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with Bike - 500년 고도(古都)의 숨결을 느끼다
Travel with Bike - 500년 고도(古都)의 숨결을 느끼다
경남 김해를 유구한 전통의 역사도시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 없던 지방 소읍에서 20년 만에 일약 인구 50만을 넘는 중견도시로 성장해 신흥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인접한 부산의 위성도시 성격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해는 가야의 맹주 금관가야가 500년간 수도로 삼았던 고도(古都)다.
고대 한반도의 남동지역을 차지한 가야는 6세기 중엽 신라에 병합된 이후 흔적이 멸실돼 오랫동안 신비의 왕국으로 남았다. 특히 금관가야는 기원후 42년의 비교적 후대의 시기인데도 신화적인 요소가 강한 김수로왕 탄강설화, 인도에서 온 허왕후, 150세 이상을 산 두 사람의 나이, 지리산에서 성불했다는 김수로왕의 7왕자, 5세기 이후 홀연히 사라진 왕릉급 무덤, 고대 일본과의 관계 등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다.
중국 문헌 등을 통해 고고학적으로 볼 때 김수로왕 등 가야의 지배층은 신라의 김씨 왕족과 마찬가지로 북방에서 내려온 기마민족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해는 이제 현대적인 도시로 변모했지만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김수로왕릉과 그 유명한 구지봉, 그 옆에 있는 허왕후릉, 작은 산을 이룬 대성동고분,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고고하게 솟은 분성산의 성벽 등은 과연 500년 도읍지다운 역사의 향기를 자아낸다.
김해는 도읍지 기간으로 보면 우리 역사상 신라 경주, 조선 한양 다음에 든다. 고구려의 평양은 241년, 백제는 부여 122년, 공주 64년에 불과하다. 고조선의 수도 아사달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고 요동지방에서 기원해 지금의 평양으로 여러 번에 거쳐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고대 왕국의 도읍지였는데 유적과 유물이 적을 리가 없건만 그동안 김해를 역사도시로는 아예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가야는 잊혀진 왕국이었다. 그것은 역사의 패자에 대한 당연한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이 비밀스런 고대왕국의 도읍은 시세(市勢)의 급성장과 더불어 오히려 역사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옛날 가야는 가장 약체였고 영역도 좁았지만 지금의 김해는 경북 경주와 충남 공주·부여 인구를 다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런 시세를 바탕으로 왕이나 최고 지배층의 집단묘지로 추정되는 대성동고분이 복원되고, 국립박물관과 고분박물관 등 2개의 박물관이 세워졌다.
김해의 주요 유적은 시내를 관통하는 해반천 주변에 모여 있다. 해반천 둔치에는 산뜻한 자전거도로가 나있고, 국립 김해박물관에서 봉황대 사이에는 ‘가야의 거리’를 조성해 역사도시의 격조를 높였다.
이제 김해평야가 훤히 보이는 분성산 봉수대부터 억새가 소슬대는 대성동고분 언덕을 넘어 여의낭자와 황세장군의 전설이 어린 봉황대 숲길까지, 두 바퀴로 누빌 곳이 매우 다채롭다.
해반천 자전거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시내를 벗어나면 낙동강 유역에서 가장 넓은 김해평야 한가운데로 접어들어 이 땅에서 보기 드문 광활한 개방감도 맛볼 수 있다.
김해에서 자전거로 둘러볼 곳이 많지만 무엇보다 분산성과 봉수대를 빼놓을 수 없다. 가야시대에 처음 쌓은 것으로 전해지는 분산성은 김해시내를 굽어보는 분성산(323m) 정상을 마치 왕관처럼 두르고 있다. 최정상의 두 봉우리에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을 봉안한 가야시대의 고찰 해은사와 봉수대가 각각 자리했다. 해은사는 매우 드물게 산꼭대기에 자리한 절이다.
봉수대는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김해평야 최고의 전망대다. 김해시내 어디서나 올려다 보이고 봉수대 바로 옆에는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수백 년 간 김해를 굽어본 천년수(千年樹)가 서 있다. 맑은 날 봉수대에 서면 일대 장관이 펼쳐지므로 김해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김해천문대와 가야역사테마파크도 산성에서 가까워 함께 찾아보면 좋다. 시내에서 사충단 방면 산길을 통해 자전거로 오르거나 인제대를 경유해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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