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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에세이 - 금융권의 류현진 언제쯤··

CEO 에세이 - 금융권의 류현진 언제쯤··



우스갯소리 하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박찬호·박세리의 공통점은? 답은 간단하다. 모두 ‘공주’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찬호와 박세리의 공통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힘든 시절을 보내던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스포츠 스타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국민·기업·정부의 노력으로 외환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났다. 한국경제가 다시 순항하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2008년 또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격랑에 휩쓸렸다. 국민들은 실의와 좌절에 빠졌다. 이때 또 다른 스포츠 스타가 가뭄에 단비처럼 나타났다. 김연아·박태환이 세계 무대를 점령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라 감동을 선사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요즘에도 어김 없이 또 다른 스타가 얼굴을 내밀었다. 류현진과 박인비다. 이들의 존재 덕에 일상에 지친 국민들은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고 박인비는 세계 여자프로골프계를 사로잡았다. 스포츠 신예의 잇단 등장과 성공을 보며 마치 나의 일인양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특히 스포츠 전문 채널이 속속 등장하고 지상파 방송사도 관련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해 이들의 활약상을 시시각각 전한다.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롤 모델의 역할도 한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있었기에 이들을 보고 꿈을 키운 류현진과 박인비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비단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은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이 강인한 정신력으로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이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왜 대한민국 금융계에는 이런 ‘대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지금의 전 세계적 위기와 변화는 우리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데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숨 소리만 커진다.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마다 등장한 스포츠 스타의 공통점은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실수를 빨리 잊고 경쟁을 즐기면서 끝까지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

금융권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천운을 타고나 단번에 성공한 사람보다는 강한 신념과 자신만의 철학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리더가 절실하다. 그렇게 콧대 높던 선진국 금융회사도 속절 없이 문을 닫는 요즘 진짜 대선수가 나타난다면 우리도 세계 금융계의 강자로 군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수비 실책으로 연승을 놓친 류현진 선수의 인터뷰를 봤다. “수비 실책이 아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수비 도움을 받은 게 더 많으며 내가 위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답했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금융업종사자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 채 외부 환경 탓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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