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모기업 튼튼하고 가까운 골프장
Golf - 모기업 튼튼하고 가까운 골프장
8월 19일 전남 순천의 레이크힐스순천 골프장 내 토지 36만911㎡와 호텔이 경매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1차 경매에서 유찰되자 법무법인에서 ‘오는 30일 2차 경매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공표한 것이다. 골프장 전체 면적의 6분의 1인 토지 감정가는 141억원, 호텔 감정가는 101억원이다. 이 골프장은 입회금 60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만기 도래했지만 그중 200억원을 반환하지 못했다. 그러자 일부 창립회원들이 골프장을 경매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제주 봉개의 라헨느골프장도 같은 이유로 경매시장에 나왔었다. 회원들이 입회금 10억원 정도를 돌려받지 못하자 감정가 934억원의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경매에 부쳤다. 뒤늦게 합의가 이뤄지면서 경매는 중도 취하됐다. 또한 같은 달에 제주도의 제주컨트리클럽이 주거래은행에 들어온 7억여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당좌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경매 넘어가는 골프장 급증제주도에서는 29개 골프장이 운영 중이지만 과잉 공급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대부분은 적자를 낸다. 대기업이 모체인 골프장만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모기업으로부터의 지원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생존하고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방 변두리에 뒤늦게 조성했지만 분양을 다 하지 못했거나 고가 회원권을 분양했지만 돌아오는 입회 반환금을 갚지 못하는 등 다양한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골프장이 꽤 많다. 경기도의 골프클럽Q안성은 지난해 3월 대규모 차입금에다 회원권 분양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에 따라 최근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 자회사인 골프존카운티 컨소시엄에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상호 가격차가 커서 입장 조율이 어렵다.
지방에서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뒤늦게 조성된 회원제 코스들이 주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경남 합천 아델스코트의 경우 골프장 운영자와 회원들이 낸 회생계획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났다. 더구나 지금은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대한 경찰수사까지 겹친 상태다.
자금난으로 공매 시장에 넘겨진 전북 익산 베어리버 골프장도 해결책은 요원하다. 1순위 채권자인 한울아이앤시가 청구한 공매가 6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총 12차례 공매가 추진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그때마다 감정가는 20%씩 삭감되면서 1800억원이던 것이 현재 576억원으로 추락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원제 골프장들이 살아날 길은 세 가지 정도다. 우선, 다른 기업에 매각되는 게 가장 깔끔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매매 당사자 사이에 가격차가 큰 상황이다. 둘째로 회원제 골프장의 자금 여력이 생겨 회원권을 모두 반환하고 퍼블릭으로 전환하면 살 길이 생긴다.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를 체납해 2011년 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경기 포천의 가산노블리제CC는 퍼블릭으로 변경해 올해 재개장했다. 전남 영암 아크로CC는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경영난을 예상해 중도에 회원권을 모두 회수하고 2008년부터 퍼블릭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아크로를 시작으로 중과세 부담까지 떠안은 꽤 많은 회원제 코스들이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마지막으로 골프장 측에서 자금 여력이 없어 입회금 반환이 어렵다면 회원들이 의견을 모아 골프장을 인수한 뒤 주주회원제 코스로 바꿀 수도 있다. 경기도 용인의 신원CC는 1998년 골프장 모기업인 신원그룹이 부도나자 골프장 회원들이 출자해 골프장을 인수했다. 경주신라·버드우드·파미힐스 컨트리클럽 등이 주주회원제 골프장이다.
2000년대 후반 회원권 가격이 치솟을 때 시장성과 골퍼들의 이용도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너도나도 금융회사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조성하고 분양한 회원제 골프장들은 대개 이런 문제에 봉착해 있다. 회원권 구매를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회원권을 사들인 골퍼 역시 5년이 지나고 나서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는 요즘 반환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일부 골프장들은 반환 기한이 지났지만 여력이 없어 회원권을 가진 골퍼가 마냥 묵히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회원권 구매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회원권 소지자는 아직 늘어나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골프장 정회원은 3만646명이 늘어 지난해 말 회원권 소지자는 총 16만8176명에 이르렀다. 한 해 평균 6129명의 회원이 추가됐다는 얘기다.
회원권을 잘만 사면 퍼블릭보다도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회원권 전성기이던 2008년보다 거품도 상당수 빠져서 회원권 가격도 현실화됐다. 회원권 활용트렌드도 투자나 비즈니스 접대가 아닌 실제 이용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어떤 관점에서 좋은 회원권을 고를 것인가? 네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째, 모기업의 건실함을 살펴봐야 한다. 대기업이 조성한 골프장들은 입회금 반환 우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골프장 운영 자체가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또한 시중에 많은 회원권 매물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큰 폭의 회원권 가격 변동도 없다.
둘째, 골프장의 접근성이 중요해졌다. 최근엔 골프장까지 거리가 1시간 반만 돼도 멀다고 꺼린다. 이용도를 중시하는 요즘 추세에는 접근성이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서울에서 가까운 골프장은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회원권 소지자는 해마다 늘어셋째는 코스 품질이다. 골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코스가 점점 중요해졌다. 잡지나 각종 미디어, 해외 여행을 통해 좋은 코스를 접할 기회가 늘어난데다 골퍼들의 실력과 수준이 높아져 전략적이고 난이도 높은 코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예전에는 부킹만 되면 골프장을 찾았지만 요즘은 코스가 평이하거나 지명도가 높지 않으면 누굴 초대하기도 어렵다. 오래된 골프장들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코스를 좀 더 도전적이고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마지막으로 회원권이 주는 다양한 옵션을 이용 용도에 맞춰야 한다. 법인 회원권이라면 부킹이 얼마나 원활한가가 중요하다. 사업상 어떤 주말, 특수 시간대는 반드시 예약하거나 정기적인 비즈니스 골프를 할 때는 예약 보장성이 필수다. 그보다 많은 재량이 필요한 접대라면 가격대는 높지만 무기명 회원권을 살펴야 한다.
요즘은 특히 가족 중심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정회원 외에 가족회원과 준회원의 자격과 혜택이 어떤가도 따져야 한다. 최근엔 친구들이나 회원 동호회의 활성화 정도를 살펴 회원권을 구매하기도 한다. 골프장 내 동호회가 잘 운영되면 회원끼리 라운드를 할 경우 퍼블릭 골프장보다도 싼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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