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Best Under a Billion - “한·중·일 겨냥한 동북아 크루즈 띄운다”
200 Best Under a Billion - “한·중·일 겨냥한 동북아 크루즈 띄운다”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 5층 모두투어 사장실. 26㎡(8평) 남짓한 사무실은 소박했다. 세계지도와 여행 관련 패널뿐, 그 흔한 액자 그림 하나 없다. 직원들은 수시로 출입하며 결제를 받았다. 심지어 구두닦이 노인도 노크 한 번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국내 여행업계 리더 기업 CEO의 집무실 같지 않았다. 홍기정(62) 모두투어 사장은 “마케팅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굳이 넓은 사무실이 필요 없다. 또한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사장실 문턱이 낮은 게 좋다”고 말했다.
사장실뿐 아니라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조금은 빽빽하다 싶게 배치된 책상에선 직원들이 각자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쉼 없이 상담전화가 걸려 왔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놀림도 분주했다. 사무실 배치나 직원들의 근무하는 모습이 마치 꿀벌들의 움직임 같았다. “경제 전망이 불확실할 때는 매출 규모를 키우기보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직원들 월급봉투를 두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홍 사장의 말이다.
포스브아시아는 모두투어를 ‘아시아 유망기업 200’에 선정했다. 포브스아시아에서는 지난해부터 연매출 1조원 미만 기업 중 지난 3년간 매출과 자기자본·부채비율 등을 따져 유망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투자자를 위해 주식 1주 당 이익률(EPS)도 계산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모두투어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셀트리온·에이블씨엔씨·솔브레인 등 18개 기업이 선정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14만 명,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관광 수요증가에 힘입어 모두투어는 지난해 매출액 1327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홍 사장은 “각 국가의 테마에 맞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모두투어 인바운드 사업의 특징”이라며 “중국인·일본인·동남아인이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먼저 분석하고 특화된 상품을 개발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바다 한 번 보려면 몇 시간 기차 타고, 비행기 타고 나가야 하는 중국인 입장에서 제주도는 천혜의 관광지나 다름없습니다. 특히 그들은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해변과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이 최신 놀이시설을 원합니다. 중국에 자금성과 황산이 있어 덕수궁·설악산을 보려고 한국을 찾지는 않죠. 짝퉁 걱정 없는 명품 쇼핑도 한국의 장점입니다. 그들에게 홍콩·마카오는 해외여행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게다가 짝퉁 걱정도 여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엔 의료관광이 크게 늘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사진을 들고 서울 강남 성형외과를 찾아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관광객이 늘자 모두투어는 의료관광 상품을 만들었다. 홍 사장은 “요즘 중국인은 서울 강남에서 성형수술하고 명동에서 쇼핑하는 것이 최고인기 관광코스가 됐다”면서 “그러나 그들이 바다·먹을거리·미용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여행사가 많다”고 말했다.
국적별 관광객 요구 맞춘 특화 상품 주효일본인은 쇼핑과 피부미용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인 관광객은 특히 ‘아까스리 에스테(때밀이 미용)’ 상품에 열광한다. 또 한국의 푸짐하고 화려한 음식에도 환호한다”고 말했다. “자기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망, 이것이 해외 관광의 욕구입니다.
동남아사람은 눈(雪)을 좋아합니다. 경기도 천마산이나 강원도 용평에 가서 눈 내리는 장면을 보면 모두 호성을 질러요. 독일 등 유럽인 관광객은 우리나라까지 올 정도면 미리 공부하고 온 경우지요. 이들에겐 템플스테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 같은 독특한 체험이 주효합니다.”
그는 서해안 관광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수록 서해안 관광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해에 홍콩~마카오 구간처럼 쾌속선이 뜨면 금요일 저녁 인천·충남 대천·전북 군산·전남 목포 등지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 것입니다. 해당 지역에 중저가호텔을 늘리고, 서비스업계에서 중국어를 할 있는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 사장은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건국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 어학원에서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1980년 신군부의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그는 진로를 변경했다. 재미삼아 미리 따 두었던 ‘관광통역안내원’ 자격증 덕에 당시 1위 여행사였던 고려여행사에 입사한 것.
88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관광 산업이 커지자 그는 동료 13명과 함께 회사를 나와 모두투어의 전신인 ‘국일여행사’를 창립했다. 현재 국내 여행업계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인 하나투어 박상환 회장과 최현석 사장, 그리고 모두투어 우종웅 회장 등이 당시 창립 멤버다.
현재 국내 여행업계 1위는 하나투어다. 홍 사장은 “매출 등 외형적인 면에서는 하나투어가 앞서지만 우리도 창립 이후 한 번도 연간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알짜배기 기업”이라며 “남진과 나훈아, 롯데와 신세계처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여행 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적도~북극 잇는 크루즈관광이 꿈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한·중·일 관광객을 겨냥한 동북아 크루즈 관광 상품개발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카리브 해 크루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하는 지중해 크루즈에 이어 앞으로 5년 내 동북아 지역이 세계적인 크루즈 ‘메카’로 떠오를 것”이라며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일본에 들러 관광객을 태운 후 남쪽으로 베트남을 거쳐 인도네시아 적도로 가는 ‘윈터 코스’, 거꾸로 북쪽으로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북극 알래스카로 가는 ‘서머 코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대국인 캐나다·멕시코·프랑스·스페인을 보면 인접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50%를 넘습니다. 현재 일본·중국 사람이 가장 가깝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입니다. 13억 명의 중국 인구 중 한 해 해외 여행객은 2억 명, 이 중 10%만 한국으로 와도 2000만 명입니다. 한·중·일 삼각벨트의 장점을 살린다면 인바운드 시장은 점점 커집니다.”
최근 아시아 크루즈 시장 성장률은 전 세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9년 당시 크루즈 이용객은 한해 200~3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약 3만 명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크루즈 안에서 여행과 휴식·여가·놀이 등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 허니문은 물론이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이 많은 한·중·일 여행객이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주요 크루즈 운영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중국·일본에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홍 사장은 한·중·일 동북아 지역 크루즈의 기항지로 제주도를 꼽았다. 그는 “세계적인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접안시설을 만들고, 카지노·위락시설을 늘리면 제주도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이길 수 있다”며 “그 배에서 내려오는 관광객이 뿌릴 돈이 얼마일 것인가? 굴뚝 없는 성장 산업이 바로 관광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모두투어는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2011년부터 오토캠핑 사업에 진출해 충남 태안과 경기 연천에 카라반 파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엔 제주도 로베로 호텔을 인수한데 이어 9월에는 서울 종로 아벤트리 리츠에 20억원을 투자해 아벤트리 종로 관광호텔을 직접 개발했다. 올해 5월엔 웨딩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해 모두웨딩을 설립했다.
홍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많이 찾는 코스가 서울2박·제주2박 상품이고 두 호텔이 모두 국내 관광 요지에 있는 만큼 앞으로 인바운드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최근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아벤트리 종로의 객실률이 떨어지고 있어 판매채널 다양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직원들은 회의를 마치면 ‘직원만족 고객감동, 모두투어 파이팅’을 외친다. 홍 사장은 “무엇보다 직원 만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에, 자기 일에 만족하는 직원에게서 고객 감동의 서비스가 나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중요하죠. 우리 회사는 매년 연말이 되면 성과를 가결산해 해를 넘기기 전에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직원들은 감동하고 남은 기간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보답하죠. 직원의 업무 성과는 회사 경영진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회사의 감동경영이 직원의 신뢰를 쌓고 그 신뢰가 영업성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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