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손주 함께하는 1박2일 캠프도
딸·손주 함께하는 1박2일 캠프도
교보생명은 4월에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위해 가입하는 ‘손주사랑보험’을 출시했다. 매월 4만~6만원 안팎의 보험료(10년 납입 기준)를 내면, 조부모가 사망할 경우 손주가 매년 자신의 생일에 100만원의 축하금을 10년간 받거나 50만원씩 20년간 총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손주를 3명까지 지정할 수 있다. 생전에는 조부모가 손수 쓴 카드를 발송해주는 ‘가족사랑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응은 좋다.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1만명을 넘었다. 7월까지 2만1500명이 가입했다. 교보생명 지훈상 과장은 “경제적 안정이라는 일반적 보험 목적에다 세대간의 사랑과 추억을 전하는 콘셉트를 가미했다”며 “조부모는 생전에 손주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면서 애틋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손주를 생일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보험은 스토리텔링 상품이라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도 획득했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엄마의 마음 잡기 위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기업들은 주로 진행했다. 엄마들은 출산 전부터 육아 관련 용품에 관심이 많은 만큼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주를 돌보는 비중이 커지면서 잠재 고객이 바뀌었다. 육아용품 브랜드인 필립스아벤트 관계자는 “최근 주요 고객이 엄마에서 할머니로 바뀌면서 할머니도 중요한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입소문 효과가 큰 업계 특성상 기업들은 조부모를 위한 상품과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세대간 사랑과 추억 전하는 보험상품도일동후디스의 ‘후디스맘 아카데미 마담클럽’은 예비 할머니 사이에서 유명하다. 2008년부터 매년 5월과 10월에 열리는 마담클럽은 예비엄마(딸 또는 며느리)와 할머니가 함께 참여한다. 할머니 육아가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현 시대에 맞는 할머니식 양육법’과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구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5월 15일 열린 행사에는 80명 모집에 24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3대 1에 달했다.
이동엽 일동후디스 주임은 “회를 거듭할수록 신청자가 늘고 있다”며 “실생활에 필요한 육아 정보로 프로그램이 짜여서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10월 24일에도 11번째 마담클럽 행사가 열린다. 이동엽 주임은 “업계 첫 행사인 만큼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잠재 수요를 늘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홈메이드 이유식 업체인 베베쿡은 지난 5월과 6월 손주 키우는 할머니를 위해 베베쿡 전 공정을 둘러보는 ‘3代 특집’ 투어 이벤트를 열었다. 강원도 춘천의 3600㎡(약 1200평) 규모의 베베쿡팩토리 견학을 한다. 견학 후에는 춘천 닭갈비를 먹고 소양강댐 일대도 산책한다. 허철웅 베베쿡 과장은 “아이를 보게 되면 딸이나 며느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며 “할머니와 엄마는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와는 추억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20가족 모집에 200가족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번 행사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유식 제조 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만큼 안심하고 아이에게 먹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철웅 과장은 “내년에도 가정의 날 특집으로 할머니와 함께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할머니·할아버지와 손주를 위한 이벤트나 상품이 많다. 일본에는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손주와 함께 떠나는 여행패키지 상품이 다양하다. 특히 철도회사에서는 조부모와 손주가 기차여행을 하면 요금을 할인해 주기도 한다. 손주와 동반여행을 할 때 묵기 좋은 숙소를 추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미국에서도 손주와 할아버지·할머니가 함께 떠나는 ‘그랜드 트래블(Grand travel)’ 여행 상품이 인기다. 1996년 처음 소개돼 10년 사이 수요가 60% 이상 증가했다. 현재 미국 어린이들이 떠나는 여행상품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임영주 아이에듀케어센터장은 “경제력 있는 조부모들은 선물보다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에 조부모 상대의 상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맞벌이 부부의 절반 이상이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긴다”며 “경제력을 갖춘 조부모가 늘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황에도 유아나 아동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파는 ‘에인절 비즈니스(Angel Business)’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관련 비즈니스 규모는 2003년 10조원에서 2011년 3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기존에는 의류·완구 등 제조업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금융상품·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인절 비즈니스 시장 30조원우리투자증권의 100세시대은퇴연구소가 지난해 개최한 ‘1박2일 가족사랑 세대 공감 캠프’는 32명의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와 함께하는 가족 공동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손주와 1박2일을 함께 보내는 게 처음이었지만 손주와 친해지는 계기가 돼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함께 노래 부르고 퀴즈게임을 하는 동안 서로 눈높이를 맞추게 됐다는 것이다.
임철순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은퇴한 시니어들이 하고 싶은 일가운데 손주와 함께 여행하기를 많이 꼽는다”며 “세대 간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배타적 사용권 독창적인 신상품을 개발한 회사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그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도록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2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3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4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5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6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7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8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9열매컴퍼니, 미술품 최초 투자계약증권 합산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