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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휴대’에서 ‘착용’으로 스마트하게

Business - ‘휴대’에서 ‘착용’으로 스마트하게

공상과학영화 단골 소재 속속 상용화 … 삼성·구글·애플·소니, 안경·시계 형태 개발



데스크톱에서 랩톱을 거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진화를 거듭한 첨단 디지털 기술이 이제 패션의 일부가 됐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정보기술(IT) 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 이야기다.

미국 경제 전문 온라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마트 웨어러블 시장이 현재 30억~50억 달러 규모에서 2~3년 이내에 300억~500억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행하는 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올해 주목할 만한 10대 기술 중 하나로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 기기를 선정하는 등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졌다.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안경·의류 등 사람이 착용하는 생활필수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첨단 IT기기를 말한다. 과거 ‘터미네이터’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인기 공상과학영화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 웨어러블 기술은 휴대성과 비용 등 현실적 제약에 부딪혀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0년대 세계 최초로 입는 PC를 선보인 미국 기업 자이버넛은 상용화에 실패해 부도위기까지 내몰렸다. 그보다 앞서 입는 컴퓨터 기술 개발에 뛰어든 IBM과 소니도 수익성 급락, 주가 하락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IT 공룡의 미래 격전지초소형·웨어러블 기기가 상용화의 물살을 타게 된 것은 서로 다른 기기에 존재하는 정보를 하나의 서버에 저장해 언제든 가져다 쓸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이 보급되면서부터다. 구글이 5월 개발자들을 상대로 베타버전을 공개한 구글 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들은 내장 소프트웨어를 최소화하고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일명 ‘빅 데이터(Big Data)’라 불리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활용한다.

선진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긴지 오래고, 개발도상국도 90%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시장도 머지않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둘러싼 삼성·구글·애플을 비롯한 IT업계 공룡들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는 상용화 초기 건강 모니터링 분야의 활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모색되면서 얼굴에 착용하는 안경 형태와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타입의 두 가지가 보편적인 모델로 정착되는 양상이다.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관련 기술은 구글이 앞서있다.

연세대 미디어시스템 연구소의 김동철 박사는 최근 한 포럼에 발제자로 참가해 “구글 글래스를 통해 착용자의 눈동자 위치를 추적하는 ‘아이 트래킹’ 기술과 별도의 이어폰 없이 골전도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 등 관련 분야에서 구글이 선점한 특허만 보더라도 이 분야에서 구글의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다”고 평했다.

구글 글래스는 터치패드로 이뤄진 제품 본체 오른쪽 흰색 표면을 손가락으로 움직여 조작한다. 가볍게 누르면 시작 화면이 나타나도, 화면 앞쪽 부위를 눌러서 화면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게 조절할 수 있다. 시작화면에는 홈스크린 시계가 표시돼 있고 타임라인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타임라인 왼쪽에는 날씨예보 같은 미래정보가 표시된다. 항공편 일정이나 캘린더에 등록해 놓은 이벤트도 볼 수 있다. 자세하게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가볍게 터치패드를 눌러주면 된다. 메시지나 녹화한 동영상 등에는 모두 오른쪽 하단에 기록 시점이 표시된다. 이들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고 싶다면 해당 화면에서 탭만 하면 된다. 공유할 친구를 고른 다음 탭하면 간단하게 파일 업로드를 할 수 있다. 작동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는 반응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CNN 등 다양한 업체도 앞다퉈 구글 글래스용 앱을 선보였다. 관련 트위터 앱은 구글 글래스에서 트윗(글올리기)은 물론 찍은 사진도 트위터에 바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다. CNN과 엘르 등 뉴스미디어의 앱을 설치하면 음성지원으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보급형 판매를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또 다른 축인 손목시계 모양의 스마트 기기는 소니가 가장 먼저 완성품을 선보였다. 소니는 6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가로와 세로가 36mm로 정사각형의 일반적인 시계 모양이며 멀티터치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스마트워치의 본체는 15.5g, 두께는 8mm이며 손목 스트랩까지 포함한 무게는 26g이다. 최대 10m 거리에서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무선 통신이 가능하며 문자와 e메일 작성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화도 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능을 고스란히 손목에 옮긴 ‘갤럭시 기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로 통화와 인터넷까지 가능한 스마트폰 시계는 처음이다. 애플도 ‘아이워치’ 개발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CEO 팀 쿡은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자매지올싱스디지털이 개최한 D11 컨퍼런스에 참가해 “웨어러블 기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고 심오한 분야가 될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술이 가장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는 위치는 손목”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아이워치 출시 계획을 밝힌 적은 없지만 최근 나이키에서 퓨얼밴드(Fuel band)를 개발했던 웨어러블컴퓨터 전문가 제이 블라닉을 영입하는 등 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손목(wrist)이란 단어가 포함된 특허를 79건이나 출원하는 등 관련 분야에 등록된 애플의 특허도 이 같은 믿음에 힘을 실어준다. 애플은 디자이너·엔지니어·마케터 등 100명으로 구성된 아이워치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 침해, 정서적 거부감이 걸림돌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 해결할 과제도 많다. 배터리 사용 시간과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좀더 섬세한 음성인식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기술적 난제에 더해 장시간 착용에 따른 불쾌감과 전자파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사진·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보니 정보 노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글 글래스는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도 전부터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 정부와 시민단체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다. 게리 하웰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의원은 구글 글래스를 포함한 헤드셋 기반 디스플레이 종류를 운전 중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면 운전자의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가 정면을 직시할 수 없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것.

호주 정부는 구글에 사생활 침해 여부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고 ‘스탑 더 사이보그스(Stop the Cyborgs)’란 이름의 영국 시민단체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들어 구글 글래스 등 웨어러블 컴퓨터 출시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착용에 대한 이질감과 정서적 거부감도 문제여서 앞으로 제품 자체의 디자인은 물론 패션 아이템으로의 정착 여부 등 기술 외적인 분야도 향후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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