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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Ⅱ - 순익↓손해율↑‘비상 경영’

Special Report Ⅱ - 순익↓손해율↑‘비상 경영’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 84.4%로 급증 … 차별화된 서비스로 불황 타개



요즘 손해보험사 CEO들은 대외활동이나 언론 노출이 거의 없다. 대내외 경기 악화로 손보사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사석에 만난 한 대형 손보사 사장이 “손해보험 업계가 너무 어려워서 공개석상에 나서기가 두렵다”라고 말할 정도다.

손해보험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숫자로 확인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년도(2012년 4월~2013년 3월) 14개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80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줄었다.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순익은 1조8017억원으로 전년보다 7.8% 감소했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상위 5개 손보사의 올 1분기(2013년 4∼6월) 순이익은 4502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전 분기 대비로는 30% 줄어든 규모다. LIG손보는 1분기 순익이 42.1%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각각 40%, 22.1%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정부의 보험료 인상 제한,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 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또 지난해 겨울 잦은 폭설과 올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오르고 있다. 손보사들의 주력 상품이 자동차보험인 만큼 자동차 손해율이 오르면 재무제표가 나빠진다. 주요 9개 손보사의 6월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4.4%로 지난해 동월 77.3%에 비해 7.1%포인트 올랐다.

관련업계에선 적정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77%로 본다. 예년보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늘어아면서 손보업계의 한숨도 깊어진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7월 1일부터 22일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건수는 총 639건이다. 보험사가 부담해야할 침수 자동차 1대당 손해액은 600만∼700만원이다. 손해보험협회는 현재까지 업계 손해액이 38억∼4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온라인을 통해 가입하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비중이 증가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20.6%이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비중은 올 1월에는 28%로 늘었다. 하이카다이렉트 박민기 부장은 “다이렉트 보험은 보장은 오프라인과 비슷하지만 보험료는 더 저렴해 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하이카다이렉트의 손해율은 86.6%, 더케이손보는 88%로 상위 5개 손보사 평균 손해율(82.2%)보다 높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3월 6일 “표준이율(보험사가 보험금을 주기 위해 확보한 돈) 하락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장마 호우에 자동차 침수피해 44억원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을 굴려 얻는 이익도 감소했다.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받아 채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률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나라 채권 금리가 급등한 탓에 손보사들의 자본이 크게 줄었다. 채권 금리가 단기간에 상승하면서 보유 채권에 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한 때문이다.

5월 현재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의 총 자기자본 규모는 15조540억원으로 전월 대비 4370억원 줄었다. 한달 만에 상위 4개 손보사 자본의 2.8%가 감소했다. LIG손보는 자기자본이 1조5680억원에서 1조4990억원으로 4.4% 줄어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많이 줄었다.

채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손보사도 많다. 최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LIG손보와 현대해상은 각각 100억, 2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삼성화재도 1분기 해외 사업장의 손실로 주가가 반토막 난 삼성엔지니어링 때문에 손실액이 250억원에 달한다.

6월 공시이율도 3%대로 추락했다. 저축·연금·보장성 보험 이자율이 모두 평균 3%대를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삼성화재의 6월 보장성 보험 공시 이율은 지난 5월 3.7%에서 0.1%포인트 낮은 3.6%로 조정되면서 상위 5개 손보사 중 가장 낮다.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손보사들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01년 이후 11년간 국내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 영업에서 흑자를 기록한 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박사는 “자동차보험에서의 손실을 커버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장기보험과 운용수익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판매에서 장기보험 비중을 키우고 있다.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비중은 2009년 처음으로 60%를 넘어서 2011년 68.3%, 2012년 70.7%까지 늘었다. 한화손보도 장기보험 비중이 70%를 넘는다. 롯데손보도 40%가 넘었던 자동차보험 비중을 24.2%로 줄이고 장기보험 비중을 70% 가까이 늘렸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시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가격 인상도 어렵다”며 “적자구조가 이어지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보험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불황 탈출에 나서는 손보사들이 늘었다. 특히 간병 보험이나 후유장애에 대비한 생활보험(건강보험) 등의 보장을 늘리는 곳이 많다.

동부화재 ‘프로미라이프 가족사랑간병보험’은 요양등급에 따라 100세까지 최대 1억2000만원의 간병비와 5년간 60회(최대 50만원)의 간병연금을 중복 보장한다. 또 질병 후유증 보상 범위도 확대했다. 삼성화재 통합보험 ‘수퍼플러스’ 질병장애등급 범위를 기존 1~2등급에서 3급까지 넓혔다.

자동차보험 서비스도 확대했다. LIG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자동차 타이어 펑크 수리 서비스를 실시한다. LIG손보 이영찬 차장은 “자동차 보험계약 주기는 1년으로 짧다”며 “자동차 긴급출동 서비스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시이율 은행의 예금금리처럼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로 시중금리와 연동해 적용되는 일종의 보험 예정금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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