지만 크게 실수한 적은 없다. ‘김국진의 현장박치기’를 찍을 때 전국을 46시간 만에 돌고 회사에 복귀한 적도 있다. 이동 중 차에서 쪽잠을 잤다. 새벽까지 회사에 남아 대본 연습도 많이 했다.

짧은 기간 많은 연예인과 호흡했다.

국진이 형(김국진)은 아버지 같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 주고 방향도 잡아준다. 수홍이 형(박수홍)도 따뜻한 말을 많이 해 줬다. 구라 형(김구라)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구라 형이 내게 ‘재능도 있고, 감도 나쁘지 않으니 조금만 다듬으면 잘될 것’이라고 했다. 칭찬을 잘 안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너무 좋아 ‘형님, 도와주십시오, 다듬어 주세요’라고 하니 ‘네가 해’라고 하더라. 정말 형다운 대답이다. (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아직도 내가 TV에 나오는 게 신기하다. 김성주·전현무 선배가 예능 MC로 길을 닦아놔서 나는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시대를 잘 만났다.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할 뿐이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다. 앞으로 하게 될 프로그램은 연출자에게 맡기고 싶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처럼 그들을 따라 뛰어다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