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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에세이 - 자전거 예찬

CEO 에세이 - 자전거 예찬



추석 연휴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렸다. 거의 반세기를 서울에 살면서도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유익한 여정이었다. 평소 출퇴근길에 규정 속도 80㎞가 너무 느리다고 불평하면서 쌩쌩 달린 서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의 바로 옆과 밑에 자전거도로가 쭉 뻗어 있다.

자전거는 인류가 만든 최고 발명품 중 하나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세계를 바꾼 101가지 발명품 중 8위로 자전거를 선정했다. 자전거는 가장 계급차별이 없는 이동수단이자 자동차의 원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최근 람보르기니·포르셰 같은 고급 수입차 업체에서 한정판으로 제작한 자전거가 비싼 가격에 팔린다. 그러나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평등한 도구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운동에너지만으로 움직이는 동력원리가 그렇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오하이오주에서 작은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자전거를 이용해 최초의 풍동실험(터널 내 공기저항 실험)을 했고, 자전거 수리도구를 이용해 비행기를 만들었다. 당시 자전거는 첨단을 달리는 공산품이었다. 그 후 자전거의 기술력이 자동차 제조에 적용되고, 전국 단위의 자전거 수리점은 자동차 정비소와 주유소 등으로 바뀌었다.

자전거 도로는 자동차 도로나 고속도로로 진화했다. 자전거가 자동차에 자리를 내줬지만 간편한 이동수단이자 운동도구로서 기능은 여전하다. 얼마 전 걷기, 자전거 타기, 달리기의 운동 효율을 비교한 해외 뉴스를 접했다. 예상대로 자전거 타기는 달리기보다는 적지만 걷는 것보다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전거 타기는 무릎과 관절에 부담을 적게 주기 때문에 관절염이나 근육통 같은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원래 달리기 광이었지만 무릎 관절 보호를 위해 의사의 권유로 자전거를 탔다. 카우보이 목장주 답게 산악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자주 언론에 등장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역시 산악자전거 애호가이며,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런 총리도 자전거로 국회에 등원하는 의원으로 유명했다.

자전거가 이 땅에 들어온 지 벌써 120여년이 지났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법률과 제도가 정비된 지도 20여년이 되어간다. 많은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고, 자전거 이용이 용이해져서 주말에는 지하철 등을 이용한 자전거 이동도 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이동 거리의 현저한 연장을 가져온 것이다. 이른바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란 용어가 이제 낯설지 않고 이들을 위한 의류·용품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야말로 현대의 엘리트족이자 환경보호와 지구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이들이다. “자전거를 사라. 살아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마크트웨인의 말을 약간 비틀어보자. “자전거를 타라. 살아있다면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자전거 타기를 기업 경영에 비유하는 경영자가 적지 않은데 왜 자전거 타는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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