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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liquor - 섹스, 술, 그리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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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원료의 신개발품 보드카와 플레이보이지 바니 걸이 만났다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릭 커베일은 코코넛 원료 보드카의 증류법을 완성한 뒤 미친 듯이 마케팅하면서 6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먹혀 들지 않았다. 경제는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유통업자들은 팔린다고 확신하는 안전한 제품만 취급하며 신제품에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 커베일은 금전적인 출혈을 감수하며 소규모 인력의 인건비를 자기 주머니에서 지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그는 “계속 가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날아온 뜻밖의 e메일로 인생이 바뀌었다. 발신자는 플레이보이 엔터프라이스였다. 그들은 주류 품목의 개발을 모색하고 있었다. 메일은 이렇게 물었다. 자신들과 손 잡을 의향이 있는가? 생산량을 연간 수천 상자에서 수십 만 상자로 늘릴 마음이 있는가? 전 세계 유통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쩌면 엄밀히 말해 천생연분의 궁합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를 지닌 회사가 섹스와 술을 결합하는 건 커베일이 볼 때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다. 그는 그 제의를 놓고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이들은 더는 옛날의 플레이보이가 아니다”고 그가 최근 뉴스위크에 말했다.

플레이보이는 이미 바니걸(플레이보이클럽의 토끼의상 여성)을 활용해 브랜드를 확장했다. 의류 브랜드를 비롯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이제 ‘고급’ 관련상품으로 영역을 넓히려 한다. 더 젊고 부유한 소비자층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그리고 알코올의 경우엔 이른바 수직통합이라는 이점이 있다.

잡지 광고지면의 태반이 주류에 할애된다. 따라서 직접 술을 판매하면 제격 아니겠는가. 커베일은 현재 플레이보이에 납품할 부코 보드카를 완성하는 중이다. 자신의 고국인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처음 한 아이디어가 불현듯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느 날 밤 람바노그라는 현지 칵테일을 한 모금 들이켰을 때였다.

맛이 상당히 불쾌했다(코코넛을 증류한 술은 통상 콜라를 타서 마신다. 술만으로는 맛이 형편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화두를 안겨줬다. 코코넛 원료의 맛 좋은 보드카를 만들면 어떨까? 제조공정에 여과와 별도의 증류 단계를 추가하면 가능하

지 않을까?

커베일은 당시 마르가리타 가공제품 판매업체 마르가리타 킹의 영업 담당 부사장이었다. 따라서 주류사업에 관해서는 알 만큼 알았다. 하지만 시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연구하고 시음하고 수정해가며 조제법을 완성하는 수년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술이름은 부코. 코코넛을 뜻하는 타갈로그 말이다.

그뒤 이미 거의 빈틈이 없는 매장 진열장에 올려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지난한 과업이 뒤따랐다. 그러던 중 대불황이 닥쳤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사람들이 술병을 잡으리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의 사업은 완전히 개점휴업 상태였다. 매출이 뚝 끊기며 커베일이 백기를 들기 직전이었다. 바로 그때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플레이보이로부터 고대하던 자금을 수혈받아(그 제품을 ‘더 부드럽게’만드는 데 쓰였다) 올 후반 보드카를 재출시한다. 라벨은 일급비밀이지만 몇 가지는 분명하다. 토끼 귀가 달리며, 육감적인 몸매를 최대한 드러낸 플레이메이트(플레이보이지의 여성 모델)들이 고급 맨션에서 서빙할 것이다. 그 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다음 차례는 테킬라다. 어쨌든 버니와 바디샷(상대방의 몸에 소금을 뿌리고 핥아먹은 뒤 테킬라를 마시는 방식)은 실과 바늘이나 다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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